2024년 11월 24일(일)

공공·기업·비영리, 사회문제 해결 파트너 되다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 6년의 임팩트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
공공·민간기업과 매칭돼
사회공헌 사업으로 확대

사회적기업 ‘담심포’는 국내 조직 200곳과 협업한다. 설립 4년 만에 삼성전자, 현대해상 등 주요 대기업의 사회공헌 파트너가 됐다. 담심포의 사업 모델은 시각 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촉각 교구재 제작이다. 어린 시절부터 점자를 익힐 수 있도록 점자 촉각책을 보급하는 게 핵심이다. 점자 촉각책은 원단에 구슬이나 단추 등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손끝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도서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교구재 제작은 기업 임직원의 봉사 활동으로 채워진다. 기업들은 완성된 교구재를 맹학교에 보급하는 일에도 동참한다.

기업과 인연이 시작된 계기는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였다. 파트너스데이는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사업을 발굴·육성해 기업 사회공헌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최로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진행되며, 사회공헌센터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관하고 DGB금융그룹 DGB사회공헌재단이 후원한다. 박귀선 담심포 대표는 “파트너스데이 행사에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을 만나 제품 생산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었다”며 “전문가 멘토링과 스피치 교육도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설립 첫해인 2019년 3000만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은 지난해 3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사업이 확장하면서 교구재 종류도 2개에서 15개로 늘리고, 공공 도서관 내 동아리나 학교에서 시각장애 아동 인식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제6회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제6회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파트너스데이는 매년 비영리나 사회적경제 조직을 선발해 3개월간 맞춤형 교육과 사업 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업을 소개하는 제안 발표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해마다 우수 팀을 선발해 시상하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네트워킹할 기회도 마련한다. 지금까지 6년간 파트너스데이에 선발된 비영리·사회적경제 조직은 총 80곳이다. 이들의 사업 모델을 살피고자 참여한 기업은 293곳에 달한다.

지난해 파트너스데이에서 최우수 팀으로 뽑힌 ‘늘픔가치’는 약사의 전문 직능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안전한 의약품 이용 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마을약사 양성을 목적으로 ‘마을약사 양성소’도 운영하고 있다. 늘픔가치는 파트너스데이 무대에 오른 후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비영리스타트업 육성 사업에 선발됐고, 올 상반기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지난 7일에는 다음세대재단의 비영리 스타트업 성장 지원 사업에 선정돼 서울 관악구를 중심으로 노인들의 의약품 복용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희선 늘픔가치 사무국장은 “해결하려는 사회문제가 적합한지, 운영에 위험은 없는지 등은 비영리·사회적경제조직이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행사도 많이 없어 답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파트너스데이에 참여해 늘픔가치의 고민을 다듬을 수 있었고, 기업들과의 접점이 만들어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기업·비영리, 사회문제 해결 파트너 되다

공공·기업·비영리, 사회문제 해결 파트너 되다

행사 이후 사회공헌 사업으로 매칭된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배리어프리 자막 제작사 ‘오롯영화를읽는사람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임직원 봉사 활동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포아브(걸음 기부 등 친환경 실천 플랫폼) ▲말하는사람들(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판로 개척을 위한 라이브커머스) ▲소소도시(지속 가능한 도시 조성 캠페인) ▲안심제1종합사회복지관(청소년 공간 조성 사업) ▲키뮤스튜디오(지적장애인 예술 작품 전시) 등도 사회공헌 파트너를 만나 사업을 확장했다.

신규 사회공헌 사업을 고민하는 기업이나 재단도 행사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받는다. 지난해 티머니복지재단은 소소도시, 키뮤스튜디오와 매칭에 성공했다. 강보경 티머니복지재단 주임은 “사회공헌 담당자들도 매년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협력 기관 등을 찾고 있지만 정보를 얻을 기회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파트너스데이에서 여러 단체의 사업 발표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교통비 지원 사업 등을 교통 약자 인식 개선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파트너스데이 행사는 9월에 열린다. 비영리·사회적경제 조직의 역량 강화를 위해 네트워킹 부분을 강화했다. 이번 파트너스데이에 선발된 조직들은 과거 파트너스데이 무대에 섰던 함께걷는아이들, 피치마켓 등에서 사회공헌 매칭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또 사업 제안 발표회에 앞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와 멘토링도 진행됐다.

신우현 DGB금융그룹 프로페셔널 매니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비영리단체가 많은 만큼 ESG 활동을 강화하려고 파트너를 찾는 기업도 매년 늘고 있다”며 “이 조직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사업 연계로 이어져 소셜임팩트를 만들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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