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기후 위기는 곧 건강 위기”…멈춰선 시스템, 해법은 ‘협력의 장’[AVPN 2025]
[인터뷰] 카스텐 슈커(Carsten Schicker) 세계보건정상회의 대표 “이제 ‘기후 위기’가 곧 ‘건강 위기’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세계보건정상회의는 정책을 직접 만들거나 실행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사람들을 연결해 더 나은 해법을 찾는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불안한 국제 정세에서는 이런 역할이 더 중요하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공정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카스텐 슈커(Carsten Schicker) 세계보건정상회의(World Health Summit·WHS) 대표는 지난달 11일 홍콩에서 열린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5’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복잡해진 국제 질서 속에서도 여전히 협력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정상회의는 국제 보건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정책, 거버넌스, 시민사회, 학계, 민간 부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해법을 논의한다. WHO, 유럽연합(EU), 세계은행, 각국 보건부와 연구 기관이 참여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논의를 통해 글로벌 보건 의제를 형성한다. 2009년 출범한 WHS는 매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약 3000명이 현장에, 2만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데 기후 변화와 건강, 팬데믹 대응, 백신 접근성, 보건 재정 등 주요 의제가 다뤄진다. 올해 회의는 ‘분열하는 세상에서 건강에 대한

“기후 위기는 곧 건강 위기”…멈춰선 시스템, 해법은 ‘협력의 장’[AVPN 2025]
[인터뷰] 카스텐 슈커(Carsten Schicker) 세계보건정상회의 대표 “이제 ‘기후 위기’가 곧 ‘건강 위기’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세계보건정상회의는 정책을 직접 만들거나 실행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사람들을 연결해 더 나은 해법을 찾는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불안한 국제 정세에서는 이런 역할이 더 중요하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공정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카스텐 슈커(Carsten Schicker) 세계보건정상회의(World Health Summit·WHS) 대표는 지난달 11일 홍콩에서 열린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5’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복잡해진 국제 질서 속에서도 여전히 협력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정상회의는 국제 보건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정책, 거버넌스, 시민사회, 학계, 민간 부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해법을 논의한다. WHO, 유럽연합(EU), 세계은행, 각국 보건부와 연구 기관이 참여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논의를 통해 글로벌 보건 의제를 형성한다. 2009년 출범한 WHS는 매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약 3000명이 현장에, 2만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데 기후 변화와 건강, 팬데믹 대응, 백신 접근성, 보건 재정 등 주요 의제가 다뤄진다. 올해 회의는 ‘분열하는 세상에서 건강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 for Health in a Fragmenting World)’을 주제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린다. 세계보건정상회의에 2022년 취임한 슈커 대표는 글로벌 헬스 분야 입문 2년 반의 신임 리더다. 민간 부문에서 20년 가까이 전략과 재무를 담당한 경험을 토대로, WHS의 체질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바우어 미디어 그룹(Bauer Media Group)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하며, 140년 된

“자선은 시작일 뿐, ‘시스템’을 남겨야 지속된다” [AVPN 2025]
[인터뷰] 카바사와 이치로(Kabasawa Ichiro) 일본재단 전무(Executive Director) “교육부는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재단은 기업, 교육부와 함께 온라인 대학 설립에 나섰습니다. 첫해 4000명 이상이 등록했고, 앞으로 5년은 재단이 지원하지만 이후에는 기업이 재정을 맡아 운영합니다.” 지난 4월, 일본 최초의 온라인 대학 ‘ZEN 대학’이 문을 열었다. 배경에는 심각한 사회문제 ‘부등교(不登校·등교거부)’가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3년 초·중학교에서 30일 이상 결석한 학생은 34만6000여 명. IT기업 도완고(Dwango)와 모회사인 일본의 대형 미디어 그룹 ‘카도카와(KADOKAWA)’가 온라인 고등학교를 세운 데 이어, 일본 재단이 대학 설립까지 나선 이유다. ◇ “혼합금융, 시스템을 바꾸는 힘” 지난달 9일 홍콩에서 열린 ‘AVPN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더나은미래>와 만난 카바사와 이치로(Kabasawa Ichiro) 일본재단 전무는 이를 ‘혼합금융(Blended Finance)’ 사례로 설명했다.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스템을 바꾸는 혼합금융이 필요합니다.” 2017년 재단에 합류해 국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카바사와 전무는 NHK 기자로 20년 넘게 일하며 이라크전·아프간전을 취재했던 인물이다. “기자는 문제를 찾아내 보도할 뿐 해결은 남의 몫이었죠. 지금은 재단에서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제 책임입니다.” 1962년 설립된 일본재단은 일본의 민간 자선재단으로, 해양 정책, 장애 포용, 교육, 고령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해 기준 재단의 사업비 지출은 1050억엔(한화 약 1조원), 순자산은 3408억엔(한화 약 3조2450억원)에 이른다. 카바사와 전무는 “단기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 문제 해결 시스템 구축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시스템 구축의 핵심은 ‘협력’이다. “정부·기업·비영리

참여가 이끈 25년, ‘아름다운재단’이 묻는 비영리의 내일
[인터뷰]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선의의 경쟁을 통해 조직 안에서 직접 사무총장을 선발할 수 있는 재단이 자랑스럽습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빙그레 웃으며 “제가 뽑혀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과보다 과정을, 그리고 그 과정을 가능하게 만든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아름다운재단은 2023년 8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내부 경쟁을 통해 총장을 선출했다. 팀장 경력 5년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구조로, ‘총장의 문’을 재단 안으로 열어둔 것이다. 그 결과 2008년부터 홍보, 사업, 경영 업무 등을 거쳐 정책기획실장까지 재단에서 15년을 보낸 김진아 씨가 ‘내부 선발 1호 총장’으로 선출됐다. ◇ 작은 ‘참여’가 쌓여 사회 변화를 이끌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기독교 잡지사와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운동가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변화와 대안을 고민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해 책을 펴냈다. 그러나 글만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고, 보다 직접적인 실천의 장을 찾아 재단으로 향했다. 올해로 취임 2주년을 맞은 그는 재단 25주년의 의미를 “참여가 끌고 온 시간”으로 정리했다. 그는 재단 창립 25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재단 사무국에서 진행한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관람한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전시 ‘리미널(Liminal)’을 언급했다. “‘리미널’은 문턱과 경계, 이중성을 뜻하는데, 그 지점에서는 가능성과 불안정성이 함께 드러납니다. 재단의 성격도 그렇습니다.” 2000년 소득의 1%를 기부하는 ‘1%나눔 캠페인’로 출발한 아름다운재단은 시민 참여 덕분에 안정적이면서도, 특정 오너십이 없어 늘 긴장 상태를 안고 있었다. 김 총장은 “이중성을 다양한 참여로 다뤄왔기에

“세상의 룰은 불편한 대화로만 바뀐다”
[인터뷰] 알라 무라비트(Alaa Murabit) 박사 의사, 사회운동가, 정책전문가, 그리고 임팩트 투자자. 알라 무라비트 박사의 커리어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지만, 중심에는 언제나 ‘여성과 아동의 존엄’이 자리해왔다. 그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국제기구와 투자 현장에서 정책과 자본을 설계해왔다. 지난달, ‘2025 사회적 가치 페스타’ 참석차 방한한 알라 무라비트(Alaa Murabit) 박사를 <더나은미래>가 만났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무라비트 박사는 환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딸을 비롯한 새로운 세대가 열어갈 미래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슬람이라는 문화적 토양 속에서 여성 인권을 어떻게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지, 의사와 투자자라는 서로 다른 이름들을 엮는 철학을 풀어냈다. ◇ 불편한 대화라도 끝까지…이슬람 안에서 여성 권리를 찾다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무라비트 박사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부모의 고향인 리비아로 건너갔다. 때는 2005년, 군부 독재 체제의 카다피 정권이 장악하던 시기였다. 2011년 아랍의 봄이 리비아 혁명으로 번졌고, 당시 의대 마지막 학년이었던 그는 ‘리비아 여성의 목소리(Voice of Libyan Women·이하 VLW)’를 설립했다. “여성들이 인도주의나 교육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여성 고용과 리더십을 위한 최초의 경제정책을 마련했고, 여성 헌장도 제정했습니다.” 그는 2012년에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2월 네 번째 토요일을 ‘보라색 히잡의 날(Purple Hijab Day)’로 제정했다. 보라색은 가정폭력에 맞선 연대를, 히잡은 여성의 존엄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건 ‘누르(Noor·빛)’ 캠페인이었다. 이슬람 경전을 근거로 “이슬람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성폭력·가정폭력

“고온에서도 버티는 약”…기후변화와 싸우는 보건 혁신
[인터뷰] 필립 뒨통(Philippe Duneton) 유니테이드(Unitaid) 사무총장 “감염병 퇴치 노력이 경제적 이유로 둔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멈추는 것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퇴보를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2025 세계바이오서밋’ 참석차 방한한 필립 뒨통(Philippe Duneton) 유니테이드(Unitaid) 사무총장은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유니테이드는 2006년 WHO 산하에 설립된 국제 보건기구로, HIV/AIDS·결핵·말라리아 등 3대 전염병 퇴치를 목표로 한다. 혁신적 치료제와 진단도구를 시장에 안착시켜 가격을 낮추고, 저소득국에 보급해 매년 3억 명 이상이 혜택을 받고 있다. 올해 초,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 최대 공여국이던 미국이 국제 원조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세계 보건에 공백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미국 우선 글로벌 보건 전략’도 양자 협정에 무게를 두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유니테이드를 비롯한 다자 협력을 통해 중저개발국에 의약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 때문에 글로벌펀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기존 협력 체계가 약화되면서 지원의 중복, 공급망 분절,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자 협력의 성과는 분명하다. 소아마비 발생 건수는 99% 이상 줄었고, HIV/AIDS 사망은 2004년 정점 대비 약 70% 감소했다. 말라리아 사망률도 2000년 대비 절반으로 낮아졌다. 결핵은 2015~2023년 사이 사망률이 23% 줄었다. 그러나 소아마비 외 다른 주요 감염병은 아직 완전히 퇴치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여전히 힘써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이유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18일 서울에서 필립 뒨통 사무총장을 만나 향후 과제와 해법을

“ESG는 유행이 아니다, 기업 생존의 기본값이다”
[인터뷰] 고윤주 LG화학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 지난 19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미국 청정에너지 산업의 일자리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환경단체 E2(Environmental Entrepreneurs)의 ‘클린 잡스 아메리카(Clean Jobs America)’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청정에너지 분야 일자리는 미국 전체 노동시장보다 세 배 빠르게 늘었지만, 최근 보조금 축소와 프로젝트 취소, 정책 불확실성으로 수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반(反)ESG 기조로 국내 기업의 ESG 경영에도 ‘노란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ESG의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이가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에서 만난 고윤주 LG화학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다. ◇ ESG는 기업의 장기 성장 전략 외교관 출신인 고 전무는 트럼프 1기 시절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낸 인물로, 국제 ESG 정책 흐름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세계 경기 불황과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로 기업의 ESG 경영이 위축될 수는 있다”면서도 “ESG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디폴트(기본값)’ 경영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판단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ESG라는 근본 패러다임을 흔들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10월 LG화학에 합류한 그는 ESG 전략을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전략”으로 정의했다. “예전에는 경제적 가치만으로 기업이 성장했지만 이제는 환경·인권·다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요구된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제품을 만들고,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세계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는 구체적인

“세상의 룰은 불편한 대화로만 바뀐다”
[인터뷰] 알라 무라비트(Alaa Murabit) 박사 의사, 사회운동가, 정책전문가, 그리고 임팩트 투자자. 알라 무라비트 박사의 커리어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지만, 중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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