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 간 청년들, 자본·네트워크 부족 이중고
지역 잠재력 발현되려면 촘촘한 사회관계망 필수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배척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역에도 협력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것. 지속적으로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각자의 숙제지만, 지역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환대로 여러분을 맞아줄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2022 Connect Forum(이하 커넥트포럼)’이 28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개최됐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함께 진행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지역의 잠재력’이다. 지역의 소멸을 막고 공동체를 회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여성의 일’과 ‘청년의 자유’라는 세부 주제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과 여성, 그리고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날 두 번째 세션인 ‘청년의 자유’ 시간에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원인을 진단하고, 청년들을 다시 지역으로 모으기 위해 필요한 가치를 모색했다. 제주 지역 청년 농부를 위한 친환경 공동체 프로젝트그룹 짓다 박정숙 대표, 강원 속초 지역 조선소를 개조해 지역 예술인을 위한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칠성조선소 최윤성 대표, 제주 지역 작가를 소개하고 지역 브랜드 제품 판로 개척을 돕는 소길별하 유가은 본부장 등 세 명의 연사가 무대에 올랐다. 패널토론의 모더레이터는 유다희 공공프리즘 대표가 맡았다.
박정숙 프로젝트그룹 짓다 대표는 지역의 삶을 꿈꾸는 청년들이 부딪히게 되는 어려움으로 자본의 부족 문제를 꼽았다. 박 대표는 “지역에 처음 오게 된 청년은 경제적인 자본부족은 물론 지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이중고를 겪는다”며 “지역에 살고자 하는 청년들의 초기 진입 경로부터 중장기 관계망 형성, 최종 독립까지 경로 전반의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지역이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 인식되는 문제도 거론됐다. 최윤성 칠성조선소 대표는 “지역에서의 삶이라고 하면 보통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빡빡한 현실과 생계를 위한 고민은 어디에서나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속초라는 도시는 함경도 실향민의 도시, 수산업의 도시에서 현재는 관광도시라는 역동적인 정체성 변화를 겪었다”며 “칠성조선소도 도시의 변화에 맞춰 70년 가업이었던 목선 제조업에서 이제는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삶을 지속하기 위한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세 발표자 모두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꼽았다. 유가은 소길별하 본부장은 “지역의 가능성이 발현되려면 함께 논의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료 등 지역의 네트워크가 촘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길별하에 입점한 로컬브랜드 16개사와 모여 지역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했더니 함께해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지역에 대한 이해도만큼 중요한 것이 지역에서의 심리적 관계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정숙 대표는 지역사회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정착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함께의 가치’를 꼽았다. 그는 “처음 제주에 와서 농사를 지을 때 마땅한 땅도 없고, 기구도 없어 노동이 가중돼 동료가 떠난 경험이 있다”며 “그때 지역에서 50년간 농사를 지으신 한 이웃삼촌이 트랙터도 빌려주고, 유휴지에 감자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땅도 빌려줘서 정착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와 더불어 지역이 가진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최윤성 대표의 조언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지역에 있다보면 답답함이 몰려올 때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년 스스로가 지속성을 잃지 않도록 지역이 가진 특수한 자연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