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 병행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구축
엄마들의 성장을 지원해 지역 활성화 기대
“대구 수성구에 있는 범어다함께돌봄센터에서 직원 2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아동의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부모들이 아이를 직접 돌보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이죠. 이 모집 공고에 몇 명이 지원했는지 아세요? 무려 100명 이상의 여성이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모두 고학력자였어요. 대구에 여성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거죠.”
28일 개최한 ‘2022 Connect Forum’(이하 커넥트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김소향 맘쓰랩 대표는 “지역에는 능력은 있지만 일이 없는 엄마들이 많다”라며 “지역의 여성을 이른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에 매몰시키기보다 ‘경력보유여성’이라는 소중한 자원으로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커넥트포럼의 첫 번째 세션은 ‘여성의 일’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정유미 포포포 대표의 모더레이팅을 시작으로 김소향 맘쓰랩 대표, 백진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교수, 김미현 달팽이책방 대표가 차례로 발표에 나섰다.
대구에서 소셜벤처 맘쓰랩을 운영 중인 김소향 대표는 “여성의 일자리가 없는 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맘쓰랩은 대구 지역의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로,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위한 모임·활동 등을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의 힘겨운 일생을 가리키는 ’맘고리즘’은 모든 엄마의 얘기”라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어 ‘엄마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백진일 교수는 지역의 일자리 양극화가 여성들의 일할 여건을 더욱 축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지역에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직들이 고용에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이것이 여성 일자리에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 내 양극화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씬에서도 여성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북 포항의 효장시장에서 ‘달팽이책방’을 운영하는 김미현 대표는 서울, 대구, 부산 등 대도시에 일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케이스다. 동네서점인 달팽이책방은 일반 서점에서 찾기 어려운 인문학 도서와 소규모 독립출판물, 다양한 홍차·허브차를 판매한다. “사실 취업하기 위해서 포항에 내려간 건 아니에요. 여성의 일자리가 많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곳은 제 문화적 추억이 담긴 곳이기 때문에 책방을 열어 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연대하고 싶었어요.”
김미현 대표는 “지방의 경우 전반적으로 여성에게 기대하는 가치가 너무 고전적”이라면서 “특히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지역에서 버티지 못하는 여성은 다시 대도시로 돌아가거나 계속해서 머무르는 여성은 이방인처럼 떠돌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 내 편견 속에서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한 건 ‘연대’의 힘이었다. 김미현 대표는 “지역 내 이방인들이 장소의 가치를 나누면서 나누는 교류가 계속해서 즐거움, 자극을 준다”면서 “이러한 연대, 지지를 바탕으로 달팽이책방의 문을 매일 열고 있다”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