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스타트업에도 족집게 과외가 필요합니다”… ‘H-온드림’ 펠로의 6개월 성장기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10기 펠로
지원금부터 전문가 멘토링, 임팩트 측정까지

매출 63억2000만원, 투자유치액 49억6000만원 달성. 일자리 79개 창출, 특허 출원 33건.

올해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이하 H-온드림)’ 10기 펠로로 선발된 28개 기업이 지난 6개월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든 성과다. H-온드림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2012년 시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한다. 마이리얼트립, 닥터노아 등 스타트업 업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업들이 H-온드림을 거쳐 갔다.

올해도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H-온드림 10기 펠로들은 탄탄한 지원을 받으며 숨 가쁘게 성장했다. 지난 22일에는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그 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파이널 임팩트 데이’가 열렸다. 행사를 마치고 세 명의 스타트업 대표가 지난 6개월간의 H-온드림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재원(37) 리필리 대표, 신환철(50) 세이프웨어 대표, 강동우(27) 아트와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23일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성과공유회를 마치고 10기 펠로 스타트업 대표 세 명과 남은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신환철 세이프웨어 대표, 강동우 아트와 대표, 김재원 리플리 대표.
지난 22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성과공유회를 마치고 10기 펠로 스타트업 대표 세 명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신환철 세이프웨어 대표, 강동우 아트와 대표, 김재원 리플리 대표.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스타트업 상황에 맞춘 ‘밀착관리’

리필리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종이팩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설립 한 지 만 2년이 됐다. 세이프웨어는 산업 현장의 노동자나 고령자, 영유아가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 에어백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6년 창업했다. 아트와는 지난해 5월 설립돼 수질 모니터링을 위한 수륙양용 로봇을 개발해왔다. 소셜미션과 성장 단계는 모두 다르지만 대표들은 “H-온드림이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입 모아 말했다.

-어느새 연말이다. 세 팀 모두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김재원=지난달 공장 세팅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종이팩 생산을 시작했다. 벌써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업체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신환철=제품의 가치를 어떻게 알릴지 고심한 일년이었다. 올해 국내 대기업에 유통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세이프웨어의 제품이 어떻게 사람을 살리고 인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강조할 방법을 열심히 고민했다. 어느 정도 성과도 얻었다.

강동우=아트와도 한 단계 도약했다. 산업 현장에 아트와가 개발한 로봇을 적용해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했다. 투자, 성장에 관한 내년 목표와 계획도 구체화했다.

-이런 성과를 내는 데 H-온드림이 어떤 도움이 됐나.

신환철=H-온드림의 ‘밀착관리’가 큰 도움이 됐다. 각 기업이 고민하는 부분, 성장에 필요한 부분을 먼저 짚어주고 해결해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국내에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지원금만 받고 특별한 소득 없이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H-온드림은 달랐다.

강동우=스타트업에는 여러 이슈가 동시다발로 발생한다. 갑자기 정부 과제를 준비해야 하고, 인사·노무나 법률적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문제는 일일이 대응할 자체 팀이 없다는 것이다. 급하게 알음알음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 H-온드림에 요청하면 바로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의지가 되고 힘이 났다.

김재원=H온드림의 ‘H:엑스퍼트’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 있는 전문가를 많이 만났다. 외부 전문가를 소개받거나 H-온드림을 주관하는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소속 전문가와 연결됐다. 모두 실력 있는 분들이었다. 회사 운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HR 컨설팅 강의는 특히 만족도가 높아서 나중에 따로 계약을 맺고 컨설팅을 추가로 받았다.

H-온드림은 A·B·C 트랙 세 단계로 세분화된다. A·B트랙은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된다. ‘A트랙’은 인큐베이팅 과정으로, 예비 창업이나 설립 3년차 초기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각 사업의 가설검증이 목표다. 올해는 20개 팀에 총 6억원을 지원했다. ‘B트랙’은 1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창출하는 스타트업의 성장 가속화를 돕는 액셀러레이팅 과정이다. 5개 팀에 총 2억6000만원의 시장창출 지원금을 전달했다. ‘C트랙’은 스타트업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오픈 이노베이션’ 형식이다. 3개 프로젝트에 실행 지원금으로 총 3억원이 투입됐다. 리필리는 A트랙, 세이프웨어는 B트랙, 아트와는 C트랙 지원 대상으로 각각 선정됐다.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도 다르다.

김재원=리필리는 초기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창출 수 있는 임팩트를 증명해야 했다. H-온드림에서 제공하는 ESG 컨설팅을 통해 임팩트를 수치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들었다. 리필리가 만드는 종이팩이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서 환경적, 경제적으로 얼마만큼의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한 거다. ‘비콥(B corp)’ 인증과 ‘원퍼센트포더플래닛(1% for the planet)’ 가입도 준비 중이다. 비콥은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임을 인정하는 증표다. 원퍼센트포더플래닛에 가입하면 매출의 1%를 기부하게 된다. 컨설팅을 받으면서 리필리가 의미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신환철=세이프웨어도 내년 해외 진출을 앞두고 각종 글로벌 인증을 받는 데 여러모로 도움을 얻었다. IR 자료도 매우 깔끔해졌다. 디자인, 문구 등을 손봐서 회사의 강점이 잘 드러날 수 있게 됐다.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웃음).

-임팩트 측정 데이터, 인증 같은 객관적 지표가 스타트업에 중요한가.

신환철=그렇다. 스타트업은 대기업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다. 소비자든 기업이든 스타트업 제품을 처음부터 신뢰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든다. 제품 효용성이 있어 보여도 먼저 쓰고 싶지는 않은 게 당연하다. 스타트업이 소비자와 기업을 설득하고 제품의 차별성을 증명하려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외국 정부나 기업 문을 두드릴 때 나오는 첫 번째 질문도 ‘어떤 인증을 받았느냐’다. 세이프웨어는 내년에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안전과 관련된 데다가, 선진국 시장으로 가려니까 인증이 더 중요하다. 이번에 H-온드림을 통해 비콥 인증을 처음 알게 됐다. 준비하다가 난감했던 건 모든 절차가 다 영어로 돼 있다는 것이었다(웃음). 지난 8월부터 석 달 동안 필요할 때마다 컨설팅을 받았다. ‘족집게 과외’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역대 펠로에도 ‘리부트’ 컨설팅

-C트랙에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이 환경문제를 함께 풀어나간다. 어떻게 협력했나.

강동우=지금까지 아트와는 주로 저수지, 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질 모니터링 로봇을 개발했다. 공장 인근의 하천 등 산업 현장에서도 사용하려면 로봇을 개조해야 했다. 지금은 사람이 시간을 들여 일일이 모니터링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연구원들과 협력해 산업용으로 로봇을 개조했다. 또 현대차의 필터링 기술을 전수받아 수질 모니터링에서 방제까지 로봇 활용 영역을 확장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테스트베드를 설치하고 시범운영도 했다. 내년엔 올해 실적을 가지고 실용화를 위해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이 모든 프로젝트를 홀로 완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장을 잘 아는 대기업 직원과의 협력이 아트와의 사회적가치와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강동우(가운데) 아트와 대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수질 모니터링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배성민(맨 왼쪽)·이현수 현대차 자동차부문 전동화생기센터 매니저.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강동우(가운데) 아트와 대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수질 모니터링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배성민(맨 왼쪽)·이현수 현대차 자동차부문 전동화생기센터 매니저.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스타트업의 공통된 고민이 있다면.

강동우=‘사람’과 ‘돈’이다. 결국 사람이 돈 가지고 하는 게 사업이다. 기계를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좋은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정말 중요하다

김재원=공감한다. 초기에는 좋은 팀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또 다양할 시도를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신환철=초기단계가 지나도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소수인원이 원팀으로 협력하면 사업이 굴러간다. 조직원이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 기업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문화, 조직의 구성이 중요하다. 홍보도 늘 중요한 과제다. 기업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도 필요하지만, 제품이 알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H온드림에서 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신환철=역대 펠로 기업을 사후관리 해주는 리부트(Reboot)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오늘 알았다! 조직문화, 마케팅, 브랜딩 등 컨설팅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내년에 가능하면 꼭 이용할 생각이다.

김재원=내년부터는 리필리도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닦으려고 한다. 리부트 프로그램에서 추가 컨설팅을 받고 싶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H-온드림과 같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신환철=스타트업 창업은 시니어들도 하지만, 청년 같은 경험이 적은 사람도 많이 한다. 창업을 하고 일정 단계가 지나면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온다. 이럴 때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화검증(poc)이나 사업을 다른 부분으로 확장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기업과 함께 스케일업을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김재원=대기업은 아무래도 스타트업보다 자원이 많다. 인력 활용 방법이든 기술이든…. 경험이 적은 스타트업 구성원이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또 H-온드림 같은 좋은 육성 프로그램의 펠로 기업이 되면 포트폴리오도 탄탄하게 쌓게 된다. 이걸 바탕으로 확장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강동우=더 많은 기업이 환경 분야의 임팩트를 내기 위해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액션을 취했으면 좋겠다.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정부나 개인의 관심도 필요하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중요성에 공감해서 진정한 변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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