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막느냐 받아들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누구의 이익을 위해 도입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11일 울산 북구 오토밸리복지센터에서 ‘아틀라스 로봇 현장 투입,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말이다. 토론회는 진보당 울산시당과 윤종오 국회의원 주최로 열렸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공장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노조뿐만 아니라 울산 지역사회 전반의 관심이 뜨겁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이달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응답자 5425명 중 80.9%가 “아틀라스 투입 등 산업·노동환경 변화에 따라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 주제로는 ‘아틀라스 로봇 현장 투입,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올랐다.
노사 관계 전문가인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모든 기술에는 생산성 향상과 노동강도 저감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실업과 양극화라는 부정적인 면이 함께 존재한다”며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인간의 활용 방식과 민주적 합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과 인간의 협업 모델 개발, AI 현장 투입에 앞선 노동영향평가, 안정적인 직무 전환을 위한 유연안정성 복지모델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 소장은 “연구 결과를 보면 노사가 사전 협의를 통해 AI를 도입했을 때 성과와 직무 만족도가 높았다”며 “생산성 향상과 함께 노동을 결부시키는 협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아틀라스의 고용 위협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의 현실로 체감하고 있었다. 이들은 특히 노사 협의를 건너뛴 일방적인 기술 도입에 대해 우려했다.
정성용 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정책국장은 “전기차 전환으로 인력 수요가 이미 약 25% 줄어든 상황에서 로봇까지 결합하면 구조적 인력 감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 도입 시 ‘노사 공동위원회’를 설치해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로봇 도입으로 향상된 생산성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미옥 금속노조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장은 “미국식 자동화 모델이 이식되면 현대차 공장에 상주하는 서열업체 노동자들은 거의 100% 정리해고될 것이 분명하다”며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거대한 구조조정과 노동자 ‘대량 학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승렬 어고노믹스 대표는 “로봇의 본격적인 현장 투입을 위해서는 숙련 노동자의 동작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디지털화해 활용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주도권을 쥐고 참여하면서 AI 전환 성과를 노동자 권리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