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법무부의 난민보호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일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올해는 한국의 난민법 제정 10주년, 난민협약 가입 30주년을 맞이한 특별한 해”라며 “법무부는 난민신청의 권리를 제한하고 인도적 체류자와 난민 신청자는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공익법센터 어필·재단법인 동천·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이 함께 발표한 성명서는 법무부에 난민 보호·지원 강화와 촘촘한 난민제도 운용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평균 1% 이하다. 지난해 총 2341건의 난민 신청이 접수됐지만, 난민 심사를 통해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32명에 그쳤다.
전국에 걸쳐 난민심사관이 4명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난민심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또 난민들은 난민신청서 작성과 접수과정, 난민심사과정 전반에서 통·번역 언어지원과 법률조력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난민면접조서, 난민 불인정사유서 등 기본적인 서류마저 한국어로만 제공된다.
지난해 기준 난민 신청자는 난민신청 후 첫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23.9개월을 대기했다. 단체들은 심사대기기간이 길어지며 난민신청자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난민신청자 2341명 중 43명만이 평균 3.7개월간 생계비를 받았다.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의 경우 난민신청자 중 22명이 평균 160일간 이용하는 것에 그쳤다.
난민법 시행령 제22조에 명시된 ‘난민인정자 등의 처우를 위한 협의회’는 난민법 시행 이후 10년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중장기적 난민정착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부처 간 협업 시스템과 구체적 정책 역시 전무하다”고 했다.
이에 단체들은 법무부의 난민제도 운용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난민제도 운용의 중장기 계획 수립 ▲불회부결정 남용 금지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의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 ▲투명하고, 공정하며, 전문적인 난민심사제도 운영 ▲난민신청자의 기본 권리 보장 등이다.
단체들은 “난민의 권리를 제한·축소하고 쫓아내기에 급급한 정부의 난민제도 운용을 규탄한다”며 “법무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이민청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진지한 고민에서 추동된 것이길 바란다”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