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 표면의 70% 를 물이 덮고 있는 지구는 그야말로 물의 행성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인간을 비롯한 육지 생명체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민물의 비중은 3% 정도이고, 빙하와 만년설을 제외하고 실제로 사용 가능한 지표수와 지하수의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1% 미만의 담수로도 인류 문명은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뤄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입고, 누리는 모든 것들은 담수 자원을 말 그대로 ‘물 쓰듯’ 하며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리고 이 연재글의 내용이 항상 그러했듯이, 안타깝게도 이러한 풍요로움도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미 물 부족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이슈다. 이론적으로 담수 자원은 현재 인류의 사용량을 충당할 수 있지만 담수 자원의 지리적 분포와 중저소득 국가의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전 세계 인구의 26%인 20억명이 안전하게 관리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연간 200만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인류의 비효율적인 담수 자원 사용과 수질 오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담수가 풍부한 지역에서도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하 대수층 37개를 관찰한 결과, 21개의 수량이 줄어들고 있고 그중 13개는 심각한 수준의 물 스트레스(물 유입보다 유출이 훨씬 많은)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군다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각종 곡창지대의 기상이변, 특히 가뭄이 증가하면서 지하수 유출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 중 하나인 미국 캘리포니아는 2000년 이후 빈발하는 가뭄으로 인해 지하수 의존 담수량이 기존 40%에서 60%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 최대 상수원인 미드 호수도 가뭄으로 인해 저수량이 40% 이하로 떨어지며 애리조나주는 추가 우물 시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수천, 수만년에 걸친 물의 순환으로 천천히 누적된 지하수가 이러한 급격한 유출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의 대수층은 2030년에 고갈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50년 내에 담수 공급이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있다.
마야 문명에서부터 중국 당나라, 원나라, 명나라 등 과거 수많은 국가의 멸망에 가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최근의 분석이 있는 것처럼, 담수 부족은 단순히 목마르고 배고픈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근간을 흔든다. 최근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한 시리아 난민 사태도 러시아의 가뭄으로 인한 밀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고, 서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의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한 사건 또한 보코 하람 이외에도 차드 호수의 수자원량 급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담수 고갈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해수를 사용 및 음용 가능케 하는 담수화 기술과 보다 자원 효율적인 물 사용을 돕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두산중공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한국의 대기업들은 담수화 시설과 관련해 이미 선제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있고, 담수화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이스라엘은 ‘저커버그 인스티튜트’ 연구소 등에서 보다 에너지 효율적이고 오염이 덜한 무화학 담수화 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 ‘샤워기의 테슬라’로 불리는 스웨덴의 스타트업 ‘오르비탈(Orbital Systems)’은 샤워 시 사용되는 물을 순환시켜 최대 90%의 물과 80%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코기아(EKOGEA)’라는 영국의 스타트업은 자연 발생 미생물을 통해 오폐수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성하고 있다.
물 절약 시설을 더 많이 짓지 않아도 담수 고갈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있다.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소 사육부터 포장까지 2400L의 물을 사용하는 우리의 식문화를 바꾸고, 목화 생산부터 염색까지 어마어마한 물을 소비하는 옷을 덜 사입는 것. 그리고 사시사철 푸른 잔디 유지에 엄청난 물을 써대는 골프를 덜 치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보나마나 욕망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 쪽에 ‘올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정경선 실반그룹 공동대표(루트임팩트·HGI 창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