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비영리 모금 컨텐츠 A-Z] ⑥ 기부자 마음 움직이는 컨텐츠 펀딩의 모든 것

6강 기부자 마음 움직이는 컨텐츠 펀딩의 A-Z
조성아 네이버 해피빈 팀장

 

매해 비영리단체의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은 바로 모금입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모금환경 또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영리 실무진들은  후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매일같이 고민하죠. 이에 조성아 네이버 해피빈 팀장은 ‘펀딩에도 분명한 메시지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사례자에 대한 깊이 있는 취재는 물론 후원 후의 이야기를 꼼꼼히 담는 등의 철저함이 수반되어야 후원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국내 모금 시장을 이끌고 있는 네이버 해피빈의 조성아 팀장이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컨텐츠 펀딩’을 알려드립니다.

조성아 네이버 해피빈 팀장. ⓒ더나은미래

Q1. 비영리 단체의 모금 담당자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했던 모금 방법이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부터 모바일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펀딩할 수 있는 창구가 늘었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어떤 모금 방식을 택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혹시 펀딩 방식에 따라 단체가 취해야 할 전략도 달라질까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펀딩의 종류가 참 다양하죠? 우리가 흔히 아는 단체 자체의 온라인 모금, 크라우드펀딩, 스토리펀딩 등등…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모금 방식이 도움이 필요한 사례자나 사업에 관한 스토리를 올리고 온라인 상의 다수의 후원자들로부터 후원금을 조달 받고 있지 않나요? 차이는 이것을 단체가 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하느냐 혹은 외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이용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성공의 요인은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느냐 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전달하려고 하느냐 인 것 같습니다. 어떤 콘텐츠로 대중의 공감을 얻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컨텐츠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펀딩 플랫폼 또는 단체가 자체적으로 쓰고 있는 ‘펀딩툴’을 바꿔볼 수 있을 겁니다.

약속의 연필(PENCILS OF PROMISE)의 홈페이지. ⓒPENCILS OF PROMISE

일단 펀딩의 핵심 전략부터 알려드릴게요. 혹시 ‘약속의 연필(PENCILS OF PROMISE)’이라는 단체를 아시나요? 요즘 미국에서 ‘채리티 워터 (Charity Water)’처럼 핫한 단체입니다. 유엔이 선정한 ‘2014 올해의 교육기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약속의 연필’은 개발도상국 내 빈곤지역에 초등교육 시설을 세워주는 비영리단체예요. 2008년 출범해 라오스 산악지대에 있는 파퉁 마을에 첫 학교를 세운 후 불과 5년여 만에 가나와 과테말라 등 전세계에 221개의 학교를 짓고 2만8310명의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죠. 이 단체의 성공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네트워크? 자금? 모두 아니예요. 바로 임팩트 있는 핵심 메시지(core message)와 브랜딩입니다. 비영리단체하면, 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약속의 연필은 그런 이미지를 깼어요. 화려한 기부 파티를 열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요. 또 인기있는 유명인들과 SNS를 굉장히 잘 활용했어요. 미국의 유명 가수 저스틴비버가 자신의 슈퍼카를 팔아서 약속의 연필에 기부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또 유명인들이 이 단체의 상징인 노란 연필을 들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유명인들이 이 노란 연필로 만든 그림을 경매에 부치고요. 아이디어가 굉장히 반짝입니다.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온라인 모금시장은 비교적 젊은 층이 주도 하기에 이에 발맞춰 모금전략도 젊게 구성한 것이죠.

하지만 화려함과 기발함만으로는 지속적인 후원을 이뤄낼 수 없어요. 안정적인 후원층 확보는 단체에 대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 신뢰의 첫 걸음은 후원자들에게 단체의 장점과 차별성을 명확히 나타내는 ‘핵심 메시지’를 만드는 것 입니다. 약속의 연필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온라인 기부금의 100%를 현장으로 보내고, 현장에서는 지역 사회와 협력해 수혜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준다’와 ‘성과 보고서를 세세하게 작성하고 분기별로 발표해 단체 투명성을 높이겠다’예요. 단체의 목표가 명확하면서도 신뢰성이 있죠. 그리고 이 다음 단계는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SNS, 책자 등 모든 홍보물에 메시지를 자주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Q2. 모금 컨텐츠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온라인 모금 방식과 툴을을 바꿔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툴의 종류와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네이버 해피빈을 예로 들어 설명할게요. 네이버는 2005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기부 포털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2009년에 해피빈 재단법인이 설립되어 2014년에 1000만 누적기부자를 돌파했죠. 2015년엔 크라우드펀딩과 정기모금을 시작해 지난해부턴 네이버 공익 주제판인 ‘함께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피빈에는 모금을 위한 여러 페이지가 있습니다. 페이지는 단체와 사업 성격에 따라 ‘나눔기부’, ‘공감펀딩’으로 나뉩니다. 나눔기부는 주로 비영리단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업에 대한 모금함을 개설하고 있죠. 반면 공감펀딩은 일반 단체,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스타트업기업 그리고 개인까지 참여자 범위가 더 넓어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활동을 알리고 기금을 모으는 데 사용합니다.

해피빈 홈페이지. ⓒ해피빈

그럼 이 모금 페이지라는 툴을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할 수 있을까요. 우선 컨텐츠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주제에 따라 모금이 잘 되는 컨텐츠들이 있어요. 결식 아동 돕기와 같은 아동 긴급 지원, 유기동물 구조 및 관리 등에 관한 모금은 항상 잘 이뤄지는 편이죠. 반면 긴급 구호 즉,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교육 및 문화 지원과 미혼모 지원 등 비교적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주제들은 모금이 잘 안됩니다.

그렇다고 단체들이 특정 주제만 노출할 수는 없는데, 그러면 컨텐츠의 질에 공을 들여야 하죠. 예를 들어 유명인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여 어려운 공익주제를 좀 더 친숙한 컨텐츠를 만들거나 컨텐츠의 형식을 글이 아닌 영상, 음원, 글 등의 컨텐츠를 만들거나 컨텐츠의 형식을 글이 아닌 영상, 카드뉴스, 인포그래픽 등으로 바꿔보는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아이돌처럼 팬덤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과 주제 자체에 힘이 없다면 컨텐츠를 풀어가는 방식에 힘을 주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죠. 또 공감펀딩의 경우 기부자에게 주는 리워드를 줄 수 있으니, 사람들이 갖고 싶은 리워드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모범적인 사례가 사회적기업 ‘마리몬드’죠. 마리몬드의 사업 및 펀딩 취지도 좋지만 에코백, 뺏지, 휴대전화 액세서리 등의 리워드가 아주 훌륭합니다. 100% 선의만 가지고 펀딩에 후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펀딩 참여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O3. 모금 컨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홍보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의 경우 모금 컨텐츠를 어떻게 홍보하고 있고, 참여 단체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요?

우선 네이버 해피빈의 대표적인 홍보 창구는 ‘함께N’입니다. 해피빈에서 이뤄지는 펀딩 및 공익 캠페인 컨텐츠들을 모아 네이버 사용자들에게 소개하죠. 28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펀딩이 네이버 메인 화면에도 노출되어 보다 효과적인 모금이 가능하죠. 그럼 이 함께N이라는 툴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회 이슈와 밀접하거나 사용자들이 꼭 알아야 할 컨텐츠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현재 이슈와 아주 동떨어져 있거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없는 주제는 네이버 메인에 노출하기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꼭 현안과 관련된 이슈만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컨텐츠 기획력과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좋다면 주제에 상관없이 메인에 노출될 수 있어요. 또한 네이버 해피빈은 주제에 따라 모금이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너리티(minority, 비주류)한 주제들을 의도적으로 함께N에 노출하기도 합니다.

ⓒ해피빈

또 단체들이 스토리를 잘 풀어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교육하고 컨텐츠를 편집하기도 합니다. 단체에 대한 기업 후원도 연결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더블 프로젝트’라는 것을 시작했는데요.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비영리단체 지원 프로젝트로, 네티즌이 기부한 만큼 해피빈도 기부해 기부금을 두배 늘릴 수 있죠. 네티즌은 두배로 기부되니 뿌듯함을 얻을 수 있고, 작은 단체는 모금의 활력과 성공경험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매월 2주간 주제를 정해서 16개의 모금함을 소개하고 있고, 참여 단체 또한 확대할 예정입니다.

Q4. 매력적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상이나, 카드뉴스 등 새로운 방식을 이용하라고 하셨는데요. 대부분의 비영리단체 모금 담당자들이 영상이나 그래픽을 만드는 데 능숙하지 않습니다. 모금을 위해 일일이 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을 듯 한데,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해피빈 모금 페이지에 참여하는 단체들끼리 협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유기 동물과 관련된 영상 모금 컨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비영리단체는 공감펀딩에 참여한 영상제작 스타트기업과 손잡을 수 있지요. 또 그래픽이나 디자인 능력이 필요하다면 펀딩 참여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할 수 있고요. 이렇게 보면 모금 페이지는 일종의 ‘재능 교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단 협업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참여 단체끼리 활발히 교류하는 것을 추천해요. 참여자들은 ‘후원’과 ‘모금’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해피빈이라는 한 플랫폼에 모였잖아요. 비영리단체는 서로 모금 시장의 트랜드를, 사회 복지 정책에 대한 정보를,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홍보 전략 등을 교류하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Q5. 많은 단체들이 글로써 모금 컨텐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 쓴 글이고 아닌가요?

먼저 가장 못 쓴 글은 바로 ‘지루한 글’입니다. 많은 단체들이 내용이 어마어마하게 긴 원고를 가지고 옵니다. 하나에 담고 싶은 내용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글의 구조가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전-전-전-결’이에요. 기사를 읽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기사 길이가 매우 길고 내용이 많으면, 어떤가요. 대부분은 읽다 지치거나 지루해서 읽기를 그만둡니다. 물론 ‘이 내용은 감동적이고 이 부분은 기부자가 꼭 알았으면 좋겠고, 이 문장은 기관장님이 꼭 넣으라고 했고…’등의 나름의 이유가 다 있습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이 글은 기관장님이나 모금 담당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기부자를 위한 글이라는 거죠. 담당자와 단체 입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이라 여겨도 기부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두번째는 ‘어려운 글’입니다. 간혹 그 단체나 해당 업계만 사용하는 단어를 설명없이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이나 관련 법을 쉽게 풀어 쓰지 않고 그대로 기술하기도 하고요. 해당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그렇지 못합니다.세번째는 ‘취재가 제대로 되지 못한 글’이에요. 이제 기부자들은 똑똑해졌습니다. 단순히 사례자가이렇게 힘들다는 구구절절한 사연만으로 기부를 결정하지 않아요. 사례자 혹은 어떤 사안의 문제와 원인은 무엇이며 단체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해요. 즉 깊숙이 취재해야 한다는 겁니다.

좋은 사례가 바로 더나은미래가 컨텐츠 제작에 나선 요셉병원과 김영희 씨의 공감펀딩입니다. 물론 기자들이 쓰는 글이라 완벽한 비교 대상이 될 순 없겠죠. 그러나 글을 잘 살펴보면 글의 서사는 물론 수혜 대상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즉, 위 모든 것을 정리하자면 ‘좋은 글’은 철저하게 기부자를 위해 쉽고 명확하며 재미있고 취재가 잘 된 길이가 적당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체 실무자분들께 꼭 좋은 기사를 많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Q6. 심층적인 취재를 위해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참고할 만한 우수 사례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저는 취재에 나서기 전에 질문지부터 만들 것을 권합니다. 모금 담당자에게 취재는 낯선 일이잖아요. 이에 질문 목록을 만들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좋죠. 그렇다면 질문 목록은 어떻게 만들까요? 처음에는 간단한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취재원(사례자)의 기본적인 정보를 얻음은 물론 경계심을 풀기 위함이죠. 소개 뒤에는 어떤 어려움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옵니다. 이 때 날짜, 금액 등과 같은 수치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취재원이 이 부분을 알려줄 수 없다면 사업 담당자 등에게 꼭 물어보세요. 현상 및 원인 파악이 끝났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사례, 일화를 들어야 합니다. 이런 사례들은 콘텐츠의 리드(독자들의 흥미를 증폭시켜 글의 본문으로 유도하는 구실을 하는 서두 부분)로 쓰일 수 있으니, 최대한 여러 취재원에게 물어 다양한 사례를 얻어내세요. 해피빈은 현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SBS, 이로운넷 등과 함께 모금 컨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언론사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를 보고 공부해보기를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열린 ‘2017 비영리리더스쿨 4기’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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