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청년 백수인 필자.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한편으론 빠른 백수 탈출을 기원한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많은 지표가 말해준다. 2017년 5월 기준 평균 실업률은 3.6%,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 9.3%에 달한다. 단순히 실업률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성 대비 여성임금은 64%,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52.7%다. 사회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좋은 일자리의 틈은 좁고, 본인이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미래 전망은 어떨까. 새로운 기술은 사회의 진보를 가져온다고 하지만, 기존의 일자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미국 기업 순위 2위인 IT기업 구글(GOOGLE)의 직원은 3만여 명으로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설립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인수 당시 스타트업의 직원 수는 13명에 불과했다. 그 기업은 바로 인스타그램(Instagram)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자리 감축 논란이 있었던 고속도로 하이패스 도입은 어느새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무인자동차, 드론 등 흔히 4차 혁명이라고 이야기하는 기술들은 기존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문과든 이과든 결론은 치킨집이라는 말도 있다. 좋은 직장, 좋은 일자리의 부재 속에 청년들은 창업 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나 정작 창업 시장도 밝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창업 3년 이내 생존율은 38%에 불과하다. 물론 충분한 자본금이 있거나, 충분히 경험이 있거나, 본인만의 독창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훨씬 더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러나 하나의 조건을 갖기조차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이들이 함께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물론 함께 모였다고 해서 항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평등한 분배를 주요 가치로 삼는 협동조합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좋은 직장,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협동조합 대한 이야기다.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로젝트는 왜 시작했을까요?
열정과 젊음, 협동까지 더한 일자리, 달고나 협동조합
서울의 상수동, 성수동, 망원동, 이태원… 소위 핫(hot)하다는 동네에서는 청년들의 요식업 창업 열풍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사장님들은 열정과 젊음이 당신의 무기라 말한다. 여기에다 ‘협동’의 가치를 더한 청년 사장님들이 있다. 서울의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달고나 협동조합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수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비스트로 달고나. 식당 입구에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가 아닌 신규조합원을 모집한다는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단순히 직원이 아닌 협동조합의 주인으로서 함께할 조합원을 찾는 것부터 매우 인상적이다.
조용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누구랑 함께 오더라도 충분히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음식을 주문하고자 매뉴판을 펼쳤다.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주메뉴는 이탈리아 음식이다. 메뉴판을 넘기자, 달고나협동조합 기사가 스크랩되어 있었다.
달고나 협동조합은 청년들이 모여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이전에 7년간 망원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매출에 비해 여전히 12시간이 넘는 노동과 짧은 휴가는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가져왔다. 이런 이유로 협동조합 방식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결정하게 된 것. 협동조합인 만큼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며, 수익은 함께 배분한다. 각자의 직급과 경력에 따라 급여는 다르지만, 운영 방식은 조합원 모두 함께 결정하고 소통한다.
달고나 협동조합은 현재 상수역의 이탈리아 식당과 망원동 근처에서 2호점인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오픈 준비 중인 3호점은 경양식 식당이라고. 2호점과 3호점 모두 인테리어 공사까지 직접 맡아서 한다. 강화도에는 달고나 농장이 있는데, 식당에 필요한 채소도 직접 기르고 있다.
음식은 어떨까. 신선한 재료로 가득한 샐러드는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이었다. 해산물 올리브 파스타도 담백하면서도 해산물의 본연의 맛을 잘 살렸다. 위치도 가깝다. 상수역(4번 출구)에서 내리자마자 200m 내에 있다. 다만 인근에 주차장이 없고 테이블이 4개뿐이라,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는 점을 참고하자.
협동조합 식당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본의 아니게 티를 냈더니 무척 기쁘게 맞이해 주신다. 2호점 냉면집도 꼭 한번 방문하라고 하신다. 할인 쿠폰은 없나 보다.
대안 교육에 좋은 일자리를 더하다, 아카데미 쿱
2030 청년들이 모여 아카데미쿱이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명문대 출신이자 대부분 교육학을 전공한 청년 중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있다.
아카데미쿱은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 수업 과목은 국영수가 아니다. 옛이야기반, 한문교양반, 인문반, 고전반, 자연반 등 이름부터 남다르다. 수업은 매주 1회, 5~10명 사이의 소규모로 이뤄진다. 필자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한문교양반 수업을 참관했다.
수업 방식이 조금 다르다. 선생님은 계속 묻는다. “경청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경청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경청을 잘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하나하나 묻는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거나, 교재에 답을 적는다. 한자반이 아닌 한문교양반이다. 아이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단어의 진짜 뜻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카데미쿱의 수업은 지식 전달 이전에 아이들 스스로가 수업에 집중하도록 독려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도록 돕는다. 선생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행동 변화를 관찰하고, 매달 부모와 함께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한다. 이론 수업뿐만 아니라 야외탐방 수업도 진행하고, 여름이나 겨울에는 1박 2일로 국내 여행도 떠난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선생님의 지시가 아닌 아이들인 직접 탐방지를 결정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정한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만족도가 높은 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1년 이상 꾸준히 수업에 참여한다. 지금은 학부모의 수업 개설 요청이 있어도, 인력이나 시간적인 문제로 수업을 개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단다.
아카데미쿱은 매주 주간회의 외에도 과목별로 회의를 진행하며, 함께 모여서 새로운 교재를 개발하고 연구한다. 지금의 수업 과목, 수업 방식, 수업 교재 모두 조합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 명이 리드하지 않는다.
일에 대한 보상은 어떨까. 핵심은 내가 일한 만큼 보상받는 구조라는 것. 협동조합을 관리하는 행정 경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수업료는 교사들에게 분배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다. 회의와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 외에는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며 수업을 준비하거나, 본인의 일을 한다. 이와 같은 조직운영 방식도 조합원들이 토론해 결정한다. 실제로 업무에 대한 보상체계를 만들기 위해, 두 달간의 끊임없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카데미쿱 교사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내가 만든 운영규정이니,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한다. 내가 만들고 운영하는 기업, 내가 주인인 기업이 바로 아카데미쿱의 주요 철학이다.
택시 운전사가 주인인 일자리, 한국택시협동조합
법인택시 한 대는 2~3명의 기사가 번갈아 타며 운행한다. 10시간 운행을 기준으로 택시 운전사는 회사에 사납금을 납부한다. 그 금액은 주간(12만원), 야간(13만원) 정도다. 회사는 사납금을 가지고 차량 운영 및 유지, 회사 운영에 필요한 비용, 택시 기사의 월급, 주주들에게 배당 수익을 제공한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한 달에 190-210만원 가량. 기본급, 근속수당, 승무수당 등 고정적으로 120~130만원을 받고, 사납금 이외에 초과 수익분 70~8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그러나 현실은 더 열악하다. 주어진 사납금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 달 근무일수인 26일 중 하루라도 채우지 못하면, 30만원 가량의 승무수당을 받지 못한다. 회사에서는 기사들에게 판매관리비를 줄이도록 종용한다. 운전에 필요한 장갑이나 장비들도 택시운전사가 부담해야한다. 신차를 운행하면, 추가적으로 사납금이 올라간다. 실제 법인 택시 운전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더 높다.
서울 지하철 6호선·경의중앙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근처에 위치한 한국택시협동조합. 이곳은 76대의 법인택시를 운행하는 택시회사다. 기존 법인택시의 소유주는 주주이지만,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직원인 택시 운전사가 택시회사의 소유자다.
택시 회사의 소유자가 운전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매월 200만원 가량의 수익에 출자금에 대한 배당 수익으로 50만원 가량을 추가로 받는다. 회사는 택시 운전사를 위한 물품 구매나 접촉사고 등도 책임진다. 조합원의 필요를 충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한 달 근속일수도 26일이 아닌 25일로 하루 줄였다. 근무시간도 8시간부터 11시간까지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다. 조합원 중에는 4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얻는 운전자도 있다.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크다. 택시조합원들의 주인 의식은 높아지면서, 회사에 납부해야할 기준금(=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일반적인 법인택시의 가동률이 60% 정도에 불과한데 택시협동조합의 가동률은 최대 94%까지 이른다. 덕분에 76대에 불과한 작은 법인 택시회사는 지난해 11억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 수익금은 주주가 아닌 택시협동조합의 조합원인 운전사에게 고스란히 배당됐다.
결론 : 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기여는 무엇일까?
모든 분야에 있어서 협동조합이 성공적일 순 없다. 협동조합이 가지는 높은 주인의식은 서비스 산업에서 훌륭한 강점이 된다. 또한 고정비용이 비싸 초기 수익은 적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이 더 크게 발생하는 요식업 프랜차이즈 등의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은 좋은 강점이 될 있다(협동조합 프랜차이즈는 다음 주제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좋은 일자리는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이 부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이 아닐까. 그 이유는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일자리, 노동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직원이 바로 주인인 협동조합이 좋은 일자리의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로젝트는 팟캐스트 공존공생에서도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팟캐스트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으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협동조합을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쿱비즈협동조합의 이사로 활동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 3월 사표를 던졌습니다. 지금은 쿱비즈협동조합의 조합원입니다. 협동하는 청년에서 협동하는 노년이 되고 싶은, 협동조합과 사랑에 빠진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