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출하는 한국의 소셜벤처들 – 공감만세 & 한국갭이어
소셜벤처가 국내사업을 넘어서 해외로까지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초창기의 수출입 형태의 무역에서부터 이제는 지사의 개설에서 현지기업의 설립까지 형태도 다양해졌다. 개도국에서 선진국까지 지역 범위도 넓어졌다. 이런 흐름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한국을 기반으로 시작해 일본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는 소셜벤처들이 있다. 현재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청년들이 만든 소셜벤처 두 곳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지역사회를 부흥하는 하이퍼커넥션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
ㅡ‘공감만세’는 어떤 기업인가?
“사람들의 ‘순간’을 기획하고 ‘찰나’를 디자인하는 사회혁신조직이다. 여행을 통해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지역, 공생을 키워드로 삼아 동북아평화, 남북통일, 지방분권, 그리고 현대인들이 삶 속에서 자기의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함께한다.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지역의 자립, 자주, 자존을 돕고 나 외에 다른 모든 존재들과의 공생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삶 안에서 실천하도록 돕는다.”
ㅡ공감만세는 일본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일본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자, 인연이자 악연인 곳이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교류를 통해 과거를 규명하고 현재를 가늠하며 미래 관계를 잡아나가야 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 다양한 여행상품을 공급하여,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고 여행자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교류를 통해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고자 일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ㅡ일본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 현재까지의 성과를 어떻게 보는가?
“30여 개의 공정여행 상품을 진행 중이다. 한일 간 역사·평화, 일본 내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사회혁신, 창업 등의 다양한 실험현장, 학교와 협동조합 등의 계층 간 교류 등 여러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 히로시마현 초고령화지역인 진세키군에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공정관광 시스템을 도입하여 인구과소지역에 직·간접적인 고용을 촉진하고, 여행 매출을 통해 지역의 자립· 자주·자존을 도모하며, 사람과 생태가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시도해서, 동아시아에 귀감이 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ㅡ선진국으로의 공정여행은 익숙한 것 같지 않다. 어떤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굳이 어떤 행위 앞에 ‘공정’이란 말이 붙는다는 것은 그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인류사의 부의 불균형은 제국주의 이후 설정된 힘의 논리라는 점에서, 경제 선진국들이 경제 후진국으로의 여행을 ‘공정여행’이라 칭하며 속죄와 청산이란 프레임에서 명분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람 간의 관계가 실종되고, 과도한 중앙집권화 등으로 지역이 말살되며, 지구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 중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큰 화를 불러왔고, 앞으로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으로 판단된다. 관광산업의 목적은 여행자의 엔터테인먼트적인 향유뿐만이 아닌 지역민에게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삶을 가져다줄 것인가에도 있다. 잘못된 목적 설정이 되어 있는 것도 공정해져야 한다.
모든 불공정한 것들을 삶의 축소판인 여행 속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숙의하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경험하면서 삶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 그것을 공정여행이라고 바라본다면 경제적 선진과 후진을 따지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여행산업 종사자의 처우와 근로조건은 열악하며, 그것은 여행을 ‘만남’이 아니라 ‘서비스’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온다. 갈수록 여행은 ‘상품’에서 ‘공공재’의 영역으로 접근되고 넘어가는 추세이다. 세월호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여행은 어느덧 개개인의 선택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우리 모두 생각해볼 문제다.”
◇또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스타게이트 ‘한국갭이어’, 안시준 대표
ㅡ근래 언론에서 ‘갭이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한국갭이어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갭이어(gap-year)’라는 단어는 1년 정도의 쉼(gap)을 가지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뜻한다. 해외에서는 갭이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반면, 한국에서는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보고 한국에서 갭이어를 문화로 정착시키고자 만들어진 소셜벤처가 바로 한국갭이어다.
한국갭이어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내외 교육, 인턴십, 봉사,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폭 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진로, 학업, 취업 등 여러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컨설팅을 통해 진로 탐색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5년 간 갭이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최근 각종 언론과 방송에서도 갭이어를 주목하고 있다. 초기에는 대학생에 한정되었던 소비자층도 점차 확대되어 현재는 청소년 갭이어, 대학생 갭이어, 직장인 갭이어, 일반인 갭이어, 시니어 갭이어 등 세분화된 연령별 맞춤 프로젝트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ㅡ일본에도 갭이어가 있지 않나.
“일본 뿐 아니라 이미 많은 나라에서 갭이어를 문화나 제도,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갭이어가 시작됐고 해외봉사, 인턴, 여행, 워킹홀리데이 등의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라는 이름으로 갭이어를 도입하였고 이후 유럽 국가들에서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 외에도 미국과 캐나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여러 대학에서 갭이어 제도를 도입하였다. 일본에서는 2011년부터 JGAP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대학에서 갭이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입학 시 갭이어를 권장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프린스턴 대학교에서는 ‘Bridging Year’라는 자체 갭이어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의 맥콰리 대학교는 갭이어 전문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MIT 대학교와 캐나다의 요크대학교, 일본의 동경대학교, 중국의 북경대학교는 갭이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내에서도 하루 빨리 갭이어 문화가 자리를 잡고 갭이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 모든 청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ㅡ일본에서 한국갭이어의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한국갭이어는 국제적인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국내외 30여 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약 50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갭이어 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갭이어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기획자가 현지 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담당자와 미팅을 진행하고 일정 및 시설 등 체크리스트를 검토하고 있다. 이후에도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지속적인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현지 기관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국갭이어는 국내외 교육, 인턴십, 봉사,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참가자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기간 내내 한국갭이어만의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단순히 갭이어를 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 어떻게 갭이어를 보내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저희가 타 갭이어 기관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 년 간의 프로젝트 운영 노하우가 담긴 오리엔테이션, 진로교육 전문가의 개별 맞춤형 갭이어 미션, 컨설팅 전문가의 자기 성찰형 갭이어 노트를 포함하여 갭이어를 계획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실질적이고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본에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도쿄와 오사카, 삿포로에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워킹 홀리데이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어학 프로젝트, 아마초 섬에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며 일 경험을 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프로젝트, 홋카이도 농장에서 일손을 도우며 머물 수 있는 갭이어 스테이 프로젝트, 돗토리 섬의 대자연 속에서 에코 관광을 경험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젝트, 도쿠시마에서 유기 동물을 돌보는 봉사 프로젝트가 있다.”
ㅡ글로벌 사업에서의 성공기준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는가?
“한국갭이어는 단체나 다수에 초점을 맞춘 타 기관의 프로젝트와 달리 각자의 성향에 맞는 프로젝트를 기획 및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프로젝트를 통해 갭이어를 보내는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경험을 하며 진로와 삶의 방향성을 찾아간다면 이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한다. 참가자들이 갭이어를 보내고 나서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 나이, 학벌,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갭이어를 보내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갭이어를 가질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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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하며, 일본시장에 진출한 선도기업의 무용담 같은 것을 듣길 기대했다. 그런 무용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 대표는 계속해서 사업의 미션을 이야기했다. 그 배경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이들이 놓치고 싶지 않았던 사업의 본질이다. 일본시장 진출에 있어서 어려운 과정과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정작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그러한 도전을 이끌어간 자신들의 비전이었다. 그 안에서 일본은 목표지점이라기 보다는 시작점이었다. 이들의 글로벌 사업은 일본뿐만 아니라 그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곳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일본에 진출한 소셜벤처들을 더 찾아보려했지만 과문한 탓인지 좋은 사례들이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분야에서도 ‘글로벌소셜벤처’는 이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되었지만 ‘소셜’하기 때문에 주로 개발도상국에 진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글로벌 수준의 사회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글로벌소셜벤처의 개념을 저소득국가들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자원들을 활용하고, 인류 공통의 문제 해결을 기여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소셜비즈니스를 행하는 조직으로 넓혀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