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다 노부시마 재팬플랫폼 사무국장 인터뷰
지난 3월 11일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지 6년째 되는 날이었다. 동일본대지진은 진도 9.0의 강력한 지진으로 2만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던 대참사.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재민이 존재하며 복구재건사업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일본 내 여러 기관들이 여전히 동일본대지진의 상처를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 민간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재팬플랫폼(ジャパンプラットフォーム)’이다.
재팬플랫폼은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자나 난민을 돕는 일본 NGO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긴급인도 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지원조직’이자 플랫폼 조직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 NGO가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하며, 2000년 출범 이후 국내외 40여곳에서 약 400억엔(약 4012억원)으로 1200개 정도의 인도지원활동을 펼쳤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재팬플랫폼은 3시간만에 출동을 결정했다. 센다이에 사무소를 즉시 개설하고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재팬플랫폼의 동일본대지진 이재민 지원사업은 계속되고 있는데, 그간 3700개 이상의 기업 및 단체 후원자 및 4만4000명 이상의 개인 기부자를 통해 700억원 이상을 모금했으며, 185개의 NGO를 지원해 391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동일본대지진 6년을 맞아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재난대응기구인 재팬플랫폼의 이이다 노부히사(飯田 修久) 사무국장을 만나 재팬플랫폼 활동에 대해 물었다.
-‘재팬플랫폼’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재팬플랫폼은 2000년 8월에 설립돼 올해로 16년이 된 기관입니다. 정부와 기업, NGO 세 주체가 협력하는 플랫폼으로, 정부의 자금과 민간기업과 개인들의 기부금을 모아서 일본의 국제NGO들이 자연재해 피해자들과 분쟁으로 인한 난민들을 돕는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주로 분쟁, 재난 등의 긴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NGO들이 피해자에게 최대한 빨리 닿도록 지원하는 것이 저희의 미션입니다. 정부에서 자금을 받고 있지만 민간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아닌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까.
“‘네트워크’가 ‘관계’라는 의미가 강하다고 한다면, 관계 이상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더욱 큰 부가가치를 만든다고 하는 의미에서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종의 ‘토대’이자 ‘체계’를 말하는 것인데, 우리 플랫폼에서는 NGO, 기업, 정부의 3자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더 큰 효과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재팬플랫폼’이 있기 전과 후, 일본의 긴급구호사업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재팬플랫폼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일본의 국제NGO들이 해외로 나가 긴급구호사업을 해왔습니다만, 당시에는 일본사회에서 NGO 에 대해 사회적인 신뢰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NGO’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함께 일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신뢰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또한 플랫폼이라는 체계를 통해 지원활동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중들의 이해도도 높아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재팬플랫폼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해, 재해민이나 난민을 지원하는 NGO가 초기 대응 단계에서 즉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또한 NGO가 민간기업으로부터 필요한 기술이나 기자재, 인력, 정보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2015년의 네팔대지진을 예로 들자면, 지진이 발생했을 시 회원NGO들로부터 지원을 요청을 받기도 했지만 재팬플랫폼 자체적으로도 가능한 빠르게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긴급출동이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한 뒤, 필요한 경우 사무국 직원들이 현지에 직접 들어가 현지 상황 조사를 수행했고 NGO에서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도 판단합니다. 만약 우리보다 먼저 현장에 들어간 NGO가 있다면 이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UN이 주도하는 구호분야별 클러스터 회의에 참가하며,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을 다시 NGO에게 공유하는 역할을 합니다. 후발로 들어오는 NGO에는 미리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합니다. 작년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났을 때에도 사무국에서 현지에 직원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회원NGO와 정보를 공유 했습니다. 대형NGO들의 경우에는 독자적으로 초기 대응을 할 수도 있고 국제적인 수준으로 해외단체와 연계할 수도 있지만, 회원NGO 중에는 작은 단체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지원이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NGO끼리는 실질적인 협력이 잘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재팬플랫폼이 ‘시리아지원프로그램’, ‘이라크지원프로그램’, ‘예멘지원프로그램’과 같은 큰 프로그램을 만들면 회원NGO는 각자가 가능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한 프로그램 안에 여러 NGO가 같이 나가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NGO들간에 정보공유와 의견교환을 하게 되며 기술적인 협력도 일어나게 됩니다. 회원단체들은 대형NGO와 중소NGO간의 크기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긴급인도지원에 있어서는 캠프운영·식수공급· 교육지원 등 각자의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기업과는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됩니까.
“일본정부는 외무성을 통해 우리 플랫폼에 직접 공적 자금을 투입해 NGO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구호요원들의 안전대책 등의 문제와 관련해 협조합니다. 정부 내에 국제개발을 전담하는 JICA(일본국제협력기구. 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라는 기관이 있습니다만 재팬플랫폼과는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진 않습니다. JICA도 긴급구호활동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제개발을 주 업무로 하고 있으며, 재팬플랫폼은 긴급인도지원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우리 플랫폼에 돈을 기부하기도 하고, 기업이 가진 인적자원이나 자산을 긴급인도지원사업과 연결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NGO 활동에 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는 식의 단선적인 접근이었다면 근래에는 기업의 본업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항공회사가 기부금 외에 항공기를 직접 지원해 긴급구호를 지원하는 등 CSV(기업공유가치)·BOP비즈니스 등의 흐름과 관련해 기업의 비즈니스 역량이 긴급인도지원사업에 매칭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일본에는 국제NGO들의 연합체인 JANIC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닉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요.
“JANIC(국제협력NGO센터, Japan NGO Center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은 일본 국제협력NGO들의 협력체로, 110개 이상의 단체가 모여 있습니다. 자닉(JANIC)이 NGO간의 연대 조직이라면 재팬플랫폼은 NGO외에 기업 등이 참여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또한 재팬플랫폼은 긴급인도지원분야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다릅니다.”
-회원단체여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플랫폼의 한계로 보입니다만.
“일본 내 대부분의 국제협력 NGO는 국제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긴급 구호만을 전문으로 하는 NGO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현재 재팬플랫폼 회원 단체는 총 46곳이며, 일본 내 긴급구호지원사업을 하는 단체 대부분이 회원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회원단체 중에는 긴급인도지원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역량이 크지는 않지만 경험도 쌓고 배우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비회원단체들과도 협력합니다. 동일본대지진 지원사업의 경우 회원단체들뿐만 아니라 복구사업의 주체가 될 지역의 공익활동단체와도 협력해 재난피해자들을 세심하게 지원하고자 ‘함께 살아가는(共に生きる) 펀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민간의 자율성을 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재팬플랫폼 자금 대부분이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NGO를 지원하는 건 내부 독립 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위원회에는 정부 외에도 학계, 기업, NGO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1인 1표 권한을 갖고 참여하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민간 기부금을 계속해서 늘려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쟁이나 재해가 없는 평상시에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분쟁이나 재해가 없는 시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전혀 없는 시기라는 것은 없습니다. 긴급인도지원활동을 상시 전개해 나가는 동시에, 회원NGO와 실무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여러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회원NGO와 기업을 연결하는 여러 이벤트 자리도 마련합니다. 기부자와 대중들으로부터는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부자들에게는 현지의 사업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앞으로의 재팬플랫폼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돈을 모아서 분배하는 것 이상으로 플랫폼에서 어떠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NGO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현장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였다면, 앞으로는 후원자들에게도 어떠한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업을 했는지를 넘어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지원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기업에게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같이 연구하고, 개인기부자와 대중이 일본NGO와 긴급인도지원활동의 전문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신뢰를 높여가야 할 것입니다.”
일본정부는 해외의 대규모 재난을 대응할 때, 민간의 1-2-3 섹터가 주도해서 협력하는 플랫폼으로 많은 자원을 위임한 셈이다. 긴급인도지원에 특화된 중간지원조직은 긴급인도지원을 전문적인 분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작은 단체들과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촉진한다. 해외 재난 외에 국내에서 재난이 일어났을 때 단체들이 협력해 같이 대응할 수 있게 하며 단체·섹터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기업이 단순한 후원자 역할을 넘어 사회적 역할을 증대하도록 하는 다양한 시도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도적 위기에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미션을 중심으로 더욱 대담한 민관협력을 생각해 볼만 하다.
※ 통역: 박선하(아시아퍼시픽얼라이언스), 촬영: 이동환(아시아퍼시픽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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