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 판단 기준은”…한·미·싱가포르 경영자 3인이 말하는 기업의 가치

[좌담회] 김정태 MYSC 대표·로버트 김 JLIN Capital Studio 공동창업자·이사무엘 Endowus 회장
기업의 성장과 조직문화, 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을 묻다

좋은 기업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매출과 수익은 중요한 지표지만, 그것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성장 과정에서 처음의 가치를 지켜내는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에서 김정태 MYSC 대표, 로버트 김 JLIN Capital Studio·Asia Companion Fund 공동창업자, 이사무엘 인다우어스(Endowus) 회장을 만났다.

김정태 대표가 이끄는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2011년 설립된 국내 임팩트 투자·액셀러레이팅 기업이다.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로버트 김 공동창업자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제러미 린이 설립한 JLIN에서 투자사업을 이끌고 있다. JLIN은 자본과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로버트는 아시아 기업에 투자하는 아시아 컴패니언 펀드(ACF)도 운영한다.

이사무엘 회장은 싱가포르 디지털 자산관리 회사 인다우어스(Endowus)의 공동창업자다. 인다우어스는 개인의 자산관리와 노후 준비를 돕는 기업으로, 금융상품 운용사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를 고객에게 돌려주고 고객에게 직접 자산관리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수익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설계한 구조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기업을 이끌고 투자와 자산관리에 관여해 왔다. 특히 JLIN은 MYSC와 인다우어스에 투자하며 두 기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에 관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과 투자자의 역할, 기업이 재무적 성과를 넘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물었다.

―좋은 기업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김정태=“초기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좋은 문제 정의’다. MYSC가 주로 투자하는 기업은 아직 사업모델이나 실적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재무적 지표만으로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창업자가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지, 그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살핀다.”

로버트=“좋은 기업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사랑’이다.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고 돌보는 태도가 조직에 자리 잡았는지를 본다. 이는 창업자가 직원을, 직원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부터 기업이 지역사회와 맺는 관계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문화가 창업자의 가치관에만 머물면 안 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고객 확보와 유지는 직원들이 맡는다. 따라서 경영자의 역할은 직원들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데 있고 그것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로버트는 투자할 때도 ‘내가 속하고 싶은 회사인가’를 따진다고 말했다. 이 기준에 맞다고 본 기업이 MYSC와 인다우어스다. MYSC는 투자와 스타트업 육성을 넘어 리더를 양성하고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설계하는 조직으로, 인다우어스는 금융 전문성과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춘 인재를 키우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이사무엘=“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인다우어스가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대상은 인재(Talent)와 기술(Technology), 이른바 ‘2T’다. 기술 기반 금융회사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이에 신입 직원부터 경력자까지 지속적으로 배우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회와 자원을 제공한다. 이를 ‘휴먼 플러리싱(Human Flourishing)’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꽃을 피우듯 각자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실제 경영에 반영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김정태=“좋은 조직문화는 기업이 무엇을 이루려는지에 대한 ‘목적’과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핵심가치’가 함께 작동할 때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리더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말과 행동으로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MYSC가 매달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경영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구성원들이 알지 못한다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기 어렵다.”

로버트=“경영 철학은 말이 아니라 행동과 의사결정으로 드러난다. 다만 이를 실천하려면 자본과 제도의 환경도 중요하다. 정부나 공공부문에서 나온 자금은 지원 대상과 성과 기준 등이 미리 정해진 경우가 많다. 창업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자금의 조건에 맞춰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사회적 임팩트의 기준을 미리 정하면 창업자가 직접 발견한 문제보다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사업을 설계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창업자의 창의적인 시도를 제약할 수 있다.”

이사무엘=“좋은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이해관계자들이 같은 목표를 추구하며, 각자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있어야 한다. 직원들에게도 조직 내 관계와 문화가 중요한 동기가 된다. 물론 금전적 보상도 중요하다. 인다우어스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자체 평가한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회사 주식을 매입해 주주가 될 기회를 제공한다.”

인다우어스는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한 보상체계와 함께 조직문화를 점검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직원 약 190명 가운데 17~19명이 리더 그룹에 속해 조직 전반의 상태와 문화를 살핀다. 연 2회 실시하는 직원 몰입도 조사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조직에 얼마나 애착과 책임감을 느끼는지, 회사의 목표와 조직문화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등을 점검한다. 같은 횟수로 진행하는 개인 평가에서는 업무 성과뿐 아니라 동료와의 관계, 조직문화에 대한 기여를 함께 고려한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성과와 가치가 충돌할 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김정태=“사람도 나이에 따라 성장하는 방식이 다르듯 기업에도 성장 단계가 있다. 창업 초기에는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거치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다 수익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상업적 성과에 집중하다 본래 추구하던 방향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기업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한다. 따라서 투자자 역시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무엇을 기대하고 요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로버트=“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성장과 조직문화가 충돌하는 일이 끊임없이 생긴다. 창업 초기 기업에 성숙한 기업과 같은 판단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이라면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길 바란다. 당장의 성과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조금 더 배려하는 선택이 결국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를 놓치는 회사가 많다. 그런 부분까지 내다보는 기업을 더 선호한다.”

이사무엘=“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재 목적과 미션이다. 사업 방향을 바꾸는 ‘피벗(Pivot)’과 기업이 본래 추구하던 목적을 잃는 것은 다르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본래의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는 ‘목적 이탈’이다. 기업이 존재 이유를 잃으면 조직과 구성원, 고객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미션을 지키는 것이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조직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인다우어스가 경영 위기를 겪었던 2022년은 이러한 원칙을 시험받은 시기였다. 주식시장 하락과 벤처투자 위축으로 투자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약 30명의 감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다우어스는 직원을 단순한 피고용인이 아닌, 미션을 공유하는 동료이자 주주로 여겼다. 리더 그룹과 논의한 끝에 대규모 감원 대신 이들이 먼저 급여를 약 30% 삭감하기로 했다. 이를 전체 직원에게 알리자 다른 구성원들도 동료를 지키겠다며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회사는 삭감한 급여에 상응하는 주식을 제공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선택이 조직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는 자금 제공 외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김정태=“임팩트 기업에 투자하거나 지원할 때는 재무적·비재무적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일부터 고민해야 한다. MYSC와 JLIN이 코이카와 추진하는 ‘혼합금융 기반 동남아 임팩트 생태계 조성 및 스케일업 투자 사업’에서도 투자금과 보조금, 기술 지원을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자원과 목적을 연결하며 신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MYSC와 JLIN은 각각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지원사업과 연계해 보조금과 교육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창업자 대상 리더십 프로그램은 투자 기업 외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 커피 스타트업 자고커피(Jago Coffee)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청년 직원이 많아 현장 업무 외에도 교육이 필요했다. 이에 코이카 지원으로 현장 직원 약 200명에게 자산관리와 리더십 등을 교육했다. 투자자가 보유한 산업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도 활용했다. 현지 기업인과 NGO·정부 관계자 등을 연결하고,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Grab) 출신 펀드 출자자가 자고커피 창업자에게 인력 채용과 조직 관리에 관한 멘토링을 제공했다.

또한 JLIN이 공동 운용하는 아시아 컴패니언 펀드(ACF)의 미국·홍콩·싱가포르 출자자들은 투자 기업인 자고커피를 만나기 위해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이들은 창업자뿐 아니라 코이카 지원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현장 직원들도 만나 교육 경험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자고커피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이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까지 직접 듣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로버트= “투자자는 자본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자와 함께 기업을 만들어가는 동행자가 돼야 한다. 펀드 이름에 ‘컴패니언(Companion)’을 넣은 것도 이런 철학에서다. 투자자와 사업 운영진이 현장을 직접 찾아 창업자뿐 아니라 실제 수혜자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실제 수혜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사무엘=“투자는 기업의 성장 방향과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본마다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도 어떤 투자자를 주주로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인다우어스 역시 빠른 성장을 위해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지만, 전략적 투자자와 장기적으로 함께할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주를 구성했다. 이사회도 투자자가 경영을 좌우하지 않고 기업의 미션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끝으로, 좋은 기업이 사회에 남겨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정태=“투자금이 얼마나 돌아왔느냐뿐 아니라 기업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남겼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MYSC는 투자 성과를 네 가지 ‘엑시트(Exit)’로 구분한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재무적 엑시트’, 정책과 제도 변화를 이끄는 ‘정책적 엑시트’,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의 기준을 만드는 ‘생태계 엑시트’, 기존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사업 구조에 편입돼 변화를 확장하는 ‘전략적 엑시트’다. 기업에 따라 이 중 하나를 이루거나 여러 성과를 함께 만들어낼 수도 있다.”

로버트=“기업 안에서 형성된 문화가 조직 밖으로 확산되는 것 역시 중요한 사회적 임팩트다. 창업자가 직원을 존중하고 돌보는 태도는 직원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기업과 지역사회의 관계에도 반영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이런 변화도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앞서 좋은 기업의 기준으로 ‘사랑’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사무엘=“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고객의 삶에 나타나는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후를 준비하는 데는 개인의 금융 지식뿐 아니라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중요하다. 인다우어스는 고객의 투자 목적과 기간에 맞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를 돌려줘 투자 비용을 낮춘다. 이를 통해 개인과 가정이 장기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도록 돕는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잊지 않고, 그 목적을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댓글 작성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