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8곳 공동 논평…생산공정 탈탄소 넘어 산업 구조재편 촉구
오는 31일 제18회 화학산업의 날을 앞두고 환경단체 8곳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과잉 생산을 줄이고 저탄소·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산공정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공급과잉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등 8개 환경단체는 29일 공동 논평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화학산업의 날은 1972년 10월 31일 울산 석유화학단지 준공을 기념하는 날로, 2009년부터 매년 화학산업 발전에 기여한 기업과 종사자들의 공로를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이번 논평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공급과잉과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응해 구조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의 생산시설 확대와 자급률 상승으로 국내 기업의 주력 수출품인 플라스틱 원료 등 범용제품의 경쟁이 심화한 상황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했지만, 수출물량은 19.1%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수출 단가가 상승한 영향이다.
정부와 업계도 생산시설 감축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 방향을 발표한 뒤 업계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간 270만~370만 톤 줄이기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NCC는 플라스틱 등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올해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 석유화학단지에서 총 249만 톤 규모의 설비 감축 계획이 승인됐으며, 정부는 금융·세제·연구개발 등을 포함한 지원 패키지도 마련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설비 감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구조재편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에쓰오일(S-OIL)이 울산에서 추진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꼽았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약 9조3000억 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는 사업으로,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한다. 가동되면 포장재와 일회용 플라스틱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의 생산능력이 연간 132만 톤 추가된다. 에쓰오일은 신규 설비의 원가 경쟁력과 에너지 효율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지만, 환경단체들은 기존 설비 감축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범용제품 생산능력이 새롭게 확대되는 것은 공급과잉 해소라는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생산시설 감축뿐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방식과 원료 사용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7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완을 요구했다.
정부는 K-GX 전략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전기 나프타분해시설 기술개발과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 화석연료를 태워 얻던 열을 전기로 대체해 생산공정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단체들은 이러한 방향이 필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공정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기를 이용해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더라도 석유 등 화석원료를 사용하는 새 플라스틱 생산이 계속 확대된다면, 제품이 폐기·소각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는 것이다. 즉, 탄소배출이 적은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과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화석원료로 새로 만드는 플라스틱 대신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이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을 통해 재생원료 사용 확대와 포장폐기물 감축을 추진하는 것도 사례로 제시했다.
정부 지원 역시 기존의 범용제품 중심 생산구조를 유지하기보다 저탄소·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설비 감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불안과 지역경제 위축 등의 부담이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전가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화학산업의 날은 과거의 성장을 자축하기보다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불필요한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고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 논평에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솔루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여수환경운동연합, 울산환경운동연합,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충남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8개 단체가 참여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