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더나은미래>는 기업공익재단과 필란트로피가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방식을 살펴봤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교육에 반영하고, 현장에 더 많은 결정권을 맡기며, 기존 제도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가는 시도가 이어졌다. 동시에 가족돌봄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권리와 사회적 돌봄의 문제로 다시 정의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주목할 만한 주요 기사 5편을 정리했다.

◇ “빠르게 변하는 AI, 교육도 달라져야”…LG연암문화재단의 선택
LG연암문화재단은 그룹의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활용해 청소년 AI 교육과정을 직접 개발하고 매년 새롭게 개편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LG디스커버리랩’에서는 연간 3만3000명 이상의 청소년에게 무료 AI 교육을 제공한다. 올해는 여러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교육도 새롭게 도입했다.
교육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LG상남도서관은 연간 8명의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점자교육을 운영하는데, 교육생 한 명당 점자 강사와 촉수화 통역사, 이동 지원 인력 등 4명이 투입된다. 지원 규모보다 필요성을 우선한 사업이다.
최민호 LG연암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새롭다는 단어에 천착할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기존의 원칙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원은 빠르게, 결정은 현장에서”…이랜드재단의 파트너십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복지재단은 지역 복지기관과 비영리단체, 봉사자 등 현장 파트너에게 사업 실행과 판단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맡기고 있다. 위기가정 지원사업 ‘SOS위고’는 긴급 물품을 24시간 이내, 생계·주거·치료비는 3일 이내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일부 긴급생필품과 의료비는 현장 봉사자가 직접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돕돕 프로젝트’에서는 사업 목적과 단체 상황에 따라 인건비와 운영비까지 유연하게 지원한다. 2025년 기준 총 61개 단체를 통해 아동·청소년과 청년 1만7810명을 지원했다. 대신 성과지표와 역할은 함께 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현장에 맡긴다.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무엇을 이룰지는 함께 정하되, 어떻게 이룰지는 현장이 가장 잘 안다”며 “기준은 함께 세우고, 실행은 맡기고, 소통은 끊지 않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신뢰 기반 지원”이라고 말했다.
◇ “신생 재단이라 가능한 시도”…예강희망키움재단이 사각지대를 찾아가는 방식
지난해 설립된 예강희망키움재단은 기존 지원체계가 충분히 다루지 못한 대상을 발굴하고, 대상 특성에 맞는 새로운 지원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올해는 마약 중독 회복 당사자와 가족 약 20가정을 대상으로 치료비와 가족 여행비 등을 지원하는 ‘100일의 약속’을 시작했다.
이주배경 청소년에게는 국적이나 체류 등록 여부를 따지지 않고 한국어 교육과 진로 멘토링을 제공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에게는 풋살 프로그램을, 고립·은둔 청년에게는 야구단 활동을 지원하는 등 스포츠도 사회참여와 관계 회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윤모 예강희망키움재단 사무국장은 성과 기준에 대해 “재단의 KPI가 아니라 프로그램 수혜자의 KPI”라고 말했다. 사업 수나 참여 인원보다 대학 진학과 취업, 중독 회복처럼 당사자의 실제 변화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다.
◇ 게이츠재단, 11월 한국 사무소 개소…초대 소장에 이훈상
게이츠재단이 오는 11월 한국에 첫 사무소를 연다. 초대 한국 사무소장에는 이훈상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전략기획이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지난 21일 ‘2026 세계 바이오 서밋’ 영상 축사에서 한국 사무소 개설 계획을 공식 언급했다.
게이츠재단은 그동안 한국 정부와 기업들과 백신·치료제·진단기술 등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건복지부와 게이츠재단, 국내 기업들이 공동 출연해 2018년 설립한 라이트재단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의 연구개발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에 첫 사무소를 열어 한국의 리더십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 사무소 개설을 계기로 국내 기업·연구기관과 글로벌 보건 분야의 협력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 “가족을 돌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영케어러 22명, 첫 권리선언문 공개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년 22명이 직접 참여해 만든 ‘영케어러 권리선언문’이 처음 공개됐다. 선언문은 존엄권·발달권·참여권·돌봄권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가족을 돌보거나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부터 학업과 진로, 휴식,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까지 담겼다.
특히 “가족돌봄을 할지, 하지 않을지, 지속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 선택을 존중받을 권리”를 명시했다. 영케어러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권리선언문 제작을 총괄한 조기현 N인분 대표는 “그동안 가족의 몫으로 여겨졌던 돌봄을 이제는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며 “영케어러가 살기 좋은 나라는 결국 모든 돌봄자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