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자본이 민간 돈 깨워야”…임팩트투자 주류화의 조건[AVPN 2026]

[인터뷰] 람쿠마르 벤카트라마니 AVPN 디렉터
“혼합금융으로 상업자본 규모 키워야”   
AVPN, 아시아형 임팩트금융 확산 모색 

“정부나 재단의 자본만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규모를 만들 수 없다. 결국 더 많은 민간 상업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람쿠마르 벤카트라마니(Ramkumar Venkatramani) AVPN 디렉터가 바라보는 임팩트투자 ‘주류화’의 핵심은 자본의 규모화다. 정부나 재단이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돈을 모두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필란트로피 자본이 먼저 위험을 떠안아 민간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때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이고, 서로 다른 성격의 자금을 한데 묶는 방식이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다. 

2011년 설립된 AVPN은 아시아 전역의 기부자, 재단, 임팩트 투자자, 기업, 정책결정자를 연결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본과 자원이 현장으로 흐르도록 돕는 범아시아 사회적 투자자 네트워크다. 현재 아시아 16여 개국의 700여 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람쿠마르 디렉터는 AVPN에서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 개발금융기관(DFI), 다자개발기구, 기관투자자 등을 연결해 아시아의 임팩트·지속가능 투자 확대를 담당하고 있다. AVPN 합류 전에는 HSBC 자산관리·프라이빗뱅킹 부문에서 자산운용사 관계를 총괄했으며, 포트폴리오 관리와 퀀트 투자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더나은미래>는 AVPN 글로벌 콘퍼런스를 하루 앞둔 24일, 인도 뉴델리 타지 팰리스 호텔에서 람쿠마르 디렉터를 만나 임팩트투자의 주류화와 민간자본 확대 방안을 물었다. 

―임팩트투자와 전통적인 투자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나.

“둘 사이에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라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임팩트투자는 재무적 수익과 함께 그 자본이 어떤 사회적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본다. 신용에 접근하지 못했던 사람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는지, 교육이나 생계 여건이 개선됐는지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임팩트투자를 전통적인 투자와 완전히 별개의 영역으로 보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모든 투자 과정에서 임팩트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비로소 주류화됐다고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전통 금융이 임팩트투자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장기적인 시각이다. 전통 금융은 분기별 실적이나 단기 성과에 상당히 강하게 묶여 있다. 때로는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단기간에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변화는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 ESG 투자도 마찬가지다. 단기간에는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지속가능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임팩트투자는 정의상 보다 긴 시간의 그림을 보도록 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임팩트투자는 수익률이 낮다’는 인식이 존재하는데.

“실제로는 일반 펀드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임팩트펀드 사례도 많다. 수익률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서로 다른 성격의 자본을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 아닌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이 존재한다. 촉매자본은 더 높은 위험을 먼저 감수하거나 양보적인 조건으로 투자해 후속 상업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자본이다. 이런 자본을 일반적인 상업 투자자본과 같은 잣대로 놓고 수익률을 비교하면 임팩트투자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촉매자본을 활용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사례가 있다. 인도 360 ONE Foundation은 IIM 아메다바드 기반 창업지원기관 CIIE.CO와 함께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핀테크 기업에 약 25만 달러(약 3억 원)를 투입해 ‘1차 손실분담(First Loss Default Guarantee)’ 자금으로 활용했다.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필란트로피 자본이 먼저 손실을 부담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금융기관의 위험이 낮아지자 약 170만 달러(약 23억 원)의 대출자금이 추가로 유입됐다. 촉매자본의 약 6.8배 규모다. 

―그 구조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식이 혼합금융(Blendid Finance)인가.

“그렇다. 혼합금융은 공공·필란트로피 자본이 먼저 위험의 일부를 부담해 민간 상업자본을 끌어들이는 금융 구조다. 예를 들어 재단이나 개발금융기관(DFI)이 보증이나 후순위 투자로 초기 위험을 낮추면 민간 투자자가 들어오기 쉬워진다. 촉매자본이 ‘마중물’이라면 혼합금융은 그 마중물과 상업자본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왜 지금 임팩트투자에서 상업자본이 특히 중요하다고 보나.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과 공공 부문이 동원할 수 있는 재원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투자금과 현재 각국 정부·공공기관이 동원할 수 있는 재원 사이에는 매년 약 2조5000억 달러(약 3500조2500억 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정부 예산이나 공공금융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민간 투자자본이 훨씬 더 큰 규모로 움직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필란트로피, 공공금융, 촉매자본과 민간 상업자본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투자자금의 회수를 기다리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의 위험은 누가 부담해야 하나. 

“그 답은 투자자마다 다르다. 대학 기금처럼 영속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면 100년의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 반면 개인이 은퇴를 위해 투자한 돈은 자신의 생애 안에 돌아와야 한다. 개인에게 수십 년짜리 위험을 가장 먼저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긴 투자기간과 높은 초기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재단이나 대학 기금, 국부펀드처럼 장기적인 시간축을 가진 기관이 먼저 역할을 해야 한다. 위험이 어느 정도 낮아진 뒤 다른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다.” 

―AVPN 콘퍼런스가 개최되는 인도 시장이 가진 특수성과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인도는 유동성이 높은 초기 투자 생태계와 함께 상장주식시장, 사모자본시장, 채권시장 등 다양한 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활발한 창업 생태계와 사회적 증권거래소(SSE) 같은 제도적 기반이 결합해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반면 한국이 직면한 주요 과제는 인구 감소와 소수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라고 본다. 결국 시장의 폭과 다양성이 중요하다. 얼마나 다양한 기업과 투자자, 자본이 생태계에 참여하느냐가 임팩트투자 시장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5~10년, 임팩트투자가 주류 금융으로 진입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하나의 자금에만 기대지 않고 주식, 채권, 촉매자본처럼 성격이 다른 돈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금융 구조가 필요하다. 또 투자한 뒤 성과를 재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설계 단계부터 어떤 사회적 변화를 만들 것인지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는 서구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아시아에서 직접 만든 임팩트투자 방식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AVPN 콘퍼런스의 ‘임팩트 투자 데이(Impact Investing Day)’를 통해 기대하는 구체적인 변화와 협력 조건은 무엇인가?

“단순히 좋은 대화를 나누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글로벌 자산배분기관, 펀드매니저, 재단, 개발금융기관(DFI) 등 서로 다른 자본 제공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목적은 실제 협력과 투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글로벌 투자자가 자본을 배분하고, 지역 펀드매니저가 그 자본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한 기업이 다시 후속자본을 끌어오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투자자들이 ‘공통의 언어’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전통적인 투자자는 주로 수익률을 이야기하지만 임팩트 영역에서는 사회적·환경적 변화도 함께 본다. 서로 다른 금융 수단의 역할과 수익·임팩트를 함께 보는 방식을 이해하고 소통할 때 비로소 실제 투자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6’의 주제는 ‘아시아 행동을 위한 청사진(A Blueprint for Action in Asia)’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임팩트 투자 데이(Impact Investing Day)’를 별도로 두고 촉매자본과 혼합금융, 민간시장 자본을 임팩트 영역으로 끌어오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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