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사회적상속기금’ 출범…123명 참여해 1억2000만 원 조성
공익활동 나선 청년 지원하고 세대 간 자산·경험 나눔 논의 확대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것, 그 마음을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이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 제안하는 새로운 상속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형철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콘서트홀에서 열린 사회적상속기금 출범식 ‘이어받은 세상, 이어갈 사람에게’에서 한 말이다. 그는 “개인의 성장에는 교육과 제도, 공동체의 뒷받침이 있는 만큼 그 혜택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상속기금은 아름다운재단과 시민모임 ‘사회적상속마중물’이 함께 조성한 기금이다. 유산기부를 넘어 자산과 관계, 시간, 경험 등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사회적상속’을 새로운 기부문화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시민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도 이어간다. 캠페인이 던지는 화두는 ‘얼마를 남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다.
기금 조성을 위해 각계 인사 123명이 1억2000만 원을 모았다. 김성수 성공회 주교, 김전승 흥사단 이사장, 김형태 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본부 이사장, 이경희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장적 북한산 일선사 주지,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지영선 전 보스턴 총영사, 채수일 크리스챤아카데미 이사장 등 10명이 대표 제안자로 참여했다.
출범식에서 조희연 사회적상속마중물 공동운영위원장(전 서울시교육감)은 “상속은 내가 살아온 삶을 정리하는 과거를 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반면 사회적상속은 우리 삶의 일부를 미래의 가능성으로 바꿔주는 미래를 향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조성된 기금은 기후·생태·공동체 회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아름다운재단과 사회적상속마중물은 앞으로 시민 참여를 확대해 기금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날 두 단체는 8월 13일을 ‘사회적상속의 날’로 명명했다. 앞으로 민주화운동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쌓아온 자산과 경험, 사회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어갈지 논의할 예정이다.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한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청년들이 미래를 믿고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조건 없는 신뢰와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며 “사회적상속은 자산의 이전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신뢰 관계를 맺어가는 새로운 기부문화 운동”이라고 말했다.

◇ 돈보다 신뢰…‘사회적상속’의 의미
출범식에서는 사회적상속의 취지를 먼저 실천해온 ‘십시일반’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대담도 열렸다. ‘십시일반’은 60세 이상 시민들이 참여하는 단체 60+기후행동이 2023년 지리산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청년 활동가에게 월 50만 원을 지원한다. 별도의 증빙을 요구하지 않고, 지원자와 청년 활동가가 계절마다 한 통의 편지로 안부와 활동 소식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60+기후행동에 참여한 윤정숙 씨는 십시일반을 ‘세대 간 환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청년이 ‘숨 쉴 용기를 선물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며 한 달을 잘 살아보겠다’고 편지했을 때 목젖이 뜨거워졌다”며 “꿈을 포기하지 않은 청년 활동가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보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청년 김소연 씨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을 넘어 청년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것이 감동적이었다”며 “오늘 100일 된 아이와 함께 왔는데, 선배 세대에게 무엇을 이어받고 또 무엇을 이어줄 것인가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행사 말미에는 참가자들이 사회적상속 시민참여 선언문을 함께 낭독했다.
“누군가는 10%, 누군가는 1%. 또 다른 누군가는 시간과 경험을 나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함께 흐르게 하는 선택입니다. 자산은 쌓아두면 굳어지고 흐르게 하면 다음 생명을 키웁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받은 몫을 조금 먼저 돌려놓으려고 합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