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간 회의 22회…기후·에너지 법안 130건 중 본회의 통과 ‘0건’
오는 31일 활동 종료를 앞둔 제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기후특위)’ 소속 위원들의 기후위기 대응 이해도와 의정활동을 전수 분석한 결과, 파리협정의 1.5도 목표와 비교한 정책 정합성과 회의 참여도가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미디어허브는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의 기술 지원과 검수를 바탕으로 지난 17개월간 기후특위 위원들의 의정활동 충실도와 정책 성향을 평가한 종합 분석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출석률·발언량·법안 발의 등 의원 간 비교가 필요한 정량평가는 재임 기간이 5개월 이하인 위원 6명을 제외한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 평가는 기후특위 활동 기간 위원들의 기후 관련 발언 736건을 국회 회의록과 언론 보도에서 수집해 파리협정 1.5도 목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평가한 질적 데이터와 회의 출석률, 발언량, 법안 발의 건수를 계량화한 양적 데이터를 종합해 이뤄졌다.
정책 정합성 평가는 인플루언스맵이 기업의 기후정책 관여 활동이 파리협정 1.5도 목표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권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방법론을 국회의원 의정활동에 맞게 적용했다. 0점을 중립으로 두고, 기후정책에 역행할수록 -2점에, 적극적으로 지지할수록 +2점에 가까워지는 방식이다. 실제 입법 논의가 이뤄지는 회의록상 발언에는 언론 보도를 통한 발언보다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 기후미디어허브가 평가를 진행하고 인플루언스맵의 최종 검토와 검증을 거쳤다.
◇ 기후 대응 발언 절반 이상 ‘원론적·역행’
기후특위 위원 전체의 평균 점수는 0.42점이었다. 중립 수준을 소폭 웃도는 수치로, 대다수 의원이 1.5도 목표 달성을 표면적으로는 지지하지만 구체적인 달성 수단과 법안에 대한 의지는 부족한 것으로 해석됐다. 전체 발언 가운데 가장 높은 +2점을 받은 발언은 9.1%(67건)에 불과했다. 반면 원론적·중립적 입장을 취한 발언은 41.4%(305건), 기후 목표에 역행하거나 규제 완화를 요구한 발언은 12.3%(90건)로 집계돼 전체의 53.7%가 원론적이거나 기후 목표에 역행하는 성향을 보였다.
의원들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주로 다뤘다. 배출권을 기업에 무상으로 나눠주는 대신 일부를 돈을 받고 배분하는 유상할당과 다른 곳에서 줄인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배출량을 상쇄하는 상쇄배출권을 둘러싼 발언이 많았다. 원전 건설과 석탄발전소 폐지, 해상풍력법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개별 위원과 정당별 편차도 뚜렷했다. 정책 정합성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위원은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1.42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1.00점)·이소영(+0.95점) 의원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최하위 점수를 기록한 3명은 이헌승 의원(-0.51점), 김소희 의원(-0.43점), 조은희 의원(-0.43점)으로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지난해 9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특위 전체회의에서 이헌승 의원은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50%로 늘리면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5조 원 증가한다.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라고 말했다. 분석에서는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유상할당 확대가 꼽히는 점에 비춰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유상할당 비중 확대에 반대하는 발언으로 평가됐다.
조은희 의원은 지난 4월 1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기후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 대해 “조기 감축 경로는 더 책임 있고 도덕적이고 좋은 선택지처럼 보이게 만들고 다른 선택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것처럼 보이게 설계를 했다”며 온실가스 배출 규제 완화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발언량이 가장 많았던 김소희 의원은 162건을 기록했다.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 기술 분야에서는 석탄발전소 폐지를 반대하는 주장 등 국제협의에 어긋나는 발언들이 확인됐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11일 대정부질문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경제와 산업을 고려해서 2040 탈석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별 평균 점수는 조국혁신당(+1.42점), 진보당(+1.21점), 더불어민주당(+0.76점) 등이 양수(+)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유일하게 음수(-0.26점)로 집계됐다. 전체 발언의 30.7%가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다뤘지만, 가중치 산식을 적용한 정책 기여도는 0.18점에 그쳤다. 주요 기후 대응 수단인 재생에너지를 직접 언급한 발언은 전체의 4.0%였다.
◇ 회의는 월평균 1.3회…법안 발의도 일부 의원에 편중
정량적 의정활동 분석에서도 실질적인 입법 성과는 저조했다. 기후특위는 17개월간 총 22회, 월평균 1.3회의 공식회의를 열었다. 일반 상임위원회의 평균 회의 개최 횟수 55.6회와 비교하면 약 40% 수준이다.
기후특위 위원들이 발의한 기후·에너지 관련 법안 130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법안은 한 건도 없었다. 출석률 100%를 기록한 의원은 20명 중 박지혜·위성곤 의원 2명이었고, 70% 미만은 차지호 의원 66.7%, 이헌승 의원 65.0%, 서범수 의원 60.0% 등 3명이었다. 회의마다 평균 3~4명의 의원은 아무런 발언 없이 출석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발의 실적의 63%는 위원장과 간사를 맡은 상위 6명에게 편중됐다.

기후특위는 헌법재판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지난 7월 22일 소위원회에서 의결한 개정안에 대해 이달 안에 전체회의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범위를 설정했다. 2035년 목표는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2040년과 2045년 목표는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국회는 정부와 함께 한국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국민을 설득할 책임이 있으며 기후특위는 그 핵심 기구”라며 “지금까지 기후특위의 활동이나 위원들의 발언 내용을 보면 선제적 입법 대응 의지가 있는지 총체적으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는 “헌재는 감축목표를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본회의에서는 IPCC 권고에 부합하는 조기 감축경로가 명시된 합헌적인 탄소중립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헌법재판소는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넘기지 말라고 했고, 국회가 연 공론화에서 시민 78%가 더 빨리 감축하자고 답했다”며 “국회는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감축 조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후미디어허브는 이번 평가가 자의적 기준을 배제하고 객관성과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플루언스맵과 기술 협력 및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인플루언스맵의 표준 방법론과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데이터 가중치 산정과 발언 분석 등 전 과정에서 교차 검수를 거쳤다. 기후행동 100+와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인플루언스맵의 자료를 기후정책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