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공익 법률 수요, 기반은 취약…“절반은 비정규직·나홀로 사무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공익적 법률가 양성을 위한 연구’ 발간
공공·시민사회·기업 내 공익 법률가 생태계 첫 종합 분석
연구진 “직역은 넓어졌지만 고용·재정 기반은 뒤처져”

전통적인 소송 대리와 법률 자문을 넘어 행정, 시민사회, 기업 등에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법률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단기 계약직 위주의 고용 불안정과 공익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재가 여전히 한계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최근 발간한 ‘공익적 법률가 양성을 위한 연구’ 보고서는 이러한 한국 공익법 생태계의 현주소를 종합적으로 담았다. 장보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총 12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공익적 법률가의 활동 영역을 ▲공공 ▲시민사회 ▲민간기업 ▲법학전문대학원·연구기관 ▲개별 변호사 등 5개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기존 비영리·시민단체 중심으로 다뤄져 온 공익변호사의 범위를 공공기관과 기업 등으로 넓혀 종합적으로 살펴본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연구진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파악한 결과, 공공 영역으로 진출하는 변호사의 규모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관 및 지역 간 인력 격차가 컸다.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57개 조사 대상 기관 중 최소 44개 기관에 총 460명의 변호사가 재직 중이며, 국세청(86명)과 감사원(43명) 등 주요 부처에 다수가 포진해 있다. 전국 107개 지방자치단체에도 총 285명이 근무 중이었다. 그러나 광역지자체 36개 기관에 191명이 집중된 반면 기초지자체 226곳 중 71곳에만 94명이 근무해 약 69%의 기초지자체에는 상근 변호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비수도권 군(郡) 단위 기관 중 변호사가 있는 곳은 단 14%에 그쳤다.

공익변호사에 대한 인사 체계와 처우는 여전히 과거의 임시적 보조 인력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된 것은 고용 불안정성으로, 공공기관 재직 변호사의 51.3%가 계약직 또는 임기제 형태로 고용되어 있으며 정규직은 42.1%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대다수 변호사를 임기제 또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 법조 인력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약 3%였고, 시간선택제 임기제는 전체 재직 인원의 약 27%를 차지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도 장기근속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공공기관 76곳 가운데 변호사가 1명인 기관은 26곳(34.2%), 2~3명인 기관은 24곳(31.6%)이었다. 전체의 약 66%가 변호사 3명 이하 체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기초지자체도 기관당 평균 변호사 수가 1.3명으로, 1인 체제가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범위는 기존 송무와 법률자문을 넘어 ESG 경영, 내부통제, 국회 대응, 전략기획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였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공공기관 변호사 생태계가 ‘직무 영역의 고도화’와 ‘인사 체계의 저성장’ 사이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역할과 책임의 범위가 넓어진 데 비해 고용 형태와 보수, 인사 체계는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공공 영역뿐 아니라 시민사회, 민간기업, 법학전문대학원·연구기관, 개별 변호사의 공익활동에서도 공통적으로 ▲고용 불안정 ▲재정 구조의 취약성 ▲관련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 ▲공익활동에 대한 평가체계 부재 등의 과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공익적 법률가 양성은 특정한 공익변호사 몇 명을 더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법조 직역 전체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며 “늘어난 공익적 역할을 개인의 헌신에 맡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커리어 경로가 보장되는 직업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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