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대형 데이터센터 인허가 유예…한국도 24.7GW 추가 전력 과제
기후테크 투자 55% 늘었지만 데이터센터 등 대형 인프라에 집중
소풍벤처스 “AI 전력 비용 산정·분담 기준 마련해야”
AI(인공지능) 기술 도입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발전소와 송전망을 새로 구축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내야 할까. 데이터센터 기업이 내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이 전기요금으로 나눠 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기업이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자체 가스발전소를 짓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최근 발표한 ‘바이위클리 브리핑(BI-WEEKLY BRIEFING)’에서 미국 뉴욕주의 데이터센터 허가 보류 조치와 국내 메가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24.7기가와트(GW)의 추가 전력 수요를 바탕으로 전력·기후테크 시장의 주요 현안을 분석했다.
◇ 뉴욕주, 50MW 이상 데이터센터 허가 유예…전력망 비용 귀속 논의

미국 뉴욕주는 지난 7월 14일 50메가와트(MW) 이상 대형 데이터센터의 일부 신규·확장 사업에 대한 허가 절차를 일시적으로 보류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주 정부가 데이터센터 허가를 보류한 첫 사례다. 50MW는 약 4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과 비슷한 규모다. 일반적인 상업용 데이터센터보다 여러 건물을 한곳에 모아 짓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가 주된 대상이다. 현재 뉴욕 전력망에는 약 12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조치가 50MW 이상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 동안 전면 금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뉴욕주 공공서비스국이 데이터센터 개발 전반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를 마칠 때까지, 기존에 서류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일부 사업의 허가 절차를 멈춘 것이다. 지방정부가 내주는 허가는 제외되며 제조·연구·교육·의료 목적의 시설도 예외다.
뉴욕주가 허가 절차를 보류한 배경에는 전력망 확장 비용 문제가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더 많은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선과 변전소 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뉴욕주는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제공할 편익과 전력망 보강 비용의 분담 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첫 번째는 데이터센터 기업이 전력망 확충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다. 뉴욕주는 데이터센터 허가 과정에 기업의 비용 부담 기준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식이 확산되면 기업들이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력망 관리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두 번째는 데이터센터가 기존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부지 안에 자체 발전소를 짓는 방식이다. 필요한 전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늘어나면 온실가스 배출도 증가할 수 있다.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에서 계획되거나 제안된 데이터센터 전용 가스발전 사업은 74건, 총 143GW 규모다. 이 가운데 32건이 텍사스에 몰려 있다. 이들 시설에서 나올 수 있는 온실가스는 연간 6억6200만t으로, 호주 한 나라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됐다.
한국도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연결될 때 일부 공사비를 부담하게 한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때문에 추가로 들어간 전체 비용이 얼마인지, 그 돈을 기업과 국민 중 누가 얼마나 내는지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결국 비용 일부가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내 AI·반도체 시설에 필요한 전력만 24.7GW
국내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기를 제때 공급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호남에 새로 들어설 반도체 공장 4기에는 6.3GW, AI 데이터센터에는 18.4GW의 전력이 필요하다. 두 사업을 합치면 24.7GW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포함하면 39.7GW로 늘어난다.
전력 공급에서는 안정성과 속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신규 원자력발전소는 건설을 결정한 뒤 실제 가동하기까지 6년 이상 걸린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2~3년, 반도체 공장은 2~4년이면 완공될 수 있다. 전기를 사용할 시설이 이를 공급할 시설보다 먼저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초기 수년간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설치 기간이 1~2년 수준인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스발전 등의 조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풍벤처스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설비 완성 시점에 따른 공급 순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았다.
◇ AI 전력 수요 따라 투자금도 이동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는 기후테크 투자금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데이터센터 기업이 전력망 확충 비용을 내게 되면 ESS와 전력망 관리 기술의 시장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이 자체 발전을 선택하면 가스발전이나 연료전지처럼 데이터센터 부지 안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가 투자받기 유리해진다.
실제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커런스(Currenc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후테크 벤처투자는 261억 달러(약 36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 건수는 25% 줄었다. 전체 투자금의 40% 이상이 상위 10개 사업에 집중됐고,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이 전체 투자액의 34%를 차지했다. 소풍벤처스는 이를 두고 “기후 자본이 돌아왔지만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투자금은 늘었지만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 등은 여전히 투자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끝으로 브리핑은 AI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짚었다. 정부 내에서도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성과를 협력사 및 비정규직 등과 공유하는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초과이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며, 장기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해 연구개발(R&D)과 생산 설비에 재투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소풍벤처스는 “AI 인프라 구축으로 발생하는 거대한 전력 비용이나 막대한 초과이익 모두, 정확히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측정하고 공개할 시스템이 없다면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될 것”이라며 “유발 비용과 발생 이익에 대한 투명하고 정교한 산정 기준 마련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