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ESG리포트, 경쟁사 1/10 불과 ‘부실’ 논란…“단순 홍보용 수준”

10쪽 쿠팡 ‘임팩트 리포트’, 이사회·환경·안전 지표 ‘실종’
네이버·이마트, 국제 기준 갖춘 100-200페이지 발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보안 사고를 낸 쿠팡이 올해 연 매출 50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책임과 내부 통제 앞에선 ‘미국 기업’이라는 방패 뒤로 숨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논란은 쿠팡이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네이버, 이마트 등 경쟁사들이 100~200페이지 분량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비재무적 성과를 상세히 공개하는 것과 달리, 쿠팡의 10페이지 남짓한 ‘임팩트 리포트’에서는 이사회나 환경 관련 기본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다. 

◇ 국내 이커머스 3사 중 쿠팡만 ‘지배구조 공시’ 공백 

쿠팡은 정식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 대신 2022년부터 10페이지 안팎의 ‘임팩트 리포트’라는 명칭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ESG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는 재무와 비재무적 성과를 포괄하는 200페이지 분량의 ‘통합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으며, 이마트 역시 2021년부터 매년 약 100페이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쿠팡 2025 임팩트 리포트 표지 갈무리

3사의 보고서를 비교해보면, 쿠팡만 지배구조(Governance) 분야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네이버와 이마트는 2024 보고서에서 총 7명의 이사회 구성과 사외이사 비율(57.1%), 감사위원회·리스크관리위원회 등 5개 내외 산하 위원회 운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하며 경영진을 견제하는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 쿠팡 본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사회 멤버는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의 유통 환경이나 노동시장 특수성 등을 충분히 이해할지는 의문이다. 한국 쿠팡은 미국 본사 쿠팡Inc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이며, 본사의 의결권 76%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단독 보유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쿠팡 이사회가 실질적 감시·견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나아가 “김범석 의장의 의사결정을 승인하기만 하는 ‘거수기(Rubber Stamp)’ 역할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동찬 퀀티파이드이에스지(QESG) 파트너는 “지배구조 공시는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와 안전벨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점검표와 같다”며 “누가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경영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할 안전장치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사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ESG가 단순한 홍보용 장식이 아니라 기업 의사결정 체계에 내재화되어 있음을 투자자에게 증명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 환경·사회 데이터도 ‘공백’

환경(E) 분야의 데이터 격차도 크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511만㎡(약 155만 평)에 달하는 물류 시설을 운영 중이다. 전국 260개 시·군·구 중 70%를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으로 만들었고, 지방 중소도시까지 물류망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 리포트 어디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현황이나 폐기물 처리량 등 환경 관련 데이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마트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반면 경쟁사들은 환경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는 2040년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목표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물론, 매출 대비 배출량(집약도)이 2023년 대비 2024년에 약 22% 늘었다는 점까지 투명하게 제시했다. 이마트 역시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집약도(약 3.6% 증가)를 공개하고, 폐기물 재활용률 변화 등 3개년 추이를 함께 기록해 감축 노력을 드러냈다.

사회(S) 부문에서도 쿠팡은 양적 지표 중심의 나열에 그친다. 쿠팡은 고용 8만 명, 소상공인 거래액 12조 원, 파트너 수 23만 명 등을 강조했다. 안전보건 투자 역시 2023년에 180억 원을 투입했다고 밝히지만, 재해율·산업재해 예방 효과 등의 지표는 빠져 있다. 

네이버가 임직원 고충 처리율이 99%(접수 3239건 중 3209건 처리)라는 수치를 공개하고, 이마트는 ‘산업재해율 0.37%’라는 결과치까지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 “기후변화 대응·공급망 인권 등 국제 기준 맞춰 공시해야” 

보고서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제3자 검증도 쿠팡에는 없다. 네이버와 이마트는 외부 기관(DNV, 한국표준협회 등)으로부터 검증을 받았지만, 쿠팡은 자체 작성 데이터만 제시한 수준이다.

쿠팡 2024 임팩트 리포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소상공인’, ‘함께’, ‘지역’으로 확인된다. 상생·협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ESG 공시로서 갖춰야 할 기본 구조와 데이터가 빠져 있어 “홍보 브로슈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 파트너는 “쿠팡의 리포트는 사업 특성과 밀접한 환경·인권·거버넌스 등 핵심 정책과 정량 지표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ESG 수준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향후 기후변화 대응, 포장재·자원 사용, 공급망 인권, 데이터·개인정보 보호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성과와 목표를 체계적으로 공시하고 GRI 등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글로벌 표준 미준수 사유와 향후 데이터 공개 계획 등을 묻기 위해 쿠팡 측에 전화와 메일로 질의했지만, 쿠팡 측은 답변을 미루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더나은경제>가 쿠팡 측에 질의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쿠팡은 네이버·이마트 등 경쟁사가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것과 달리, ‘임팩트 리포트’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GRI, SASB 등 글로벌 공시 기준을 적용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향후 글로벌 공시 기준을 적용한 ESG 보고서 발간 계획이 있을까요?
2. 귀사는 전국적인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포트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 2),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관리 등 구체적인 환경 데이터가 부재합니다. 현재 내부적으로 해당 데이터를 측정 및 관리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2-1. 관련 데이터를 관리 중이라면 리포트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향후 공개 계획이 있으신지 문의드립니다.
3. 안전보건 부문에 18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히셨으나, 산업재해율이나 재해 예방 효과 등 구체적인 ‘결과 지표’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투자 금액 외에 실질적인 안전 성과를 입증할 데이터 공개 계획이 있으신지 문의드립니다.
4. 국내 경쟁사들이 이사회 구성, 사외이사 비율, 산하 위원회 활동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달리, 귀사의 리포트에는 이러한 지배구조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고, 향후 공개할 계획이 있으실까요?
5. 현재 발간 중인 임팩트 리포트는 제3자 검증(Third-party Assurance)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외부 검증 기관을 통한 검증 절차를 도입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6. 쿠팡의 임팩트 리포트가 ‘홍보 브로슈어’ 수준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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