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협력의 힘, 임팩트를 더하다 <3·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남양호 원장·전유진 사업본부장 특별 대담
“정부는 단순한 시장 조력자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미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혁신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는 저서 ‘미션 이코노미(Mission Economy)’에서 정부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했다. 시장의 결함을 메우는 ‘조력자’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며 방향을 설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추진 중인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에도 녹아 있다. 공공이 협력의 무대를 만들고, 민간과 사회적경제조직이 그 위에서 해법을 실험하는 구조다.
이 사업은 단순한 공모사업이 아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포착한 조직이 과제를 제시하면, 기업과 기관이 뜻을 모아 실행에 옮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백본(backbone)’ 역할을 맡아 전문가를 매칭하고 협력의 균형을 잡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안성의 ‘일죽목욕탕’과 ‘청년 그린 편의점’ 같은 실험이 나왔다. 돌봄 공간이 안전 복지 플랫폼으로, 편의점 점포가 청년 자립의 출발점으로 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공공·기업·사회적경제가 맞물린 이 협력 모델은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남양호 원장과 전유진 사업본부장을 만나 이 실험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 협력 구조를 설계하고, 사회적 가치를 ‘보이게’ 만들다
―이 사업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나.
전유진(이하 전)=2022년, 경기도가 사회적경제조직과 함께 ‘100대 사회문제 의제’를 도출한 것이 시작이었다. 문제를 찾아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해결로 이어지려면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2023년 신설된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직접 나섰다. 환경·돌봄·고용·주거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는 어느 한 조직만으로는 풀 수 없다. 공공·기업·사회적경제조직이 각자의 역할로 맞물릴 때 지속 가능한 해법이 가능하다.
남양호(이하 남)=단년도 성과 중심의 공공지원 사업을 넘어서려 했다. 지원금을 나누는 게 아니라, 협력이 굴러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기업의 혁신 역량과 사회적경제조직의 실행력을 결합해 ‘공공사업’을 ‘사회혁신 비즈니스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성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시도도 있었다고 들었다.
남=사회적경제가 신뢰를 얻으려면 ‘가치를 증명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말보다 데이터가 설득력을 갖는다. 숫자는 경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언어다. 측정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정교해지고, 축적된 사례는 결국 신뢰의 기반이 된다. 사회적경제가 ‘말이 아닌 증거로’ 평가받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 측정 지원을 통해, 각 조직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전=‘평가’가 아니라 ‘측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적경제조직의 활동이나 프로젝트가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회적 가치 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과 협력해 사회연대경제조직 맞춤형 지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사회성과 크레딧 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가치가 실제 생활비나 임대료, 공공요금 등과 연동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데이터로 신뢰를 쌓고, 그 신뢰가 다시 협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의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성의 ‘일죽목욕탕’은 낡은 시골 목욕탕을 지역 돌봄 거점으로 바꾼 프로젝트로, 한국사회가치평가 분석 결과 투입 금액 대비 약 3.2배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노인 돌봄과 지역 건강 증진 효과를 동시에 거둔 사례로 평가된다.

“사회적경제는 위기의 일상화 속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기업, 공공기관,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회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인정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욱 기자
◇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만들 것”
―‘콜렉티브 임팩트’ 모델 속에서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남=모래와 자갈, 나무가 섞여야 단단한 구조가 되듯, 사회도 다양한 주체가 맞물려야 버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기업·비영리·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를 ‘통역’하고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갈등의 각을 다듬고, 협력이 지속되도록 기름칠을 하는 역할이다.
전=공공은 무대 위의 주연이 아니라, 무대를 빛나게 하는 조명 같은 존재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주저하는 사람들’을 무대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테이블을 만들어 대화가 흐르게 하고, 논의가 멈추지 않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연결자’다.
내년부터 사업 구조를 손본다. 지금처럼 ‘상반기 의제 발굴–하반기 실행’이 아닌, ‘사전기획형–후속실행형’으로 개편한다. 먼저 오는 11~12월 ▲돌봄 사각지대 해소 ▲기후변화 대응 ▲지역 활성화 등 세 분야의 의제를 제안받아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구체적 협력 모델을 설계하고, 다음 해 상반기에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구조다.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협력의 완성도와 지속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두 사람 모두 최근에 리더십으로 임명됐다. 향후 계획과 비전이 궁금하다.
전=이제 사회적경제는 단순한 지원사업의 단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임팩트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각 조직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가 정책, 시장, 투자와 연결되어야만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사회성과를 데이터로 증명하고, 그 결과가 다시 제도적 보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려 한다. 사회성과보상(SIB) 사업, 임팩트 펀드 등을 통해 측정된 가치가 실제 자금 흐름과 맞닿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사회적경제 조직이 자립하고 확장하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남=사회적경제는 위기의 일상화 속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공공기관,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회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인정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진짜 협력이 완성될 것이다.
수원=김경하·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