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기자, 자원봉사자가 되다 <6>
농협상호금융 ‘복날맞이, 무더위도 계(鷄) 운하게’ 나눔 행사 현장
“어르신들 식판 쏟아지면 정신없어요! 지금 빨리, 빨리!”
베테랑 봉사자의 외침을 신호탄으로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손길들이 빨라졌다. 머리 두건과 앞치마, 마스크, 비닐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기자가 맡은 임무는 식사 후 식판 정리였다. 식판에서 수저와 닭 뼈를 분리하고, 남은 음식물을 덜어내는 손길은 쉴 틈이 없었다.
사방으로 튀는 반찬 국물과 삼계탕 기름이 옷과 얼굴에 묻었지만 닦아낼 겨를도 없었다. 한 봉사자는 눈에 들어간 김칫국물을 급히 물로 씻어냈고, 다른 봉사자는 쓰레기통에 잘못 떨어진 젓가락을 황급히 건져 올렸다. 정신없는 순간이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찡그리는 얼굴이 없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일, 서울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복날맞이, 무더위도 계(鷄) 운하게’ 나눔 행사는 농협상호금융이 주최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틀 앞둔 말복을 맞아 삼계탕과 수박 등 800인분의 여름 보양식을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자리였다.
◇ “10점 만점의 10점이요”
오전 10시 40분, 배식이 시작되자 복지관 1층 식당은 금세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들고 나는 식판마다 뜨거운 국물과 김치, 수박이 담겼다. 삼계탕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공기를 채우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어르신들 얼굴엔 연신 미소가 번졌다.
“그제 왔다가 삼계탕 준다기에 오늘 또 왔지.”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유근자 어르신은 식판을 앞에 두고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쳤다. 마포구의 고영대 어르신도 “간이 딱 맞고 뼈까지 씹히니까 더 좋다”며 웃었다. 몇몇은 부부가 함께 앉아 식사를 나눴다. 누군가에겐 외식이고, 누군가에겐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 “젊은 세대가 같이 움직이니 어르신들도 활짝”
이날 행사엔 NH콕서포터즈 4기 대학생 7명이 봉사자로 참여했다. NH콕서포터즈는 농협상호금융이 Z세대와의 활발할 교류와 소통을 통해 혁신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고자 출범한 대학생 홍보대사다. 지난 5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4기 대학생들은 신사업 아이디어 제안, 홍보 콘텐츠 제작 등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 이쁜 어머니 김치 리필이요~!”
어르신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던 서율(25) 씨는 “3시간밖에 못 자고 와서 피곤했지만, 한 어르신께서 ‘너무 고마웠다’고 따로 인사를 건네주시는데 괜히 뿌듯하고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며 “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늘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와 함께 잔반 처리를 하던 고은채(22) 씨도 “옷에 반찬이 다 튀었지만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에 ‘고맙다’고 웃으며 화답해주시는 순간 피로가 싹 가셨다”고 말했다.
농협상호금융이 마포노인종합복지관과 삼계탕 나눔을 이어온 건 올해로 3년째. 이상번 마포노인종합복지관 지역협력팀 과장은 “단순히 음식만 후원하는 게 아니라, 대학생 서포터즈까지 와서 배식 봉사까지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며 “덕분에 젊은 세대와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세대 통합의 장이 열렸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직접 식판을 나르며 구슬땀을 흘린 여영현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는 “부부가 함께 오신 어르신들을 보면서 어르신들께 삼계탕 한 그릇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이나 나들이의 의미가 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0인분을 준비했는데 더 많은 분이 오셨다가 발길을 돌리셨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며 “내년에는 더 넉넉히 준비해 한 분이라도 더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봉사가 끝나고 앞치마를 풀자 옷 곳곳에 김칫국물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 어떤 날보다 ‘계’운했던 하루. 폭염 속, 삼계탕 한 그릇으로 전해진 존엄한 한 끼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복지관을 나섰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