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재단 세율 최대 10%로 급등
비영리단체 지원 받는 지역사회 활동 축소 높아져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대규모 감세 법안이 22일(현지 시각) 미 하원을 통과했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법안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낮추는 대신, 비영리단체와 사립대학의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최대 10%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은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트럼프 정부 첫 임기였던 2017년 도입된 감세 정책의 영구화다.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세 등이 주요 내용이며, 이로 인한 향후 10년간 연방 정부 세수 손실액은 약 4조6000억 달러(한화 약 62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안전망 지출 역시 대폭 줄일 계획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비영리단체에 대한 과세 강화다. 현재 미국 비영리단체의 투자 소득 세율은 일률적으로 1.39%이지만, 앞으로는 자산 규모에 따라 최대 10%까지 인상된다. 구체적으로 자산이 5000만 달러 미만이면 기존과 같은 1.39%를 유지하지만, 5000만~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420억원)는 2.8%, 2억 5000만~50억 달러(한화 약 6조 8400억원)는 5%, 50억 달러를 넘으면 10%까지 부과된다. 이때 관련 단체의 자산도 함께 계산해 세율이 결정된다.
사립대학 기금도 큰 폭으로 오른다. 기존에 1.4%였던 세율이 기금 규모에 따라 최대 21%까지 누진적으로 부과된다. 고액 연봉 직원에 대한 과세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각 조직에서 상위 5명만 세금 부과 대상이었으나, 연봉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모든 비영리단체 직원은 세금 부과 대상이 된다. 이 밖에 단체의 이름과 로고 사용으로 얻은 수입, 직원 복지 혜택, 공개되지 않은 연구활동 수익도 과세 대상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선기부 세액 공제에도 변화가 생긴다. 과거에는 과세소득의 최대 10%까지 자유롭게 공제가 가능했으나, 이번 법안은 최소 과세소득의 1% 이상 기부해야만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기부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대형 비영리재단의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결국 지역사회의 공익 프로그램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재단협의회(COF)의 젠 홀컴 부사장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재단을 넘어 지역사회 병원과 교육기관 등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시간 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찰스 스튜어트 모트 재단의 리지웨이 화이트 대표 역시 “세금 부담 증가로 인해 미시간주 내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과 공원 유지 보조금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문화센터, 자선단체, 푸드뱅크, 난방센터, 식품배급소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공익 프로그램에도 전반적인 예산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파트너십의 캐시 와일드 대표는 “비영리단체들이 현재 공공서비스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다”며 “재단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세금 인상은 정부의 역할을 민간 부문으로 이전하겠다는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도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비영리단체의 면세 지위를 적법 절차 없이 박탈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은 제외된 채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원안에는 재무부 장관이 법적 근거나 사법적 검토 없이 특정 비영리단체를 테러 지원 단체로 지정하고 면세 자격을 임의로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종 확정까지는 상원의 심의와 상·하원 간 조정 절차가 남아 있어 향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 의회 지도부는 오는 7월 4일 전까지 법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