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치바람 재생에너지 및 규제 정책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발표
국민 10명 중 7명 “한국 기업 RE100 실천 산업경쟁력 강화 직결”
국민 10명 중 6명은 “집이나 땅이 있다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 호감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겠다는 실천 의지다. 한국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응답도 70%를 넘었다.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으로 구성된 기후연대 기후정치바람의 최근 전국 18세 이상 국민 4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 “내 집이면 태양광 달겠다” 60.4%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거나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국민은 전체의 12.7%였지만, 향후 의향이 있는 사람은 60.4%에 달했다. ‘내 집이 아니라서’(28.1%), ‘비용이 부담돼서’(24.6%), ‘설치 방법을 몰라서’(13.6%)가 그간 설치하지 못한 이유로 꼽혔다.

이를 두고 기후정치바람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태양광 발전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태양광 보급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사례가 이미 여럿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의 경우 경기도는 시·도 내 태양광 설치 비용의 40~50%를 지원하는 ‘1가구 1발전소 미니태양광 사업’을 추진했다. 2021~2024년 동안 총 6941가구가 3409kW 용량의 미니 태양광 설비를 마련했으며 경기도는 올해 3kW 규모의 주택태양광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 “TSMC·구글처럼 가야”…국민 71.6% “RE100은 경쟁력”
재생에너지가 산업의 미래라는 인식도 뚜렷했다. RE100이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1.6%, 산업입지 허가 시 대형발전소나 송전탑 설치가 어려운 지역보다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확보된 지역에 해야 한다는 문항에는 83.4%가 찬성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에 동참하여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TSMC는 지난달 ‘지구의 날’에 2030년까지 RE60, 2040년 RE100 달성을 공표했고, 구글은 495MW 규모의 대만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펭미아오1’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처음 체결한 해상풍력 구매계약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려워 해외 생산기지에서 RE100을 실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팀장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가 없어서 못 한다’라고 말하는 상황을 정부가 방치해온 결과”라며 “제도적 정비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지역별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에 따른 산업단지 유치, 재생에너지 전력망 인프라 확대, 기업의 RE100 실현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며 “무엇보다 산업계와 국민들에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산업계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원하지만 환경 분야는 전력생산으로 인한 기후변화 악화를 우려한다. 조사 결과 국민 67%는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규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으니 에너지 효율 조치를 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세제혜택을 준다는 응답이 36.2%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한다(33.6%) ▲정부가 에너지 효율 등급 한계를 지정해서 규정한다(20.0%) ▲기업이 알아서 조절하게 한다(3.3%) 순으로 응답이 높았다.
◇ “시민들은 건물·교통 전환과 탄소세 도입 준비됐다”
기후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 수용성은 예상보다 높았다. 에너지 비효율 건물의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64.2%가 찬성했고, 정부가 올해부터 강화하기로 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에 대해서는 80.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서울시가 2026년부터 도입 예정인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에 대해서는 86.4%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대형 건물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에 대해 강한 사회적 지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교통 부문에서도 국민의 65.3%는 차량 대수를 제한하자는 주장에 찬성했으며, 교통 부문 탄소 감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는 대중교통 활성화가 꼽혔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61.1%가 찬성했고,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자전거·도보로 이동하는 시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정책에 대해서는 79.5%가 찬성했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무상교통 정책에 대해서도 59.3%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는 수도권보다는 지방 거주자들의 찬성률이 더 높아, 지역 간 교통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탄소 배출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탄소세 도입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이 찬성했다. 기후정치바람은 국민들이 환경 비용의 분담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