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부자 4.5% 줄고 소액 기부 8.8% 급감…“지속성 위협” [글로벌 이슈]

고액 기부자 2.7%가 전체 기부금 77.7% 차지
소액 기부자 이탈·유지율도 하락

2024년 미국 비영리단체들의 기부금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기부자 수는 줄고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고액 기부자에게 집중되면서, 소액 기부자 기반의 이탈과 신규 기부자 감소가 장기적으로 기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부금은 늘었지만, 기부자는 줄었다

기빙튜즈데이(GivingTuesday)와 모금전문가협회(Association of Fundraising Professionals·AFP)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기부 모금 효율성 프로젝트(Fundraising Effectiveness Project·FEP)’ 2024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만 2504개 미국 비영리단체의 기부자 수는 약 6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부금 총액은 105억 달러(한화 약 14조 5000억 원)로 3.5% 증가했지만, 2024년 미국의 물가 상승률(2.9%)을 감안하면 실질 증가폭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FEP의 2024 미국 비영리단체 모금 분석에 따르면 기부자수는 전년대비 4.5%, 기부 유지율은 2.6% 감소했으며 기부금 상승은 물가 상승률과 엇비슷했다. /FEP 보고서 홈페이지 갈무리, 더나은미래 편집

특히 기부자 간 양극화가 뚜렷했다. 5000달러 이하 기부자는 전반적으로 줄었고, 전체 기부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1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자는 8.8% 감소했다. 반면 5000달러 이상 고액 기부자는 0.9% 증가해 전체 기부금의 77.7%를 차지했다. 전체 기부자 중 이들의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기부자 유지율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전체 유지율은 42.9%로 전년보다 2.6%포인트 떨어졌고, 신규 기부자 유지율은 19.4%로 5.9%포인트 급감했다. 반복 기부자 유지율은 69.2%로 비교적 높았지만, 이 역시 전년 대비 3%포인트 줄었다.

‘늘어난 기부금’ 속에 드러난 편중과 구조적 한계

기부금 증가는 다른 연구에서도 공통으로 확인되지만, 단순한 수치 상승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보드 연구소(Blackbaud Institute)는 지난 3월 20일 발표한 ‘2024 기부 동향 집중 조명(2024 Trends in Giving Spotlight Report)’ 보고서에서 미국 전체 기부금이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말(10~12월)에 전체 기부금의 34%가 집중되는 등 계절적 편중 현상이 강했다.

M+R 벤치마크스(M+R Benchmarks)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2025 벤치마크 보고서(2025 Benchmarks Study)’에서도 2024년 온라인 기부가 2%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월 정기 기부는 5% 늘어 전체 온라인 수익의 31%를 차지했지만, 보고서는 “기부금 증가는 광고비 증가의 영향이 크며, 인플레이션보다 마케팅 전략의 결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결형 TV 광고 지출은 8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를 “건강한 성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기부금은 소폭 늘었지만, 이는 신규 기부자 유입보다는 기존 고액 기부자 유지와 광고 투자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에 따르면, 우드로우 로즌바움(Woodrow Rosenbaum) 기빙튜즈데이 최고 데이터 책임자(Chief Data Officer)는 “비영리단체들이 고액 기부자에만 집중하면서, 일상적인 기부자들과의 연결이 약해지고 있다”며 “기부자 수 감소는 필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현재 기부 시스템이 시민들의 기대나 행동 변화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미국 비영리단체들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지만, 위기 대응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는 “미국이 위기에 처한 지금은 시민들이 지역사회와 세상을 위한 긍정적인 행동에 더 큰 동기를 느끼는 시기”라며 “바로 지금이 기부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