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유니버스] 대선후보의 기후공약, 무엇을 봐야 할까요?

김민 빅웨이브 대표

대선후보들의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조기 대선으로 시간이 부족하지만, 유권자는 각 후보의 공약을 냉정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기후재난이 일상화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일시적으로 초과했다고 밝혔다. 기후 마지노선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술 현실성을 감안할 때, 화석연료 신규 프로젝트 중단과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다. 산업·교통·건물 등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임기 동안 가장 시급히 집중해야 할 분야는 에너지다.

온실가스 감축은 미래세대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청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이 관점에서 차기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6가지 기후 공약을 소개한다.

① 탄소예산 기반 2035년 감축목표 수립

‘탄소예산’이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특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총 온실가스 양을 뜻한다. 올해 9월, 우리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이하 NDC)를 제출해야 한다. IPCC 6차 보고서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를 6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내 기후단체인 플랜1.5는 한국의 목표 감축률을 최소 66.7%로 제안한 바 있다. 환경부는 관련 초안을 오는 6월 말~7월 초 공개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와 같은 혼란이 있었지만, 국제사회는 기후 대응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새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밝힐 감축 목표인 만큼, 한국의 기후 리더십에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② 2049년까지의 장기 감축경로 법제화

2035년 목표뿐 아니라,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장기 감축경로를 법으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기후소송에서 “정부는 장기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과학적·국제적 기준에 따라 수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31~2049년 장기 감축 경로를 법제화해야 할 책임이 생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선진국의 경우 IPCC 권고보다 더 빠른 감축 시기와 강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우리 헌재 결정과 거의 동일한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독일 국회와 정부는 2040년 감축목표를 88%로 신설, 탄소중립 목표시점을 2050년에서 2045년으로 5년 앞당겼다.

③ 2030년 감축목표(NDC) 이행 점검

새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5월까지다. 즉, 2030 NDC 달성 여부는 새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작년부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중심으로 부처별 이행점검이 진행되고 있지만, 감축률 외의 세부 정책 성과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감축 목표 미달 시 추가 조치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도 부재하다. 2030년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이행 점검 체계의 제도적 개선이 새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④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전력의 40% 이상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24년 국내 전력 생산의 60% 가까이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했고, 태양광은 5%, 풍력은 0.5%에 불과했다. 태양광은 최근 3년간 고작 1%포인트 증가했으며, 풍력은 2020년 이후 사실상 정체돼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한 강력한 정책과 금융 역할이 중요하다.

⑤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화 정책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현실에서 역설적이게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포화로 신규 설비조차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막기 위해 전력망 접속이 제한된 탓이다. 그동안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치중한 반면, 전력망 인프라 확충은 뒷전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2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은 인허가 간소화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을 담아, 밀양 송전탑 사태 같은 갈등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우선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 동해안의 석탄·원자력 발전 전기가 수도권에 송전되지 못해 기존 대형 발전사업자 민원 해소용 법안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력망 확충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형 구조를 어떻게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지에 대한 종합 로드맵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가면, 전력망 확충으로 인한 이익은 화석연료와 원전이 가져가고, 피해는 재생에너지가 떠안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⑥ 기후 거버넌스 개편

기후위기는 환경부만의 일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를 포함해 정부 전 부처가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다. 기후 전담부처 신설 논의도 나오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행정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탄녹위에 기후대응기금 예산편성권, 정책 심의·조정권,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기능 등을 부여해 범정부 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청년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탄녹위 위원 중 20~30대는 8%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과거 3%에서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말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구조부터 갖춰야 한다. 탄녹위 위원의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청년 대표성 확대에 대한 의지가 대통령의 기후 진정성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12.3 내란 사태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했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냈다. 기후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속도는 빠르고 위협은 실감나지 않지만, 결국 극복 여부는 시민의 의지에 달려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제시한 10가지 기후행동 수칙 두 번째 항목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치적 압박을 가하라(Keep up the political issues).”

어떤 후보가 기후위기를 단지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공약으로 다루고 있는지, 지금부터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한 달 뒤, 말이 아닌 실행을 약속하는 후보를 내 손으로 선택해야 할 때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필자 소개

‘당사자에서 배제되고 파편화된 청년들이 기후위기의 대응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빅웨이브의 대표입니다.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모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역량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전히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NGO, 국회, 정부 위원회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기후 유니버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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