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체류권, 불법조장 아냐”…미등록 이주아동, 7가지 오해와 진실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7·끝> 미등록 이주아동 7문 7답

지난 20일,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법무부의 구제 대책이 2028년 3월까지 3년간 연장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을 둘러싼 오해와 우려가 적지 않다. ‘체류권 부여는 불법체류를 조장한다’, ‘복지혜택만 챙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며 사실관계를 짚었다. 아래는 미등록 이주아동을 둘러싼 대표적인 7가지 오해와 그에 대한 전문가 7인의 답변이다.

Q1.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권을 주면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것 아닌가?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해외 사례를 보면, 미등록 아동 구제가 불법체류 증가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명확한 자격 요건을 마련하면, 이주민들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법적 지위가 없는 아동은 교육·의료 등 기본 서비스에서 배제되며, 이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키웁니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아동의 권리를 우선해야 합니다. 인권 보장과 사회 통합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Q2. 건강보험 등 복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영국, 이탈리아, 태국 등은 출생등록을, 프랑스, 스페인, 미국, 일본 등은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아동의 교육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포용적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해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되면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제도상으로는 지원은 어렵지만, 아름다운재단은 민간 기부를 통해 2024년부터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24명의 아동을 지원했고, 한 저체중 아동은 3.4kg에서 6.2kg으로 체중이 늘고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지는 등 건강이 호전됐습니다. 올해는 보다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아동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Q3. 다문화 학교도 있는데, 굳이 체류권까지 필요한가?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현행 제도상 일반학교 진학은 가능하지만, 체류 자격이 없으면 보험 가입도 어려워 체험학습이나 교외활동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언젠가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입니다. 학교가 안정과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이 되지 못합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Brown v. Board of Education(1954) 판결에서 흑백 분리 교육이 차별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체류 자격 없이 분리하여 교육하는 것은 이들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차별적 관념이며, 아동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Q4. 청년층의 체류 확대는 일자리 위협 아닌가?

김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정부는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유치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습니다.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국제 포럼에서 발표하는 장학생, 프로축구단(안산FC)에서 뛰는 선수 등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청년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Q5. 무차별적인 체류 허용은 ‘자국민 역차별’ 문제를 일으키는 거 아닌가?

오창종 아이들세상 함박웃음 대표=“한국에서 일정 기간 체류했다고 해서 성인이 된 뒤 자동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역차별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미등록 이주아동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장기간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체류권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한국에 머물며 의무를 다하려는 이들에게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역차별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기본권을 먼저 보장하고, 이후 형평성 문제를 세심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생 시점부터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성인이 된 뒤의 체류 자격 논의보다 출생 등록부터 가능하게 하는 제도 개선이 우선입니다.”

Q6. 부모와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왜 고려되지 않는 것인가?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한국에서 자란 이주 아동·청소년·청년에게 한국은 사실상 모국입니다. 부모의 출신 국가는 낯설고, 오히려 생존이 어려운 곳일 수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한국을 떠나거나, 부모와 떨어져 홀로 남아 살아가야 하는 선택은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만 19~24세는 여전히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기간까지는 부모가 국내에 체류하며 자녀를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적 박해나 경제적 이유로 한국에 온 이주민들에게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Q7. 이주민들이 출산을 체류 전략으로 쓰는 건 아닌가?

강다영 성공회용산나눔의집 활동가=“현재 시행 중인 한시적 체류 자격 부여는 범칙금 납부, 사회통합교육 이수, 장기 체류 요건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충족해야 신청이 가능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아동은 1205명에 불과하며, 전체 미등록 이주아동 약 2만 명 중 6%도 되지 않습니다. 이는 혜택이 아니라 극소수에게 허용된 최소한의 권리 회복입니다.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면 문화적·사회적 연결을 이끄는 주체로 성장해 갈등 완화와 공동체 확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구제 대책은 ‘이주민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

조유현·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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