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1일(화)

트럼프의 ‘기후 지우기’에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 멈추지 않는 까닭 [글로벌 이슈]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 더 높아졌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ESG는 재무적 핵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석유 증산을 압박하는 등 반(反) 기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 대응 흐름이 경제적 선택지로 자리 잡은 만큼, 트럼프의 정책이 글로벌 친환경 전환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재생에너지는 합리적 선택…비용 더 낮아질 것”

블룸버그NEF(BNEF)는 6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풍력·태양광·배터리 저장 등 청정에너지 기술 비용이 2025년까지 2~11%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의 균등화 발전 비용(LCOE)이 최대 49%까지 절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NEF는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기술 비용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Pixabay

이에 따라 신규 풍력·태양광 발전소는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서 석탄·가스 발전소보다 생산 비용이 낮아졌다.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각국의 기후 대응이 경제적 선택이 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생산 과잉도 재생에너지 확산의 한 요인이다. 중국은 다른 시장보다 11~64% 저렴한 가격으로 태양광·풍력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에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태양광 부품·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BNEF 에너지 경제학 책임자 마티아스 키멜은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도 재생에너지 확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기술의 가격 하락은 너무 강력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미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력 설비 제조업체인 바르질라의 CEO 하칸 애그네발은 재생에너지가 현재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라고 짚었다. 그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육상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계속해서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이와 같은 예측을 내린 근거 중 하나는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가스 생산지인 텍사스에서 전체 발전설비의 약 40%가 이미 재생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 미국이 빠져도, 기후 대응 흐름은 이어진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6일(현지 시각) 브라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자국의 기후 계획을 유지하며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더 강한 경제 성장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 환경 오염 감소,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2월 6일 브라질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가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UNFCCC

스틸 사무총장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주요 신흥국들이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기후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COP29에서 각국이 2035년까지 연간 3000억 달러(한화 약 436조원) 규모로 마련하기로 한 기후 재정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ESG 경영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 기조는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조 8000억 달러(한화 약 26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ESG를 빅테크 기업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약 9000개 기업에 투자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포트폴리오 내 상위 10대 주식 보유 기업 중 9곳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기술 기업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최고책임자를 맡은 카린 스미스 이헤나초는 “ESG 반발이 시장과 기업,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는 재무적으로 중요한 요소이자 장기적인 가치 창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약 1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유럽의 투자단체들이 EU 집행위원회에게 지속가능성 규제를 완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Pixabay

또한, 유럽 주요 투자 단체들도 ESG 규제 완화를 경계하고 나섰다. 기후변화 대응 기관투자자 그룹(IIGCC), 유럽 지속가능 투자 포럼(EurosiF), 책임투자원칙(PRI) 등은 같은 날 공동 성명을 통해 EU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성 규제 완화가 오히려 유럽의 투자 환경을 위축시키고, ‘그린딜’ 목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6조 6000억 유로(한화 약 9600조원)에 달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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