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는 사회 변화의 기반…인식·투자·지원 모두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4·끝>니콜 시릴로(Nichole Cirillo) IAVE 사무총장·윤영미 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 특별 대담 오는 2026년은 ‘세계자원봉사자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IYV)’다. 국제자원봉사자의 해 지정은 2001년 이후 두 번째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총회에서 2026년을 다시 국제자원봉사자의 해로 채택하며 “각국은 자원봉사의 구조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를 재평가하고 필요한 제도와 투자를 재정비하라”고 주문했다.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는 이를 앞두고 지난 2년간 100여 개국 자원봉사자와 관리자, 기업·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76회의 글로벌 대화를 진행하고, 전 세계 1만500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IAVE는 100여 개국 정부·국제기구·NGO·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조직으로, 글로벌 자원봉사 생태계의 정책 변화와 역량 강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자원봉사문화가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며 변화 방향을 모색했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한국자원봉사문화는 연구·정책 제안·교육·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 전문기관으로, 일상 속 자원봉사 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해왔다. 두 기관은 지난 12일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기업 자원봉사의 세계화와 지역화’를 주제로 ‘2025 글로벌 CSR 포럼(2025 Global CSR Forum)’을 더나은미래와 함께 공동 개최했다. <더나은미래>는 포럼 다음날인 13일, 니콜 시릴로 IAVE 사무총장과 윤영미 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을 만나 2026년을 앞두고 자원봉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앞으로의 방향을 논하기 전에, 먼저 ‘지금까지의 변화’를 짚어보고 싶다. 자원봉사 분야의 변곡점으로 꼽을 만한 사건이나 흐름이 있다면. 니콜 시릴로(이하 니콜)=2001년 첫 ‘세계자원봉사자의 해’와 2023년 말의 2026년 재지정 결정은 자원봉사 인식을 크게 끌어올린 순간이다. 국제기념일 지정은 해당 의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 2026 ‘세계 자원봉사의 해’ 앞두고 국가 비전 공개…정책 전환 신호 켜졌다

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3> ‘2026 세계자원봉사의 해’ 앞둔 한국…정부·기업·시민 거버넌스 재편 방향은 정부가 2026년 ‘세계 자원봉사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를 계기로 자원봉사 생태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방향을 사전 공개했다. 12일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CSR 포럼’에서 심규동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과 사무관은 “정부·기업·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며 “자원봉사는 기부나 선행을 넘어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내용은 행안부가 12월 5일 공식 발표할 계획인 정책 방향 일부다. 국내 자원봉사 규모는 ‘1365 자원봉사 포털’ 기준으로 연간 참여 인원 180만 명, 활동 건수 약 1400만 건, 1인당 연평균 활동 시간 24.95시간 수준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는 주요 기업 임직원의 연평균 봉사 시간이 4.2시간에 그쳤다. 그는 “규모는 유지되지만, 사회문제 해결력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행안부는 자원봉사 기본법을 근거로 5년 단위 국가계획을 운영해 왔다. 현재는 제4차 기본계획(2027년까지)이 진행 중으로, 전국 246개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 보험, 재난 분야 안전보장 체계가 이 계획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민간 앱과의 연계를 허용해 1365 포털 중심이던 신청 창구를 넓혔다. 은행 5곳이 연계 서비스에 참여하며 누적 조회 건수는 37만 건을 넘었다. 정부는 2026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자원봉사 가치 확산과 인정 ▲사람·지구·생명을 잇는 실천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다. 이에 따라 국가 캠페인과 홍보 사업을 확대하고, 가치측정 지표를 새로 마련해 기존의 ‘투입 중심’ 평가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체

[기자 수첩] 한국 사회에 첫 출근한 ‘이상한 인턴’의 기록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7·끝> 10여 년 전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묶였던 청소년들이 이제 청년이 됐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한국살이 10년째, 지난 여름 뜻깊은 제안이 찾아왔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에서 이주배경청년 활동가로서 목소리를 낸 경험이 계기가 됐다. 현장의 문제를 직접 취재해보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나는 ‘더나은미래’의 인턴 기자로 합류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이상한 인턴’이었다. 채용 과정에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바로 ‘비자’였다. 혹시 법이 허용하지 않는 근무 형태일까 불안했다. 불안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756쪽에 달하는 법무부 ‘비자 매뉴얼’을 직접 뒤졌다. 내 인생의 모든 국면에는 늘 ‘비자’라는 단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8월 7일, 면접 당일. 지하철에서 자기소개서를 다시 펼쳐 들었다. 좋아하던 시의 한 구절을 빌려 적어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겠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장 단정하게 표현한 문장이었다. 짧은 이동 시간 동안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려고 클래식 음악을 반복해 들었다. 이번 면접은 당락을 가르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이었다. 면접실 문을 열자, 내 자기소개서가 면접관 손에서 넘겨지고 있었다. 긴장이 바짝 올라왔다. ‘그냥 내 이야기를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국에 온 뒤 부딪쳤던 크고 작은 어려움, 낯선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 모든 경험이 지금 이 자리로 이어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8월 13일, 첫 출근길. 시청역은 늘 학교로 향할 때 지나치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주배경청년을 ‘직접’ 채용하면 알게 되는 것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 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6> 3개월의 기록 끝에 남은 질문은 ‘우리 사회의 포용성’이었다 “선배, 이주배경청년 당사자 간담회가 열렸는데요. 대학생 두 명이 기자 일을 궁금해하더라고요.” 모든 시작은 전화 한 통이었다. 기자의 삶이 궁금하다니? 이주배경청년을 늘 ‘취재 대상자’로만 떠올렸지,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취재하는 ‘동료’로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기자 업무의 핵심은 낯선 사람과 마음을 여는 기술이다. 어쩌면 이주배경청년이 이런 일을 더 자연스럽게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또, 현장에서 부딪히는 경험 자체가 청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길로 ‘이주배경청년’ 지원에 가장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비영리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문을 두드렸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단 기대 덕분인지, 기획안은 빠르게 윤곽을 갖췄다. 우리가 직접 채용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조금은 무모하고 어쩌면 필요한 실험. ◇ “비자부터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난 7월의 마지막 날, 더나은미래 내부 회의실. 채용 담당자의 표정이 제안보다 먼저 반응했다. “이주배경청년을 저희가 직접 채용하는 거예요? 비자 종류가 뭐예요? 종류에 따라 다를 텐데… 고용노동부에 문의를 해야 하는지 법무부에 해야 하는지… 서류를 도대체 어떤 걸로 하고 어느 부처를 알아봐야 할지 그런 걸 찾아봐야 하긴 할 거예요.” 단순한 제안처럼 보였던 아이디어는, 곧바로 여러 층위의 현실적 질문을 끌어올렸다. 비자 유형별 근로 허용 범위, 행정 절차, 문의해야 할 부처까지…어느 하나 단순한 것이 없었다. “유학 비자는 근무에 어려움이 좀 있죠. 한국 체류 기간이나 한국어 능력시험

기업 CSR, ‘기부’에서 ‘전략적 투자’로

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2> CJ·현대모비스·카카오모빌리티 CSR 실행 사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 ‘기부’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각 기업이 가진 고유한 자산, 예를 들어 문화·기술·인력·네트워크 등을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CSR 포럼’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됐다. 이번 포럼은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글로벌·로컬을 넘나드는 새로운 CSR 전략을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가 집중 논의됐다. ◇ 단순 기부에서 전략적 투자로…CJ 글로벌 CSR 전략은? CJ는 ‘문화 기반 CSR’의 확장 전략을 제시했다.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 단장은 이날 “국가가 있어야 기업도 존재한다”며 “한국형 CSR 모델을 글로벌 현장에서 실질적 임팩트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CJ는 그동안 영화·음악·뮤지컬 등 문화 기반 사회공헌부터 소외 아동·청소년의 문화 체험·자립 지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민 단장은 “CJ는 사업적 강점을 사회 문제 해결에 연결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계열사 인프라를 활용한 창작자 지원 사업은 CJ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CSR 전략에서는 ‘파트너십’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민 단장은 “CSR이 단순 기부를 넘어 전략적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관과의 협력이 임팩트를 결정짓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CJ는 유네스코와 협력해 소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베트남 감독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영화제 수상작도 배출했다. 베트남 소수민족 농가와 협력해 고추를 재배하고, 이를 CJ 공급망을 통해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말하는 CSR, “직원 경험에서 시작해야 지속된다”

글로벌 CSR 대전환: 자원봉사 미래를 다시 묻다 <1> IBM·RMHC(맥도날드), 글로벌 기업의 자원봉사 전략 사례 공유 “기업 자원봉사는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플랫폼이자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넓히는 핵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CSR의 ‘세계화’와 ‘지역화’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각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기업 시민정신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CSR 포럼’. 강운식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의 이 발언은 이날 논의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국가·기업·시민이 참여하는 자원봉사가 어떻게 글로벌 CSR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가 집중 논의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니콜 시릴로 IAVE 사무총장은 전 세계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행동 촉구(Global Call to Action)’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지금은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기”라며 “기후위기·불평등·권위주의 확산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자원봉사는 잠재력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자원봉사가 SDGs 달성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지역 공동체 회복, 민주주의 강화, 정신·신체 건강 개선 등도 주요 효과로 꼽혔다. 그러나 “이 가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의무감’이 아니라 ‘명확한 명분(cause)’을 중심으로 참여를 결정하는 등 동기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에 맞는 새로운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직원 이해가 자원봉사의 출발점” 그렇다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어떤 해법을 선택하고

“관리에서 통합으로”…‘다문화 국가’ 전환기, 정책 방향 바꿔야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5>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이주배경청년은 한국 사회의 성장 동력” “지금은 1세대 이주민의 자녀들이 청년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한 이주배경청년들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국적이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국가 발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 9월 <더나은미래>와 만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관리 중심의 이주민 정책에서 벗어나 통합 중심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이주배경주민의 적응과 통합정책을 통해 다국어 학습, 경제협력, 글로벌 문화 교류 등 대한민국의 인적, 경제적, 문화적 네트워크를 확대시켜 나가는 저변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현행 ‘재한 외국인 대상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 프로그램은 귀화 희망자나 영주권자 등 외국인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교육과 상담,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체류 중인 외국인과 귀화자, 국적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이 주요 대상이다. 그는 “출입국관리법은 본래 국경 관리와 체류 자격 등 안전관리 중심의 법”이라며 “사회 적응과 상호 이해를 위한 통합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지난 7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의 법적 근거를 출입국관리법에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으로 옮겨, 외국인의 사회 적응과 내외국인 간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 통합의 가장 큰 장벽은 ‘의사소통’ 김

마케팅보다 ‘간호사 이직률’을 낮추자…17배 수익이 돌아왔다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3·끝> ‘좋은 생태계가 좋은 수익을 만든다’…마즈가 보여준 EoM의 계산법 반려동물 사료 판매를 늘리려면 신제품 출시나 광고 마케팅 강화가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글로벌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Royal Canin)은 전혀 다른 해법을 택했다. 반려동물 병원 현장을 지탱하는 수의사 보조 인력, 즉 동물병원 간호사의 이직 문제에 주목한 것이다. 로얄캐닌은 제품 경쟁력보다 간호사 이직률이 반려동물 진료 생태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잦은 인력 교체로 진료 효율이 떨어지고, 고객 경험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의사 네트워크와 추천을 통한 ‘신뢰 기반 유통 모델’을 갖고 있는 로얄캐닌에게 이 문제는 곧 브랜드 신뢰 붕괴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에 로얄캐닌은 약 25만 달러(한화 약 3억 6000만원)를 투입해 간호사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업무 숙련도 강화, 수의사·간호사 간 협업 체계 정립, 그리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직업적 정체성 회복을 돕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결과 간호사 유지율은 38% 오르고, 고객 만족도는 25% 상승했다. 이는 반려동물의 건강검진 건수와 사료 재구매율 증가로 이어져 총 440만 달러(한화 약 64억 3000만원)의 매출 확대가 일어났다. 처음엔 ‘비용’으로 보였던 투자가 17배의 수익으로 돌아온 셈이다. ◇ 기업의 이익은 ‘생태계의 건강’ 위에서 자란다 로얄캐닌의 전략은 글로벌 식품기업 마즈(Mars)가 옥스퍼드대와 함께 제시한 ‘상생의 경제학(Economics of Mutuality·이하 EoM)’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마즈 산하 기업 로얄캐닌은 2015년 이후 이윤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반려동물 건강 생태계의 조정자(coordinator)’를 자임하는

“사람을 지키면 기업도 산다”…유한킴벌리가 보여준 상생의 답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2> 문국현 “기술보다 사람, 갈등보다 신뢰… 상생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데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2025 EoM-한양대 넥스트 임팩트 포럼’에서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전 유한킴벌리 대표)는 유한킴벌리가 경제적 성장과 함께 환경과 사람을 고려하는 경영 전략을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인 EoM(Economics of Mutuality·상생의 경제학)은 기업이 고객·근로자·공급망·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가치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기업 마즈(Mars)와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이 공동 제시했다. 재무성과 중심의 ESG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통합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문 대표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40년 전부터 숲을 가꾸고 사람에 투자한 유한킴벌리의 행보는 상생의 경제학(EoM)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1984년 시작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다. 당시만 해도 기업이 산림 복원을 핵심 전략에 두는 것은 ‘비용’으로 여겨졌지만, 유한킴벌리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숲을 되살리는 데 꾸준히 나섰다. 그 결과 국내외 약 1만6500ha(여의도 56배 규모)에 57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심어졌다. 그는 “IMF 외환위기 시기에는 실직자에게 생태·기술 교육을 제공하며 30만 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정부 지원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감이 캠페인을 확장시킨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은 이후 17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사업으로 확장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유한킴벌리는 구조조정 대신 ‘사람을 남기고 기계를 줄이는’ 방식을

“성장은 멈추고, 부는 위로 쏠렸다”…정운찬 “상생 없인 한국경제 없다”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1> 이익공유제·정부조달 직접발주 제안…“자본과 기회가 아래로 흘러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이중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를 끊어낼 해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상생성장(shared growth)”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2025 EoM-한양대 넥스트 임팩트 포럼’ 기조연설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며 “양극화 심화와 고용 불안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대 초반(약 0.8~0.9%)에 머물고 있다. 소득 분포 역시 한쪽으로 기울었다. 2021년 기준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약 15%, 상위 10%가 47%를 차지하는 등 부는 상층부에 집중돼 있다. 정 이사장은 “1980년대 초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약 20% 수준이었지만, 수십 년 사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며 “경제의 활력이 특정 집단에 쏠리면서 사회 전체의 에너지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한때 ‘다이내믹 코리아’라 불리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경제 활력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 1960년대 이후 이어진 ‘재벌 중심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을 짚었다. 그는 “이 전략은 산업화 초기 성장의 동력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부의 편중과 산업 집중을 심화시켰다”며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4%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납품단가 인하와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거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과실이 기업에 집중되며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크게 늘고, 가계부채는 1900조원을 넘어섰다”며

국적이 바뀌어도, 시선은 그대로였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4> 편견과 차별이 만든 ‘정체성’의 벽 한국어로 꿈을 꾸고, 한국에서 자랐지만 자기소개 앞에서는 늘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너는 한국인이야, 중국인이야?” 김지영(22)씨는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동포’라고 말하면 ‘조선족이 왜 동포냐’는 반응이 돌아올까 봐 두려워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제일 힘들었어요.” 한국에 온 지 9년이 넘은 김씨는 여전히 구직 사이트에서 ‘외국인 불가’ 문구가 눈에 밟힌다. “아르바이트 공고 중 ‘외국인은 받지 않는다’는 말을 생각보다 자주 봤어요. 대학 취업 상담에서도 ‘F-4 대졸자는 잘 안 뽑는다’는 말을 들었죠.” 이 경험은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국내 체류 외국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체류 외국인의 17.4%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차별 이유로는 ‘출신 국가’(54.5%), ‘한국어 능력’(31.2%), ‘외모’(9.1%)가 주로 꼽혔으며, 특히 유학생(D-2)의 차별 경험률은 27.7%로 가장 높았다. 청년층에서의 차별 인식이 두드러진 결과다. ◇ 서류는 바뀌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귀화를 하면 달라질까. 고등학생 때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정세원(27·가명)씨는 서류상 ‘한국인’이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이다. “외모만 보고 ‘외국인인가 보다’ 생각하는 시선이 있어요. 서류를 낼 때만 ‘한국인이었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오죠.” 2020년 귀화한 임수현(23·가명)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면접에서 이주배경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려 해도, 몇 마디면 ‘외국인이죠?’라는 질문이 나와요. ‘나도 이제 한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겉모습만 보고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앞선다는 순간 체념이 되죠.” 편견은 사실 사회 진입 이후가

정책의 언어는 멀고, 청춘은 길을 잃었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3> ‘정보 격차’에 갇힌 이주배경청년들 “비자 매뉴얼이 너무 자주 바뀌어요.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데, 바뀔 때마다 갑자기 법의 보호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변경 사항이 제때 전달되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비자로 제한된 직종에서 시간제 근로가 가능하다는 걸, 시행 6개월이 지나서야 알았어요.” 13살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성인이 된 뒤 F-4(재외동포) 비자를 받은 김지영(22)씨의 말이다. 그는 법무부 외국인 지원 포털 ‘하이코리아’에 들어가 “정확한 상담을 원하면 1345에 전화하라”는 안내 문구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오랜 대기 끝에 연결된 상담원은 “F-4 비자 소지자의 세금 신고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고용노동부로 문의하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근무가 어려우니 중국어 과외라도 해볼 생각으로 “그럼 과외는 가능하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단순노무직이 아니면 괜찮다”는 식의 모호한 설명이었다. 결국 김씨는 스스로 법무부 매뉴얼을 찾아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그는 “한국어가 어려운 청년이라면 절대 혼자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 제도는 있는데, 정보가 닿지 않는다 이주배경청년은 수시로 바뀌는 제도 속에서도 그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 지원책이 있어도 정보 접근 경로가 제한적이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 결국 ‘있는데 모르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난 8월, 직장 인근 여의도에서 만난 정세원(27·가명)씨는 “사실 ‘이주배경청년’이란 말을 오늘 처음 들었다”며 “그런 단어를 몰랐으니, 나에게 해당되는 지원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보 장벽’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복잡함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연결망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