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불평등을 뒤집는 자선…포드재단은 왜 ‘사회정의’에 몰두했나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3> 포드재단 시민권운동·민주주의 위기·팬데믹 걸쳐 ‘사회정의 재단’으로 진화한 90년 장기·무제한 지원, 사회적 채권 발행까지…필란트로피의 새 역할을 실험하다 1936년 자동차 산업의 거대 자본에서 출발한 포드재단(Ford Foundation)은 오늘날 전 세계 불평등 구조를 해부하고 바꾸는 ‘사회정의 재단’으로 불린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교육·민주주의·경제 시스템까지 문제의 뿌리를 겨냥해온 이 재단의 궤적은, 필란트로피가 시대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포드재단은 포드자동차(Ford Motor Company) 창립자 헨리 포드(Henry Ford)의 아들이자 기업 후계자인 에드셀 포드(Edsel Ford)가 “모두의 공공 복지를 위하여”라는 취지로 2만 5000달러(한화 약 3700만원)를 출연하며 출범했다. 이후 포드가(家)의 유산이 대거 유입되면서 재단은 단기간에 세계 최대 규모로 커졌다. 설립 초기에는 과학·교육·자선을 중심으로 공공복지를 넓히는, 당시 대형 재단들이 공유하던 전통적 공익 모델을 따랐다. 전환점은 헨리 포드 2세 시기였다. 헨리 포드와 에드셀 포드의 사망으로 거액의 유산이 재단으로 흘러들어오자 “막대한 자원을 어떻게 책임 있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당시 자산은 4억7000만달러(한화 약 6900억원)로 이미 록펠러·카네기 재단을 뛰넘어서는 규모였다. 재단은 변호사이자 투자은행가였던 H. 로언 게이더에게 역할 재정립을 맡겼고, 1950년 공개된 ‘게이더 보고서(Gaither Report)’는 단순한 구호금으로는 사회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문제의 뿌리는 제도·교육·경제 구조에 얽혀 있으며, 재단은 이 구조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 사회정의가 재단의 정체성이 되기까지 재단이 ‘사회정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1960년대 말이다. 인종차별 철폐 요구가 전국으로 번지고, 마틴 루서 킹

“문제의 뿌리를 고쳐라” WHO·녹색혁명 남긴 록펠러식 자선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2> 록펠러 재단 근본 원인 파고드는 ‘과학적 자선’ 식량·보건 넘어 사회 구조 개혁에 투신 “실패도 공유해야 진짜 파트너” 한때 ‘미국 역사상 가장 미움받은 기업가’였던 사람이 오늘날 미국 자선의 기둥을 세운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석유왕 존 D. 록펠러다. 그가 남긴 재산은 한때 미국 정유산업의 90%를 장악하며 독점과 로비의 상징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돈은 이후 110년간 미국 공익제도의 뼈대를 만드는 자본으로 쓰였다. 1913년 문을 연 록펠러 재단은 지금까지 260억 달러(한화 약 35조원)를 교육·보건·농업혁신에 투입하며 현대 자선의 방향을 바꿔왔다. 독점 자본의 그림자를 남겼던 인물이, 정작 미국 공공 시스템의 초석을 놓는 데 결정적 흔적을 남긴 셈이다. 19세기 말,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오일은 미국 정유산업의 90%를 지배한 독점 기업이었다. 철도회사와의 비밀계약, 경쟁사 압박, 정치 로비까지 ‘무자비한 자본가’의 상징이었다. 그런 록펠러가 기부를 선언했을 때 여론은 싸늘했다. “오염된 돈으로 악행을 세탁하려는 것 아니냐.” 재단 인가안이 의회에 제출된 1910년, 거센 반대 속에 승인까지 3년이 걸렸다. 결국 1913년 3500만 달러(한화 약 514억원)를 출연하며 재단이 공식 출범했고, 이후 1929년까지 록펠러 가문이 기부한 금액은 40억 달러(한화 약 5조 88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록펠러 재단은 약 60억 달러(8조 8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연방·주 정부의 보조금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2024년 한 해 지원한 보조금 규모만 28억 달러(한화 약 4조 1200억원)를 넘는다. ◇ 과학이 이끄는 자선, ‘문제의 근본’부터

6조원 굴리는 ‘철강왕’의 유산…미국 사회의 뼈대를 설계하다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1> 카네기 재단 자선의 목표는 ‘빈곤 구제’ 아닌 ‘구조 개혁’ 교육·법률로 사회 안전망 깔아, 극단적 분열·전쟁 위기 속 ‘지식 민주화’ 실험 중 오늘의 사회문제는 어느 한 기관이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민주주의의 균열처럼 구조적 난제가 겹치면서 공공 재정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의 주요 기업가 재단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민간 자본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을 실험해온 조직들입니다. 단순 기부를 넘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제도를 설계하며, 때로는 사회의 규칙까지 바꿔온 곳들입니다.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시리즈는 카네기·록펠러·포드 등 주요 재단의 궤적을 따라가며, 복합위기의 시대에 민간 자본이 어떤 책임과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번 기획은 더나은미래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함께 추진하는 ‘K-필란트로피 이니셔티브’에서 제기된 핵심 질문, ‘한국 기업재단의 다음 방향은 무엇인가’에서 출발했습니다. /편집자 주 미국의 공공도서관,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저소득층 대학생을 돕는 장학금, 그리고 SAT 시험까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는 제도 뒤에는 공통된 출발점이 있다. 바로 1911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1억3500만달러(약 1970억원)를 내놓아 만든 ‘카네기 코퍼레이션 오브 뉴욕(이하 카네기 재단)’이다. 현재 약 45억달러(6조5700억원) 규모의 기금을 굴리며 해마다 1억7000만달러 넘는 자금을 집행하는, 미국을 대표하는 민간재단(private foundation)이다. ◇ ‘부의 복음’에서 출발한 ‘사회 설계자’ 카네기는 1835년 스코틀랜드 던펌린에서 태어나 1848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 출신 사업가다. 면방직 공장의 심부름 소년(bobbin boy)에서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오늘의 사회문제는 어느 한 기관이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습니다. 기후위기·불평등·민주주의의 균열처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난제 앞에서 정부 재정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주요 기업가 재단은 ‘선한 돈’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가장 먼저 답을 내온 조직입니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제도를 설계하며, 때로는 사회의 규칙 자체를 바꿔온 곳들입니다. 20세기 산업화의 그늘부터 오늘의 기후·보건·양극화까지, 민간 자본이 어떻게 공공의 빈틈을 메우고 사회 변화를 견인해왔는지 그들의 궤적이 보여줍니다. 이번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시리즈는 카네기·록펠러·포드 등 10대 민간재단의 전략을 따라가며, 복합위기의 시대에 민간 자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의 필란트로피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자원봉사는 사회 변화의 기반…인식·투자·지원 모두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4·끝>니콜 시릴로(Nichole Cirillo) IAVE 사무총장·윤영미 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 특별 대담 오는 2026년은 ‘세계자원봉사자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IYV)’다. 국제자원봉사자의 해 지정은 2001년 이후 두 번째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총회에서 2026년을 다시 국제자원봉사자의 해로 채택하며 “각국은 자원봉사의 구조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를 재평가하고 필요한 제도와 투자를 재정비하라”고 주문했다.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는 이를 앞두고 지난 2년간 100여 개국 자원봉사자와 관리자, 기업·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76회의 글로벌 대화를 진행하고, 전 세계 1만500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IAVE는 100여 개국 정부·국제기구·NGO·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조직으로, 글로벌 자원봉사 생태계의 정책 변화와 역량 강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자원봉사문화가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며 변화 방향을 모색했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한국자원봉사문화는 연구·정책 제안·교육·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 전문기관으로, 일상 속 자원봉사 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해왔다. 두 기관은 지난 12일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기업 자원봉사의 세계화와 지역화’를 주제로 ‘2025 글로벌 CSR 포럼(2025 Global CSR Forum)’을 더나은미래와 함께 공동 개최했다. <더나은미래>는 포럼 다음날인 13일, 니콜 시릴로 IAVE 사무총장과 윤영미 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을 만나 2026년을 앞두고 자원봉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앞으로의 방향을 논하기 전에, 먼저 ‘지금까지의 변화’를 짚어보고 싶다. 자원봉사 분야의 변곡점으로 꼽을 만한 사건이나 흐름이 있다면. 니콜 시릴로(이하 니콜)=2001년 첫 ‘세계자원봉사자의 해’와 2023년 말의 2026년 재지정 결정은 자원봉사 인식을 크게 끌어올린 순간이다. 국제기념일 지정은 해당 의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 2026 ‘세계 자원봉사의 해’ 앞두고 국가 비전 공개…정책 전환 신호 켜졌다

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3> ‘2026 세계자원봉사의 해’ 앞둔 한국…정부·기업·시민 거버넌스 재편 방향은 정부가 2026년 ‘세계 자원봉사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를 계기로 자원봉사 생태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방향을 사전 공개했다. 12일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CSR 포럼’에서 심규동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과 사무관은 “정부·기업·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며 “자원봉사는 기부나 선행을 넘어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내용은 행안부가 12월 5일 공식 발표할 계획인 정책 방향 일부다. 국내 자원봉사 규모는 ‘1365 자원봉사 포털’ 기준으로 연간 참여 인원 180만 명, 활동 건수 약 1400만 건, 1인당 연평균 활동 시간 24.95시간 수준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는 주요 기업 임직원의 연평균 봉사 시간이 4.2시간에 그쳤다. 그는 “규모는 유지되지만, 사회문제 해결력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행안부는 자원봉사 기본법을 근거로 5년 단위 국가계획을 운영해 왔다. 현재는 제4차 기본계획(2027년까지)이 진행 중으로, 전국 246개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 보험, 재난 분야 안전보장 체계가 이 계획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민간 앱과의 연계를 허용해 1365 포털 중심이던 신청 창구를 넓혔다. 은행 5곳이 연계 서비스에 참여하며 누적 조회 건수는 37만 건을 넘었다. 정부는 2026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자원봉사 가치 확산과 인정 ▲사람·지구·생명을 잇는 실천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다. 이에 따라 국가 캠페인과 홍보 사업을 확대하고, 가치측정 지표를 새로 마련해 기존의 ‘투입 중심’ 평가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체

[기자 수첩] 한국 사회에 첫 출근한 ‘이상한 인턴’의 기록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7·끝> 10여 년 전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묶였던 청소년들이 이제 청년이 됐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한국살이 10년째, 지난 여름 뜻깊은 제안이 찾아왔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에서 이주배경청년 활동가로서 목소리를 낸 경험이 계기가 됐다. 현장의 문제를 직접 취재해보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나는 ‘더나은미래’의 인턴 기자로 합류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이상한 인턴’이었다. 채용 과정에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바로 ‘비자’였다. 혹시 법이 허용하지 않는 근무 형태일까 불안했다. 불안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756쪽에 달하는 법무부 ‘비자 매뉴얼’을 직접 뒤졌다. 내 인생의 모든 국면에는 늘 ‘비자’라는 단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8월 7일, 면접 당일. 지하철에서 자기소개서를 다시 펼쳐 들었다. 좋아하던 시의 한 구절을 빌려 적어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겠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장 단정하게 표현한 문장이었다. 짧은 이동 시간 동안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려고 클래식 음악을 반복해 들었다. 이번 면접은 당락을 가르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이었다. 면접실 문을 열자, 내 자기소개서가 면접관 손에서 넘겨지고 있었다. 긴장이 바짝 올라왔다. ‘그냥 내 이야기를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국에 온 뒤 부딪쳤던 크고 작은 어려움, 낯선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 모든 경험이 지금 이 자리로 이어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8월 13일, 첫 출근길. 시청역은 늘 학교로 향할 때 지나치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주배경청년을 ‘직접’ 채용하면 알게 되는 것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 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6> 3개월의 기록 끝에 남은 질문은 ‘우리 사회의 포용성’이었다 “선배, 이주배경청년 당사자 간담회가 열렸는데요. 대학생 두 명이 기자 일을 궁금해하더라고요.” 모든 시작은 전화 한 통이었다. 기자의 삶이 궁금하다니? 이주배경청년을 늘 ‘취재 대상자’로만 떠올렸지,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취재하는 ‘동료’로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기자 업무의 핵심은 낯선 사람과 마음을 여는 기술이다. 어쩌면 이주배경청년이 이런 일을 더 자연스럽게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또, 현장에서 부딪히는 경험 자체가 청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길로 ‘이주배경청년’ 지원에 가장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비영리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문을 두드렸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단 기대 덕분인지, 기획안은 빠르게 윤곽을 갖췄다. 우리가 직접 채용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조금은 무모하고 어쩌면 필요한 실험. ◇ “비자부터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난 7월의 마지막 날, 더나은미래 내부 회의실. 채용 담당자의 표정이 제안보다 먼저 반응했다. “이주배경청년을 저희가 직접 채용하는 거예요? 비자 종류가 뭐예요? 종류에 따라 다를 텐데… 고용노동부에 문의를 해야 하는지 법무부에 해야 하는지… 서류를 도대체 어떤 걸로 하고 어느 부처를 알아봐야 할지 그런 걸 찾아봐야 하긴 할 거예요.” 단순한 제안처럼 보였던 아이디어는, 곧바로 여러 층위의 현실적 질문을 끌어올렸다. 비자 유형별 근로 허용 범위, 행정 절차, 문의해야 할 부처까지…어느 하나 단순한 것이 없었다. “유학 비자는 근무에 어려움이 좀 있죠. 한국 체류 기간이나 한국어 능력시험

기업 CSR, ‘기부’에서 ‘전략적 투자’로

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2> CJ·현대모비스·카카오모빌리티 CSR 실행 사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 ‘기부’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각 기업이 가진 고유한 자산, 예를 들어 문화·기술·인력·네트워크 등을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CSR 포럼’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됐다. 이번 포럼은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글로벌·로컬을 넘나드는 새로운 CSR 전략을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가 집중 논의됐다. ◇ 단순 기부에서 전략적 투자로…CJ 글로벌 CSR 전략은? CJ는 ‘문화 기반 CSR’의 확장 전략을 제시했다.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 단장은 이날 “국가가 있어야 기업도 존재한다”며 “한국형 CSR 모델을 글로벌 현장에서 실질적 임팩트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CJ는 그동안 영화·음악·뮤지컬 등 문화 기반 사회공헌부터 소외 아동·청소년의 문화 체험·자립 지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민 단장은 “CJ는 사업적 강점을 사회 문제 해결에 연결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계열사 인프라를 활용한 창작자 지원 사업은 CJ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CSR 전략에서는 ‘파트너십’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민 단장은 “CSR이 단순 기부를 넘어 전략적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관과의 협력이 임팩트를 결정짓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CJ는 유네스코와 협력해 소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베트남 감독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영화제 수상작도 배출했다. 베트남 소수민족 농가와 협력해 고추를 재배하고, 이를 CJ 공급망을 통해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말하는 CSR, “직원 경험에서 시작해야 지속된다”

글로벌 CSR 대전환: 자원봉사 미래를 다시 묻다 <1> IBM·RMHC(맥도날드), 글로벌 기업의 자원봉사 전략 사례 공유 “기업 자원봉사는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플랫폼이자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넓히는 핵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CSR의 ‘세계화’와 ‘지역화’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각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기업 시민정신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CSR 포럼’. 강운식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의 이 발언은 이날 논의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국가·기업·시민이 참여하는 자원봉사가 어떻게 글로벌 CSR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가 집중 논의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니콜 시릴로 IAVE 사무총장은 전 세계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행동 촉구(Global Call to Action)’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지금은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기”라며 “기후위기·불평등·권위주의 확산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자원봉사는 잠재력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자원봉사가 SDGs 달성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지역 공동체 회복, 민주주의 강화, 정신·신체 건강 개선 등도 주요 효과로 꼽혔다. 그러나 “이 가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의무감’이 아니라 ‘명확한 명분(cause)’을 중심으로 참여를 결정하는 등 동기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에 맞는 새로운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직원 이해가 자원봉사의 출발점” 그렇다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어떤 해법을 선택하고

“관리에서 통합으로”…‘다문화 국가’ 전환기, 정책 방향 바꿔야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5>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이주배경청년은 한국 사회의 성장 동력” “지금은 1세대 이주민의 자녀들이 청년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한 이주배경청년들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국적이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국가 발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 9월 <더나은미래>와 만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관리 중심의 이주민 정책에서 벗어나 통합 중심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이주배경주민의 적응과 통합정책을 통해 다국어 학습, 경제협력, 글로벌 문화 교류 등 대한민국의 인적, 경제적, 문화적 네트워크를 확대시켜 나가는 저변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현행 ‘재한 외국인 대상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 프로그램은 귀화 희망자나 영주권자 등 외국인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교육과 상담,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체류 중인 외국인과 귀화자, 국적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이 주요 대상이다. 그는 “출입국관리법은 본래 국경 관리와 체류 자격 등 안전관리 중심의 법”이라며 “사회 적응과 상호 이해를 위한 통합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지난 7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의 법적 근거를 출입국관리법에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으로 옮겨, 외국인의 사회 적응과 내외국인 간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 통합의 가장 큰 장벽은 ‘의사소통’ 김

마케팅보다 ‘간호사 이직률’을 낮추자…17배 수익이 돌아왔다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3·끝> ‘좋은 생태계가 좋은 수익을 만든다’…마즈가 보여준 EoM의 계산법 반려동물 사료 판매를 늘리려면 신제품 출시나 광고 마케팅 강화가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글로벌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Royal Canin)은 전혀 다른 해법을 택했다. 반려동물 병원 현장을 지탱하는 수의사 보조 인력, 즉 동물병원 간호사의 이직 문제에 주목한 것이다. 로얄캐닌은 제품 경쟁력보다 간호사 이직률이 반려동물 진료 생태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잦은 인력 교체로 진료 효율이 떨어지고, 고객 경험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의사 네트워크와 추천을 통한 ‘신뢰 기반 유통 모델’을 갖고 있는 로얄캐닌에게 이 문제는 곧 브랜드 신뢰 붕괴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에 로얄캐닌은 약 25만 달러(한화 약 3억 6000만원)를 투입해 간호사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업무 숙련도 강화, 수의사·간호사 간 협업 체계 정립, 그리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직업적 정체성 회복을 돕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결과 간호사 유지율은 38% 오르고, 고객 만족도는 25% 상승했다. 이는 반려동물의 건강검진 건수와 사료 재구매율 증가로 이어져 총 440만 달러(한화 약 64억 3000만원)의 매출 확대가 일어났다. 처음엔 ‘비용’으로 보였던 투자가 17배의 수익으로 돌아온 셈이다. ◇ 기업의 이익은 ‘생태계의 건강’ 위에서 자란다 로얄캐닌의 전략은 글로벌 식품기업 마즈(Mars)가 옥스퍼드대와 함께 제시한 ‘상생의 경제학(Economics of Mutuality·이하 EoM)’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마즈 산하 기업 로얄캐닌은 2015년 이후 이윤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반려동물 건강 생태계의 조정자(coordinator)’를 자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