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 절반 이상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정배경이 좋은 경우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높았으며, 개인의 노력에 따라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굿네이버스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청소년의 공정성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전국 만 13~24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청소년의 55.9%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응답은 35.6%였다. 공정하다는 인식은 연령이 높을수록 낮아졌다. 동의하는 정도를 100점 만점으로 봤을 때 만 13~15세 평균은 48.1점, 만 16~18세는 46.7점, 만 19~24세는 44.2점을 기록했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좋다고 응답한 청소년(48.5점)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40.4점)에 비해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경제적 형편이 좋은 경우 미래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53.7점), 미래의 교육(75.3점)과 직업(53점) 수준에 대한 포부도 높았다. 반면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편이었으며(49.8점), 미래의 교육(66점)과 직업(46.5점)에 대한 포부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아버지의 교육 수준에 따라서도 공정성 인식에 차이를 보였다. 아버지의 학력이 높은 청소년(74.7점)은 최종학력 목표에 대한 교육 포부가 그렇지 않은 청소년(62.7점)보다 높았다.
사회가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개인의 상황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오로지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장학금을 줄 때 가정형편보다 성적을 고려해야 한다’ ‘의대와 명문대 합격자 중 특정 지역 출신 학생이 많은 것은 그들의 실력이 좋은 것이므로 공정하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공정하다’와 같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른 대가를 얻는 것이 마땅하다고 인식했다.
한유정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부장은 “청소년 사이에서도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공정(公正)은 형평성과 정의, 도덕, 포용, 배려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것을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어려운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의 진학과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사회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