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제3회 미래지식 포럼] ④실패 꺼리는 사회에선 혁신 없다… “더 많은 기회 누릴 수 있어야”

경제·식량·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기후변화, 양극화 등 사회문제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모든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남아있을까.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주최하는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10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로 개최됐다. ‘기회는 누구의 몫인가’라는 큰 주제 아래 여섯 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경영학 ▲심리학 ▲고전문학 ▲농업경제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의 학자가 전하는 통찰을 공유한다.

10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의 1부 마지막 순서로 연사 대토론이 마련됐다. 이날 ‘기회’라는 키워드로 강연한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유광수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최기환 아나운서와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의 공동 진행 아래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아 연사들이 직접 답하고, 강연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도 나눴다.

10일 열린 '제3회 미래지식 포럼'에서 '기회 너머의 기회'라는 주제로 1부 강연 무대에 올랐던 연사들이 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최기환 아나운서,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유광수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10일 열린 ‘제3회 미래지식 포럼’에서 ‘기회 너머의 기회’라는 주제로 1부 강연 무대에 올랐던 연사들이 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최기환 아나운서,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유광수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첫 번째 토론 주제는 ‘실패할 기회’였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결국 실패하지 않는 안전한 길을 택하거나, 도전을 포기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용 교수는 “실패를 꺼리는 사회에서는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며 동의했다. 혁신을 막는 원인으로는 기업의 ‘평가제도’를 지적했다. 일반적인 대기업에서는 매년 직원에게 KPI(핵심성과지표)를 부여하고 목표달성도에 따라 평가가 이뤄진다. 이는 승진, 교육 기회 등 보상과 연결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고 결국 의미있는 실험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신 교수는 “최근 IT 기업에서는 얼마나 새롭고 의미있는 시도를 했는지가 평가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면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유광수 교수는 “기준을 무엇으로 두느냐에 따라 인생은 모두 성공이기도, 모두 실패이기도 하다”며 바보온달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온달의 인생은 평강 공주를 만나 입신양명 하며 성공한 것 같지만, 꼭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온달은 관직을 얻었지만 시기와 질투에 시달렸고 정치적 입지도 다지지 못했다. 결국 전쟁터에서 화살을 맞고 숨을 거뒀다. 유 교수는 “온달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았을지 생각해보라”며 “실패와 성공의 기준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3회 미래지식 포럼'의 1부 연사로 참석한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유광수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가 연사 대토론 세션에서 시청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제3회 미래지식 포럼’의 1부 연사로 참석한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유광수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가 연사 대토론 세션에서 시청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다음으로 ‘기회는 과연 평등한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유 교수님 말대로 생각하면 위로가 되지만, 열심히 인생을 살아도 아무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유 교수는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심적으로는 공평하다”고 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각자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 적합한 것도 따로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신발장에 있는 신발 중 가장 자주 신게 되는 신발은 제일 예쁜 신발도, 제일 비싼 신발도 아닌 ‘편한 신발'”이라며 “인생을 살 때 모든 기준을 예쁜 것, 비싼 것으로만 재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이 강제한 것을 억지로 하면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면 불공평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기회가 공정하다고 너무 강하게 믿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회의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프로불편러’들을 평가절하 하게 되고 ▲능력주의를 절대선으로 받아들여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을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폄하하며 ▲자신이 기회를 잡지 못했을 때도 자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도 “완벽히 공정한 기회는 없다”며 유 교수와 허 교수의 말에 공감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재능이나 자원 등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소위 ‘빽’이라고 말하는 특권이나 특혜가 예전만큼 기회의 분배에서 작용하지 않게 됐다”며 “세상은 조금씩 공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차원에서는 제도를 탓하기보다는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좋다”며 “거듭된 실패에서 헤어나지 못해 실패가 루틴이 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기회라고 하면 대부분은 ‘성공’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는데, 신기하게도 오늘 강의나 토론에서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나왔다”며 “중요한 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기회’를 갖는 게 먼저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세 교수님의 공통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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