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식량·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기후변화, 양극화 등 사회문제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모든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남아있을까.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주최하는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10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로 개최됐다. ‘기회는 누구의 몫인가’라는 큰 주제 아래 여섯 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경영학 ▲심리학 ▲고전문학 ▲농업경제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의 학자가 전하는 통찰을 공유한다. |
MZ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35%, 주요 기업 임직원의 50%를 차지한다. MZ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을 이해하려는 분석도 넘쳐난다. ‘개인주의’ ‘강한 자아’ ‘칭찬과 인정에 대한 높은 민감성’ ‘일의 재미와 의미 추구’….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엇보다도 MZ세대는 전 세대 중 ‘공정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라고 말한다.
신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의 1부 첫 번째 연사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을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발단은 ‘우리 회사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배 높은데, 성과급은 왜 작년과 같으냐’는 메일 한 통이었다. 29세 직원이 쓴 이 메일은 전체 임직원에게 발송되며 MZ세대 직원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연봉반납선언, 이석희 CEO의 개선방안 발표, 성과급 산정 방식 변경 등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신 교수는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MZ세대에게는 ‘공정’이라는 가치가 다른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MZ세대에게 공정이란 철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실용적인 개념이다. 이들은 자신이 투입한 노력과 이에 대한 보상의 교환 비율을 중요하게 여긴다. 즉, ‘노력에 따른 보상의 예측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MZ세대는 왜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됐을까. 신 교수는 MZ세대의 성장과정에서 원인을 찾았다. “MZ세대가 자라온 과정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강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냈죠.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수시 중심 대학입시로 장기적인 정성평가에도 익숙합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MZ세대는 자신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올바르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의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이유다. 신 교수에 따르면 MZ세대의 선두에 있는 1980년대 중반 출생자가 대학을 졸업한 2008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한 해를 제외하고는 3%를 넘은 적이 없다. 부동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근로소득의 가치도 떨어졌다. MZ세대가 미래에 대해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파이 쪼개기가 중요해진 시대를 맞아 MZ세대는 기회와 과정의 평등에 있어 쌀 한 톨만큼의 불공정도 결코 용인할 수 없게 됐다.
미래가 불안한 MZ세대는 ‘나로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MZ에게 성장이란 전문성과 역량의 강화, 즉 노동시장에서 몸값의 상승을 뜻한다. 신 교수는 “MZ세대에게 성장하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기업은 인재를 끌어오기도, 붙잡아두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도 인력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구성원을 거대한 시스템의 부속품이 아닌, 도전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의사결정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MZ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성장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서로 성장을 도우며 업무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료는 회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입니다. 최적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소와 업무 수행 방식을 직원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혁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환경을 만들어갈 때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끌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