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6일(현지 시각) 원자력과 천연가스발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친환경 투자 기준인 택소노미에 원전과 가스를 포함하는 규정안에 대해 투표했다. 참여한 의원 639명 중 과반인 328명이 찬성해 가결됐으며 278명은 반대, 33명은 기권했다.
이번 규정안 가결로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 중 20개국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는 EU 택소노미 규정집에 포함된다. 이에 대한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EU 택소노미는 기후·환경 목표에 맞는 투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담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 정책 입안자가 투자 활동에 참고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한다. EU는 이 분류체계를 공공자금 지원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에 대해선 EU 회원국과 의원, 환경단체 등에서 양분된 의견이 나오곤 했다. 원자력은 탄소배출을 하지 않지만 방사성 쓰레기를 양산하며, 천연가스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석탄원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행기 원료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2월, 유럽의회에서는 EU집행위가 발의한 이 규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했다. 가스 투자가 늘어나면 결국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유럽 의존도를 심화하고, 러시아의 이득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서한으로 “나는 가스와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은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한다는 관점에서 유럽의 에너지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고 EU집행위는 전했다.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와 석탄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도 이번 규정안에 찬성했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 정부는 이 규정안이 법제화될 경우 EU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덴마크와 다른 회원국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가스를 녹색으로 분류할 경우 EU의 기후변화 대항 의지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에서 원자력 발전은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는 조건부로 포함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오는 8월까지 녹색분류체계를 개정해 원자력발전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