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성장.’ 롯데그룹의 종합화학기업인 롯데케미칼은 19일 발표 간담회를 열고 ‘롯데케미칼 2030 비전·성장전략’을 발표했다. 미래 산업으로 낙점한 수소 에너지와 배터리 소재 사업에 총 10조원을 투자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모든 상장사의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해 체계적인 ESG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작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는 평가 대상인 상장기업 9곳 모두 통합등급 ‘A(우수)’를 획득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탄소감축성장’에 10조원 투자 결정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재무적 목표로 ‘매출 50조원 달성’, 비재무적 목표로 ‘탄소감축성장’을 내놓았다. 범용 석화 사업의 경우 지역다변화와 제품경쟁력 확대 등을 통해 지난해 기준 매출액 11조원을 20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사업은 기존 스페셜티 제품군 확대와 신규 사업군 진출 등을 통해 7조원에서 18조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그린 사업(친환경 사업)은 수소에너지 5조원, 전지소재 5조원, 리사이클·바이오플라스틱 2조원 등 매출 총 12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수소에너지 사업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해 12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120만t은 2030년 기준 국내 수소 수요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생산량 중 60만t은 발전용, 45만t은 연료전지·수소가스 터빈용, 15만t은 수송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라 밝혔다. 황진구 수소에너지사업단장은 “롯데케미칼의 네트워크와 투자 여력,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 등을 살려 생산설비 투자부터 운송·유통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자소재 사업의 경우 2030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자한다. 해외시장 진출 계획도 본격화했다. 이영준 전지소재사업단장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배터리 소재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차세대 배터리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에너지 밀도 향상과 안전성 요구가 강화됨에 따라 미래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리튬메탈 음극재, 액체전극,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의 자체기술을 연구·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유망업체 발굴 후 지분투자를 통해 배터리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순환과 공존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 판매량을 100만t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제품의 원료부터 판매,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환경·사회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순환경제 체제 구축을 위해 스포츠 산업과도 손잡았다. 지난 8일에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자원선순한 프로젝트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이번 시즌 폐페트(PET)를 재활용해 제작한 친환경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유니폼 제작에 사용된 폐페트는 모두 부산 지역에서 수거했다.
식음료 산업에서도 친환경 드라이브
롯데마트는 지난달 대형마트 최초로 ‘그린스타’ 인증을 획득했다. 그린스타는 한국경영인증원(KMR)이 전문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를 통해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해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지난해 10월 ‘다시, 지구를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은 캠페인 브랜드 ‘리얼스(RE:EARTH)’를 선보인 롯데마트는 본격적인 친환경 경영에 돌입했다. 특히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중심으로 친환경 원재료와 포장재를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PB상품 제작 시 ▲리무버블 스티커 사용 ▲에코 절취선 적용 ▲재사용 포장재 사용 ▲친환경 소재 대체 등 친환경 패키징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
전국 51개 점 옥상과 유휴 주차장 부지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연간 10.1G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2만9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또 106개 점포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구축했다.
롯데홈쇼핑은 서울 남산도서관에서 서울특별시·서울시 교육청·한국환경공단과 자원순환 및 ESG 경영 실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협약은 ▲자원순환 시범사업 지역사회 연계망 구축 ▲폐자원 활용 공공시설물 조성 ▲민·관·학 협업 ESG 친환경 모델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번 협약은 선거에서 사용된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약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선거 후 폐현수막을 건축 자재, 가구 등으로 업사이클링해 남산도서관 옥외 공간에 친환경 ‘작은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작은도서관은 현재까지 전국에 72호점이 개관된 상태다. 신성빈 롯데홈쇼핑 마케팅본부장은 “민·관·학이 함께 친환경 ‘작은도서관’을 건립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ESG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식음료 계열사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활동을 추진했다. 롯데제과는 4월5일 식목일에 맞춰 ‘나뚜루 리사이클 가드닝(Recycle Gardening)’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뚜루 공식 인스타그램에 ‘환경 보호를 위한 나의 다짐’ 댓글을 남긴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200명을 선정하고 흙, 바질, 무순 씨앗 등이 들어 있는 나뚜루 포레스트 키트를 증정했다. 키트를 받은 참여자들은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빈 파인트 용기에 씨앗을 심어 한 달 이내에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동물 보호와 관심 증대를 위해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성실화랑’과 협업해 ‘아이시스8.0x성실화랑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에디션의 라벨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해달’ ‘황제펭귄’ ‘웨델바다표범’ 등이 인쇄돼 있다. 소비자들은 라벨에 있는 QR 코드를 통해 멸종위기 해양동물에 대한 설명, 캠페인 취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김혁신 롯데지주 ESG팀 수석은 “롯데는 모든 경영 활동에 있어 ESG 가치를 우선한다”며 “글로벌 선도 ESG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 진취적 자세로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건전한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