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화석연료 LNG가 탄소중립?… “그린워싱 유발하는 악례 될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해 탄소중립으로 광고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화석연료 기업의 그린워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SK E&S의 부당표시 광고행위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기후솔루션이 SK E&S의 LNG 사업 광고에 그린워싱 소지가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SK E&S는 현재 호주 북서부 바로사 지역에 매장량 7000만t 규모의 LNG전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신규 가스전 개발은 기후재앙 초래”…국내외 환경단체, SK그룹에 공개서한> SK E&S는 배출되는 탄소를 탄소포집·제거(CCS) 기술과 탄소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며 광고에서 ‘탄소중립’ ‘CO2 Free’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광고가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졌다며 지난해 12월 SK E&S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SK E&S 제공

이번 결정은 공정위가 화석연료 기업 광고의 그린워싱 여부를 판단한 첫 사례다. 하지만 공정위가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공정위가 밝힌 무혐의 판단 근거는 크게 ▲탄소중립 광고가 향후 생산계획에 관한 것으로 현 시점에서 거짓, 과장이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CO₂ 100% 제거’ 등 구체적인 감축량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 ▲LNG 사업이 일반 소비자의 직접적인 거래 대상이 되지 않아 소비자오인성과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정이 향후 화석연료 기업의 그린워싱 광고를 유발하는 등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 결정대로라면 향후 계획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탄소저감 계획의 현실성과 관계없이 광고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LNG 발전 전기를 소매로 구입할 시장이 없다고 해서 소비자 인식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비자오인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감독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그린워싱으로 볼 수 있다”며 “막연한 계획만 세워놓고 탄소중립으로 광고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화석연료 기업의 그린워싱 광고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국내와 달리 유럽에선 그린워싱의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프랑스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제정한 ‘환경과 회복(Climat et Resilience)’ 법에는 화석연료를 상업화하고 홍보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네덜란드 광고심의위원회(SRC)도 글로벌 정유기업인 ‘셸(Shell)’의 그린워싱 광고를 시정조치했다. 셸은 라디오 광고에서 스스로를 ‘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로 표현했다. SRC는 셸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으며 변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표현이 과장됐다고 판단했다.

하 변호사는 “화석연료에 대한 그린워싱 광고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큰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는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규제와 감독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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