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美, 트럼프의 반ESG 선언…일부 주는 ‘강화’로 맞선다 [이 달의 ESG]

ESG 규제 완화 vs. 주별 정책 강화
유럽은 ‘그린딜’ 딜레마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세계 ESG 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는 ESG 규제 완화를 선언한 동시에 몇몇 주들은 트럼프에게 반발하며 자체적으로 ESG 정책을 강화하는 중이다. 유럽은 친환경정책 그린딜이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방해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한다.

트럼프는 대선에 성공한 이후 ESG 반대 노선을 굳히고 있지만 각 주들은 개별적인 ESG 강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편 EU에서는 그린딜 정책이 산업 경쟁력을 낮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중이다. /채예빈 기자

◇ 돌아온 트럼프는 반(反) ESG 전선 준비 중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는 행정부 인사를 꾸리면서 ESG 반대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너지부 장관으로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채굴을 하는 기업 리버티 에너지의 CEO인 크리스 라이트를 지명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를 시추하자)”을 구호 삼아왔다. 크리스 라이트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부정하며 빈곤 해결의 열쇠로 화석 연료 생산을 제안해 왔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미국 석유 업계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LNG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보호청(EPA)에는 리 젤딘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수장으로 지명됐다. 그는 발표 직후 X 계정에 “에너지 분야 주도권을 가져오고 미국을 세계 AI의 수도로 만들고,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보존유권자 연맹 (LCV)은 리 젤딘이 의회에서 4번 재임하는 동안 환경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비율이 14%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EPA가 석유와 가스 생산 한도를 정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규제 완화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대통령 자문위원회 정보효율부(DOGE) 책임자로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내정됐다. 2022년 5월 S&P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가 빠진 후 자신의 X 계정에 꾸준하게 ESG 트렌드에 대한 반발을 표현해 왔다. ESG는 ‘악마(devil)’, ‘사기(Scam)’, ‘나쁜 행동을 숨기기 위한 도덕적 망토’라고 표현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FPB는 2008년 금융 이기 이후 은행 및 금융기관을 감독하며 소비자를 보호하는 감시 기관이다. 그는 중복되는 규제 기관이 너무 많으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는 입장이다.

◇ 진보적 성향 주에서는 ESG 활동 활발해져

미국의 각 주는 개별적인 주 헌법과 주법을 가진 만큼, 개별 주에서는 기후 입법 등 ESG 강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워싱턴 주에서는 대선과 함께 진행된 주민 투표 결과에 따라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유지된다. 주 내 탄소 배출기업들이 배출량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탄소배출권 폐지안이 주민 발의로 제기됐지만, 62%의 반대표를 받았다.

트럼프가 38%의 득표율을 얻었던 캘리포니아는 기후 입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먼저 11월 8일, 캘리포니아주는 저탄소 연료 기준을 개정했다. 연료의 탄소 집약도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에서 30%로 올렸다.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운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 줄이겠다는 목표다. 같은 달 주민 투표를 통해 물관리와 재생에너지 투자를 지원하는 30년 만기 1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와 뉴욕, 매사추세츠, 버몬트, 워싱턴, 오리건 6개 주에서는 내년부터 전기차 판매가 의무화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의 35%를 전기차(EV)와 수소전기차(FCEV) 등 무공해 차량으로만 판매해야 한다.

EU, 그린딜 정책 실행 속 ESG 간소화 방안 모색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정책은 하나씩 실행되고 있다. 먼저 11월 19일, ‘탄소 제거 인증 프레임워크(CRCF)’ 규정이 EU에서 최종 승인됐다. 규정은 정량화, 모니터링, 검증을 통해 탄소 제거와 저장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탄소 포집 등 영구적 탄소 제거, 장기 탄소 저장, 탄소 농업이 규정의 대상이다.

ESG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ESG 평가사를 규제하는 ‘ESG평가기관 규정(ESGR)’도 11월 19일 승인됐다. 규정에 따르면 EU 내에서 활동하는 기관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더불어 평가 방법론과 모델, 정보 출처를 공개해야 한다. 규정은 ESG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8월 ESG 평가기관 규제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영국은 11월에 법안 세부 지침을 담은 자문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EU 깃발
11월 EU에서는 ‘탄소 제거 인증 프레임워크(CRCF)’ 규정과 ‘ ‘포장·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 개정안(PPWR)’이 통과됐다. 동시에 EU 집행위원회는 ESG 규제 간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DB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규제하는 ‘포장·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 개정안(PPWR)’은 11월 26일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EU 국가에서는 과일, 패스트푸드 매장 조미료, 호텔 어메니티 등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된다. 1인당 플라스틱 포장폐기물을 2030년까지 2018년 기준 5% 가량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12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EU의 집행위원회는 산업 경쟁력을 위해 ESG 규제를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임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부는 11월 25일 블룸버그뉴스에 ESG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며, 이를 위해 여러 법안을 한꺼번에 개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 대상으로는 ▲EU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EU 택소노미 규정이 논의된다. EU의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해 이들이 유럽을 떠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