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WHO “러, 우크라 산부인과·어린이병원에 폭격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산부인과, 어린이병원 등 의료시설까지 공격하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8일 사이에 우크라이나 의료시설이 24번이나 공격당한 것을 확인했다”며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9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시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에 부상을 입은 임산부를 자원봉사자들이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9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시에서 러시아 군의 공격에 부상을 입은 임산부를 자원봉사자들이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시에서는 러시아 공습으로 현재까지 약 1300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은 임산부가 입원해 있는 산부인과 병원도 폭격했다. 이로 인해 3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은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이 끝나고 임산부가 자욱한 잔해들 사이에서 배를 움켜쥐고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30분마다 러시아 전투기가 어린이, 노인, 여성이 있는 민간 건물을 공격했다”며 “이것은 대량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수도 키이우 서쪽 지역 지토미리의 병원 두 곳도 러시아군 공격에 건물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다. 이 중 한 곳은 어린이 병원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 병원 습격은 우크라이나인 학살의 증거”라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건물은 이미 우크라이나군과 급진 세력이 점령한 상태였고, 민간인은 없었다”며 민간인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CNN은 “폭발 이후 촬영된 영상을 보면 임산부를 포함한 환자와 직원들이 남아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시국제법에서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인도적 업무에 전념하는 의료인이나 의료 차량, 병원은 공격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의료시설이 반복적으로 폭격당하면서 러시아군이 병원을 조직적으로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WHO는 CN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쟁의 매 순간에도 기본적 인권인 보건의 존엄성과 안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0일 “마리우풀에서 포격과 총격전, 공중폭격이 계속 되면서 거동이 어려운 임산부와 노약자가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며 “의료·보건 시스템이 무너지기 직전인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박탈하는 것은 전쟁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