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은행 송금망 마비가 지속하면서 국제 구호 단체들이 비공식망을 활용해 구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구호 단체 대부분이 비공식 송금망 ‘하왈라’를 이용해 아프간에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왈라는 이슬람권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신용거래 시스템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자체 조직망을 이용해 외환 거래를 한다. 송금 수수료가 싸고 보안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랍권 국제 테러 조직이나 불법자금 세탁에도 자주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내전이 이어져 사실상 정부의 재정 자립 능력이 상실됐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며 상황은 악화했다. 해외에서 아프간 내 은행으로 송금도 막혀 만성적인 외화 부족에 처한 상황이다. 여기에 가뭄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0만명의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몇 달 치 월급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에 대한 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 은행들은 송금 승인에 소극적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원조와 가족 간 계좌이체 등 인도적 차원의 송금만 허용했다. 로버트 마디니 국제적십자위원회 사무총장은 25일 “아프간의 은행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됐다”며 “중앙은행은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하왈라를 이용해 1만명의 의사와 간호사에게 급여를 주고 있다. 적십자는 아프간 원조를 위해 1억6100만 달러(약 1942억4700만원)를 모금한 상태다. 마디니 총장은 현재 모금액 외 추가로 5000만 달러(약 603억2500만원)를 국제사회와 기부자들에게 요청할 계획이라 밝혔다.
마디니 총장은 “하왈라에 의존해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하왈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협상이 필요하다”며 “아프간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탈레반은 은행 시스템 가동과 관련해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