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우울, 불안, 자살 충동 등에 시달리는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도 10명 중 1명꼴로 우울이나 불안 같은 증상에 노출돼 있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0대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지난해 7~8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초4~고3) 5937명과 학교 밖 청소년 752명 등 총 66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35%는 경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겪고 있었다. 29%는 경도 이상의 불안 증세가 있었고, 36.8%는 자살 위험에 노출된 위험한 상태였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중증도가 높았다.
학생 청소년 중에는 17.4%, 13%가 각각 경도 이상의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었다. 16.4%는 자살 위험군에 속했다. 학생 청소년도 여자가 남자보다,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정신건강 문제의 중증도가 심화했다.
우울, 불안 외에도 스트레스, ADHD, 자해 등 모든 유형의 정신건강 문제에서 학교 밖 청소년의 중증도가 학생 청소년 중증도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우울, 불안, 자살 위험성의 경우 중중도에 해당하는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학생 청소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약물·치료·상담 등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답변은 학생 청소년이 34.7%, 학교 밖 청소년이 34.3%였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학생 청소년은 ‘타인의 시선’을, 학교 밖 청소년은 ‘비용 문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선호하는 상담 대상으로 학생 청소년은 부모님을, 학교 밖 청소년은 정신과 의사를 1순위로 꼽았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자신의 체형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실제보다 마르다고 평가하는 ‘과소인지’ 상태인 학생 청소년은 19.6%, 학교 밖 청소년은 14.8%였다. 실제보다 살이 쪘다고 평가하는 ‘과대인지’에는 학생 청소년의 18.3%, 학교 밖 청소년의 19.4%가 해당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행, 폭력에도 더 많이 노출돼 있었다. 흡연·음주·패싸움·절도 등 7가지 비행 유형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학생 청소년이 6%, 학교 밖 청소년이 35.2%로 나타났다.
7가지 폭력 유형(조롱·따돌림·협박 등) 중 한 가지 이상의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학생 청소년이 4%, 학교 밖 청소년이 6.6%였다.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학생 청소년이 5.8%, 학교 밖 청소년이 11.7%였다. 보고서는 “비학습 목적의 과도한 컴퓨터·스마트폰 이용, 비행과 폭력 경험 등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일관되게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 이용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매뉴얼을 제작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배포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서비스 사각지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청소년 정신건강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중앙과 지방 단위에서 구축되고, 둘 사이의 원활한 협력과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