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테크 기업의 ESG 과제는?”… 삼정KPMG, 글로벌 빅테크 기업 ESG 경영 분석

막대한 전력 사용,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윤리 문제 등 테크놀로지 기업이 당면할 수 있는 ESG 리스크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삼정KPMG는 4일 발간한 보고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ESG 동향과 시사점’을 통해 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테크 기업의 ESG 경영 리스크와 관리 방안 등을 소개했다.

삼정KPMG가 4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ESG 동향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픽사베이
삼정KPMG가 4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ESG 동향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막대한 전력 사용,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윤리 문제 등 테크놀로지 기업이 당면할 수 있는 ESG 리스크를 다뤘다. /픽사베이

깊은 바닷속 친환경 데이터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테크 기업의 ESG 리스크는 다양하다. 데이터 센터의 전력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복잡한 자원 공급 사슬에서 인권·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사이버 보안 이슈에도 민감하다. 제품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각종 오염 물질, 폐기물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윤리적 논란을 낳기도 한다.

KPMG가 2019~2020년 전 세계 311개 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70%는 탄소 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자동차, 광업, 유틸리티 산업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테크 기업의 50%는 기후 변화 이슈를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66%는 기업 활동을 국제연합(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와 연계하고 있었다.

주요 빅테크 기업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별도의 냉각 과정이 필요 없는 친환경 데이터 센터를 짓는 식이다. MS는 자연 냉각이 가능한 해저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 나틱’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메타는 연평균 기온이 낮은 스웨덴 북부 룰레오에 데이터 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 7월 스코틀랜드 바다에서 인양한 MS의 해저 데이터 센터./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난해 7월 스코틀랜드 바다에서 인양한 MS의 해저 데이터 센터.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원자재 조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관리한다. 테슬라는 2020년 금속 원료 코발트를 자사 배터리 생산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 원재료로 주로 쓰이는 코발트는 채굴 과정에서의 아동 노동 착취, 인권 침해, 광산 불법 운영 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테슬라와 구글, 애플 등 기업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2년 전 미국 국제권리옹호 단체에 피소당했다. 대부분 빅테크 기업은 ‘RMI협의체’에 가입한 상태다. 기업의 책임 있는 광물 조달과 공급망 관리를 목표로 하는 협의체다. 콩고와 인근 국가에서 생산되는 4대 광물(주석·탄탈룸·텅스텐·금) 등의 원산지 추적 조사, 생산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과 인증을 실시한다. 회원사는 현재 380여 곳이다.

전 세계 ESG 규제 모니터링 해야

데이터·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진행된 사이버 보안 회의에 참석해 보안 인프라나 기술 교육 등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계정 소유자에게 보안 강화를 위한 다단계 인증 장치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애플은 공급업체들과 협력해 다단계 인증을 도입하고, 기술 공급망 전반에 걸쳐 보안 시스템을 개선한다. 구글은 자사의 직업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10만 명 넘는 미국인에게 IT 지원, 데이터 분석 등 기술 교육을 지원한다.

탄소 절감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한다. 구글은 이용자들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비행기표를 예약하거나 이동 경로를 검색할 때, 예상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테슬라는 비용 경쟁력을 갖춘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개발을 위한 대회를 개최하고 1억 달러를 기부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오염 물질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선형 경제’에서 벗어나 ‘순환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선형 경제는 ‘자원 채취-생산-소비-폐기’의 과정이 중심이다. 순환 경제는 생산과 소비 후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한다.

인공지능(AI)의 윤리성도 테크 기업의 주요 리스크다. AI는 활용 분야나 목적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도 있지만 편견과 차별, 불건전 정보 확산 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MS의 AI 챗봇 테이(Tay)의 인종차별 발언, 아마존 채용 면접 심사용 AI의 성차별 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테크 기업들은 인간에게 무해한 AI 개발을 위해 자발적으로 AI 원칙을 만드는 등 인간이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AI 부작용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ESG 경영은 오늘날 모든 기업의 필수 생존·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며 “아직 ESG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수립한 ESG 전략과 이행 로드맵을 벤치마킹해서 자사 상황에 부합하는 ESG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테크 기업은 한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ESG 규제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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