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수)
[사회혁신발언대] 컴퓨터 없이 온라인 수업받는 아이들
[사회혁신발언대] 컴퓨터 없이 온라인 수업받는 아이들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김완건 가정복지회 자원개발본부 팀장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저소득 가정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두 아이가 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민수(가명)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일용직 수입이 전부인 고등학생 효진(가명). 민수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효진이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줍은 목소리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두 가정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 이 가정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코로나19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디지털 빈부격차라는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겼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아씨의 요청은 간절했다. 그는 2013년 남편과 한국으로 망명했다. 넷째를 임신한 하디아씨는 고혈압과 선천적인 뱃속 질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그에게 공공영역의 지원은 불가능했다. 비자가 없어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출산이 임박해왔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가정복지회)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10%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찐기부야 챌린지를 기획했다. 찐기부야 챌린지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노래찐이야에서 착안한 제목이었다.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삼고 홍보를 시작했다.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선한 영향력의 문화, 팬덤 필란트로피를 염두한 기획이기도했다. 영탁의 공식 팬클럽인 영탁이 딱이야가 나서줬다. 지난 5 20일부터 30일까지 팬클럽 회원 1948명이 5676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기부했다. 팬클럽 기부금에 일반 시민들의 기부금이 더해져 총 6931만원이 모였다. 이 돈으로 민수와 효진이를 비롯한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23대의 온라인 학습용 컴퓨터를 선물했다. 기니 난민 하디아씨에게는 긴급의료비를, 그외 저소득 가정 10세대에 약 100만원씩 생계비를 지원했다.

사회의 취약한 곳들이 부서지기 시작하면 결국 사회 전체가 무너진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일상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다. 찐기부야 챌린지 후원금 덕에 민수는 집에서 컴퓨터로 독학하면서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키우고 있다. 건축가를 꿈꾸는 효진이는 건축 관련 자격증 정보를 모으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 대의 컴퓨터가 멈춰 있던 아이들의 꿈에 열정을 불어 넣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하디아씨의 넷째 아이는 한 달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해 가족의 품에 안겼다.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살려낸 건 시민들이다.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더 강력해지는 한국인의 기부 DNA. 시민들의 기부가 코로나19라는 위중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백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완건 가정복지회 자원개발본부 팀장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