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되는 일회용품 만드는 소셜벤처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인터뷰
가지고 다니던 텀블러를 깜빡 잊고 나왔을 때, 어쩔수 없이 일회용품을 쓸 수밖에 없을 때. 플라스틱 제품이 아닌 다른 친환경적인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2019년 설립된 소셜벤처 ‘리와인드’는 이런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생분해되는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품’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리와인드는 생산자의 책임을 다하고자 제품의 제조·유통, 소비, 수거까지의 전 과정(Life Cycle) 선순환 사이클을 추구합니다. 현재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품을 생산·유통하고 있어요. 향후 사용한 제품을 수거해 다시 소중한 자원으로 리와인드시키는 선순환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8월 25일 서울 강남에 있는 소셜벤처허브에서 김은정 리와인드 대표를 만났다.
제조·유통, 소비, 수거를 통한 선순환 사이클 실현
리와인드는 그들이 목표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세 단계에 걸쳐 실현하고 있다. 첫 단계는 ‘제조·유통’ 단계다. 생분해 테이크아웃 용품 브랜드 ‘아이엠그리너’ 제품을 전국의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600여곳에 납품한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대체하는 PLA 아이스컵과 나무를 베지 않는 사탕수수 종이컵, 밀짚으로 만든 도시락 등 식음료 용기를 주로 제작하고 유통한다. 선순환을 이루기 위한 두번째 단계는 ‘소비’다. 리와인드는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카페와 푸드트럭을 지원하는 멤버십 ‘그린카페’를 운영한다.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식기를 사용하지 않고, 테이크아웃 시에는 생분해 가능한 용품을 사용하며, 개인 컵 사용을 권장하는 등 환경적인 실천에 참여하는 카페들이 가입돼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납품하는 600여곳 가운데 160여개가 그린카페”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수거와 재활용’의 단계다. 사용자가 수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거된 제품을 바르게 활용해 땅으로 퇴비화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C.CYCLE’ 단계다.
리와인드는 생분해 테이크아웃 용품을 제작하지만 동시에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도어행거를 배포하기도 한다. 또한 소비 자체를 지양하자는 주장도 펼친다. “완전한 친환경은 안 쓰는 거잖아요. 리와인드가 친환경적인 일회용품을 주면서 ‘텀블러 대신 이걸 써라’하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일까 봐 염려스러웠어요. 리와인드를 만든 이유는 명확해요.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때의 대안입니다.”
“완전한 친환경은 소비를 멈추는 것”
김 대표는 환경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캘리그라퍼로 활동했고 대학원에서는 그린디자인을 전공했다. ‘친환경적인 테이크아웃 용품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이라는 주제의 졸업논문을 쓰며 생분해 소재의 필요성에 대해 알게 됐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생분해 일회용품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논문의 타당성을 증명하고 이러한 대안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지인들과 ‘아이엠 그리너’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리와인드의 목표 중 하나는 ‘그린카페’ 지원이다. “생분해 용품은 일반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구매 비용이 비싸요. 이런 부담을 기꺼이 지고 실천하는 카페들을 지원하고 싶어요. 올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해 ‘그린카페 맵’ 서비스와 ‘앱 오더’ 등을 지원할 예정이고요. 추후 이러한 매장들을 공유 컵 서비스와 컵 수거를 위한 거점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수거된 용품들을 지자체와 기업, 환경단체들과 연계를 통해 순환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제로 웨이스트 카페의 표준’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와인드는 식음료 용품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사용하고 버려지는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특별한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기를, 그래서 누구나 쉽게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중한 자원이 버려지지 않고 다시 순환됨으로써 모든 생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김영현 청년기자(청세담1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