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이 사는 法]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 그저 도움이 좀 더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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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혐오에 내몰려 병원·시설로…
정신장애인 외면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절실
지역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 수 있게 되길 바라
복지 사각지대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지원할 것

김도희 변호사는 지난 2013년부터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정신장애인과 노숙인을 위한 법률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정신장애인을 직접 보신 적 있나요? 많은 사람이 정신장애인을 다른 장애와 달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직접 대면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사회적 낙인과 혐오 정서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배제돼 있어요. 대부분 병원이나 시설로 밀어 넣는 상황인데, 그게 답은 아니죠.”

김도희(38)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을사각지대 속 사각지대라고 표현했다. 이들을 7년째 지원하면서 느낀 점이다. 김 변호사처럼 정신장애인을 법률 지원하는 공익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는다. 그만큼 사안이 까다롭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복지재단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모든 장애인이 복지와 의료의 경계에 있지만 유독 정신장애인만은()’이라는 의료적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복지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정신장애인이 위험하다는 건 편견

정신장애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15개 장애 유형 중 하나다. 망상이나 환각, 강박 증세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정신장애인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제도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해당 법 15조에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제외할 수 있다고 돼 있거든요. 그런데 정신건강복지법에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법률만 있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은 마련돼 있지 않아요. 허울뿐인 법이죠. 결국 장애인복지법, 정신건강복지법 어디에서도 도움받지 못합니다.”

실제 정신장애인 중에 활동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복 장애에 해당한다. 김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의 복지 서비스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에 주력한다. 그는 “해마다 3000억원 규모의 정신보건 예산이 편성되지만, 97% 이상이 의료나 보건 쪽에 쓰이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 공백은 장기 입원으로 이어진다면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병원에 사실상 감금된 당사자를 구제하는 일도 한다. “보호자에 의한 강제입원을 치료 목적이 아닌 감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일입니다. 지난해에도 한 중년 여성을 인신구제 소송을 통해 병원에서 나오게 해 드렸어요. 강제입원을 하려면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소속이 다른 정신과전문의 2명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하는데, 알아보니 보호자 중 한 명이 이혼한 전 남편이었어요. 여러 정황상 감금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사람이라고 보는 인식이 강한 이유는 이따금 발생하는 흉악범죄가 정신질환과 연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발생한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 대형병원 의사 살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라며 “정신장애인의 대부분은 타해 가능성이 작고 오히려 자해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했다. 대검찰청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1%에 불과하지만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1.4%로 조사됐다. 정신장애의 일부인 조현병 환자는 전체 범죄자의 0.04% 수준이다.

김도희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에 의한 강력범죄 대부분은 발병 후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데, 치료환경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치료를 받으면 범죄율은 94%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범죄에 노출된 노숙인, 자립 지원 필요해

김도희 변호사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지난 2013년부터 일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센터장을 맡았다. 센터에 처음 와서 맡은 업무는 노숙인 지원 사업이다. 그가 만난 노숙인들은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많았다. 도용된 명의 때문에 일어난 일이 대부분이다.

범죄의 형태가 노동력이나 성을 착취하는 것에서 신용을 착취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노숙인들은 메인 타깃이 됩니다. 도용당한 명의는 불법대출, 대포차, 대포폰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서류상으로 법인 대표가 돼 있거나, 유흥주점 대표로 돼 있는 경우도 있어요.”

김 변호사는 노숙인들이 형사고소를 당하면 무혐의처분을 받아내고, 빚을 떠안으면 개인파산 절차를 밟아 면책받도록 돕는다. 문제는 세금이다. 사업자나 자동차 등록으로 발생한 세금은 행정소송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만 자립을 꿈꿀 수 있다.

세금은 파산을 못 합니다. 죽을 때까지 따라와요. 정말 안타까운 건 노숙인들이 본의 아니게 범죄에 연루되거나 자신이 몰랐던 세금납부 독촉 고지를 받아도 경찰이나 변호사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예 자포자기해 버리는 분도 있고…. 상담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려서 구제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노숙인 지원을 시작으로 정신장애인까지 영역을 확장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영역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여성 노숙인 문제에도 관심 갖게 됐어요. 그런데 여성 노숙인은 체감상 절반 이상은 정신장애를 안고 있어요. 수치로 확인되진 않지만 남성들보다 훨씬 많아요. 특히나 이분들은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노숙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좀 더 섬세한 접근과 지원이 필요해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결코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할 일은 늘 쌓여 있다. 어느 사안 하나도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정부에서는 복지 서비스를통합 지원한다고 하는데, 노숙인과 정신장애인만큼은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아요. 법률만으로 구제하는 데도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거주·치료·재활은 물론 교육·고용 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때까지 저희는 묵묵히 지원해나갈 겁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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