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칼럼] 네슬레, 킷캣 초콜릿에서 공정무역을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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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커피 카카오 영역의 절대 강자네슬레’. 2009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콜릿바킷캣(KITKAT)’의 카카오와 설탕을 공정무역 인증제품으로 바꾸면서, 6000여 아프리카 농부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겨우 10년을 버텼다. 네슬레는 코로나와 기후 위기로 개도국 농업 섹터가 가장 취약해진 지난 6, 공정무역 원료 구매 중단을 선언했다. 엄청난 계획이라도 있나 들여다봤더니 카카오는 열대우림동맹인증(Rain Forest Alliance)’ 원료를, 설탕은비트에서 추출한 영국산을 쓰겠단다. 그리고 점진적으로는 자사의 내부 인증 체계인 코코아 라이프를 준용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영국 최대의 공정무역 제품 취급점이라고 뻐기던세인즈베리 2017년 비슷한 일을 벌였다. 25만명의 공정무역 농가조합과 거래하던 차(tea) 라인에서 공정무역 인증을 뗐고, ‘fairly trade’라는 자사 로고를 붙인 PB 제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네슬레나 세인즈베리가 내놓은 어떤 계획도 농민들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쉬운 방법으로 명분은 챙기고 비용은 절감한 셈이다.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나온 이후, 지난 15년간 선보였던 450여 개의 마크나 계획이 대체로 환경과 가치를 수호한다는 내용이니 어떤 마크가찐 마크인지 식별해야 하는 소비자의 피로는 극심해진다.

권력과 통제(Power and Control)’. 거대 식품 기업이 밸류체인에서 갖기를 욕망하는 것들이다. 네슬레, 몬델라즈, 스타벅스 정도의 식품 기업들에 어쩌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공정무역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정무역에 참여했다는 명분으로 마케팅하고, 별도의 사회공헌 없이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 비용 면에서 나쁜 거래는 아니다.

다만 공정무역 가격과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공동체 발전기금(Social Premium)’이 그들의 마음에 걸릴 것이다. 농부들은 협동조합 내 위원회를 통해 공동체의 발전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맞춰 기금을 사용한다. 이 테이블에서 협동조합은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미래를 대비한다. 대기업의 권력과 통제를 넘어서는 공정무역의 이런 활동들이 그들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거대 기업들에겐 불온하게 느껴질 것이다.

기후 위기 앞에 선 농산업 권력들이 주력하는 것은 자신들이 영위하는 커피, 초콜릿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다. 그들과 거래하는 파트너들의 발전이나 비전에는 관심이 없다. 농부들은 묵묵히 농사지어 생산량을 늘리고 공동체 발전기금과 같은 민주주의 강화 기제가 아닌 도너 머니(donor money)’를 그저 감사히 받아가기를 바란다.

2001년 미국의 하킨앵겔스 의정서에 서명한 초콜릿 기업들은 2020년까지 카카오 섹터에서 어린이 노예 노동을 근절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오늘날 공정무역 거래를 중단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코로나와 기후변화를 맨몸으로 맞서야 하는 카카오 생산자들에게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너희는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낸 후 영원한 빈곤의 늪에 남아라고 말한다. 위기의 어려움을 힘없는 사람에게 전가하고, 그 기회를 틈타 더 확고한 권력을 쥐려 한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가 개도국에 어떤 생산 방식을 보장해야 하는가. 우리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더나은미래 ‘모두의 칼럼’은 장애·환경·아동·노동 등 공익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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