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7일(금)
수익 올리고 사회문제 해결하고…임팩트투자, 누구나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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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임팩트투자 누적액 1000억 돌파…은행보다 수익 좋고 리워드 ‘덤’
증권형·P2P대출형, ‘중개 플랫폼’ 이용해 클릭 몇 번으로 투자 가능해
사회적경제 기업들, 미래 가치 평가해 자금 조달받고 홍보도 ‘일석이조’

 

5020억달러(약 600조원).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에서 전망하는 2019년 세계 ‘임팩트투자’ 규모다. 임팩트투자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기업이나 단체에 투자해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인 이익을 동시에 얻는 이른바 ‘착한 투자’를 말한다. 투자를 통해 돈도 벌고 사회문제도 해결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을 웃도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임팩트투자에 투입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약 2050억원의 기금이 조성될 정도로 임팩트투자가 활발하다. 주로 D3쥬빌리, 에스오피오오엔지, 옐로우독, 크레비스파트너스 등 임팩트투자사가 마련한 민간 자본에 정부 출자금이 더해져 기관 차원에서 집행된다.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 형식의 개인 임팩트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6년 싹을 틔운 이른바 개인 임팩트투자는 지난 16일 기준 누적 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사회적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변화의 바람은 이미 시작됐을지 모른다.

ⓒ일러스트=나소연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하는 시대

이예슬(31)씨는 지난 1년간 크라우드펀딩으로 사회적기업에 총 500만원을 투자해 58만원 수익을 냈다.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금리가 11.6%에 달한다. 같은 금액을 시중은행에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맡겼을 때 기대수익은 약 10만원(금리 2.00% 기준)이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8만원 겨우 쥔다. 이마저도 금리 우대를 받아야 가능한 수익이다. 이씨는 “은행보다 높은 이자 수익에 투자 기업이 생산하는 시가 4만원 상당의 제품까지 받았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씨의 임팩트투자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업의 주식 혹은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금전적 수익을 보상하는 구조다. 주식을 산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을 수 있고, 채권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통해 수익을 얻게 된다.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일은 중개 플랫폼이 수행한다. 오마이컴퍼니는 2016년 자본시장법상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이 도입된 직후 ‘크라우드펀딩’과 ‘임팩트투자’를 결합한 플랫폼을 선보였다. 성진경(47) 오마이컴퍼니 대표는 “중개 플랫폼에서 기업의 재무 상황, 경쟁력, 사회적가치 등을 심사하고 한국예탁결제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증권을 관리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가 임팩트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은 ‘개인 간 거래(P2P)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다.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경우 법인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저금리로 돈을 빌리기 어렵다.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유치도 쉽지 않다. 특히 긴급 운영 자금이 필요하거나 투자금을 조달할 때면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등 제2·3금융권을 통해 20%대의 고금리를 부담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주는 형태가 바로 P2P 대출형이다. 임팩트투자 플랫폼 비플러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P2P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다. 수익률은 증권형과 마찬가지로 시중금리를 웃도는 6~8% 수준이다.

비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착한 기업에 투자하자” 밀레니얼 대거 유입

투자 방법은 간단하다. 임팩트투자 중개 플랫폼의 안내에 따라 클릭 몇 번으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펀딩이 진행 중이라면 아무 때나 하면 된다. 하지만 무한정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자 한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크라우드펀딩식 임팩트투자라도 ‘증권형’과 ‘P2P 대출형’은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증권형은 일반 투자자의 경우 기업당 500만원, 연간 1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펀딩 목표액의 80% 이상이 모여야 투자가 성사되며,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더라도 초과분은 집행되지 않는다. P2P 대출형은 기업당 500만원 한도는 같지만, 최대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기간에 상관없이 원금을 상환받으면 투자 가능액이 늘어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임팩트투자에 ‘개미 투자자’가 늘어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우선 사회적기업에 관심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유입이다. 과거 다음스토리펀딩과 같은 후원형 투자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자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또 투자 핵심층인 40대들이 새로운 자산 운용 투자처로 사회적경제 분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투자 참여자 2220명 가운데 30대와 40대가 전체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 행렬을 반기는 분위기다. 투자 유치를 위해 사업 성과와 비전을 투자자에게 소개하면서 기업을 홍보할 기회도 얻기 때문이다. 취약 계층을 고용하는 인증사회적기업 친환경식품은 총 3번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이 40%씩 늘었다. 이수한(57) 친환경식품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시의적절하게 자금이 쓰일 때가 있는데, 정부의 정책 자금이나 제1금융권을 통해서는 원하는 시기에 자금 조달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며 “그간의 경영 성과만을 놓고 대출을 해주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달리 임팩트투자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해준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경영난 겪는 조직 일으켜 세우기도

성장 가도에 있는 기업만 펀딩을 개설할까? 예외도 있다. 지난해 10월 협동조합온리는 ‘재무구조개선 펀딩’을 개설했다. 경영난에 빠진 조합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5000만원 규모의 펀딩이다. 협동조합온리는 폐종이를 활용해 엽서를 제작하는 업사이클 사업을 해오다 서울 북촌 매장의 매출 급감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겪으며 일수 대출까지 받는 상황에 내몰렸다. 비플러스는 김명진 협동조합온리 대표의 진정성과 온라인 판매 전환 등 신규 사업을 검토한 결과, 악성 채무 상환과 사업 성장세 회복을 위한 펀딩 개설을 결정했다.

상환 기간은 60개월.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때, 여러 사회적기업이 힘을 보탰다. 동구밭, 아름다운커피, 닥터노아, 모어댄 등 12개 기업에서 자사 제품을 투자자 리워드로 내놓았다. 그렇게 50만원 이상 투자자에게 동료 기업가의 십시일반으로 마련된 리워드 패키지(시가 26만9900원 상당)가 전달됐고, 목표액을 달성했다. 박기범(40) 비플러스 대표는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전통적 투자 관점으로는 절대 진행할 수 없는 펀딩인데, 사회적기업들의 연대와 자선에 가까운 개인들의 투자로 가능했다”며 “특히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단순히 수익률만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큰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데도 투자가 성사된 케이스도 있다. 경기 시흥 월곶지구에서 시민자산화 사업을 벌이는 ‘빌드’다. 지난달 빌드는 연수익률 2%를 걸고 4000만원 모집 펀딩을 개설했다. 상환 기간은 6개월로 사실상 연 1% 수익에 불과한 펀딩이었다. 빌드는 이자 수익 대신 투자 금액의 7%를 빌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포인트를 제공했다. 즉각 반응이 왔다. 대부분 시흥 지역에 거주하는 투자자였다. 고객이자 투자자로서 빌드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펀딩 개설되자마자 마감…10명 중 8명은 재투자

임팩트투자의 인기는 80%에 이르는 재투자율로 증명된다. 펀딩이 개설되자마자 순식간에 마감되는 일도 잦다. 지난달 개설된 헤이그라운드 2호점 투자 펀딩은 2억5000만원이라는 큰 규모에도 사흘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지난 18일 오후 3시 오픈한 7000만원짜리 학생독립만세 투자 펀딩은 개설 18시간 48분 만에 마감됐다. 1분에 6만원씩 모인 셈이다. 총 13회 투자 경험이 있는 박미란(35)씨는 “개인 투자 한도를 다 채워버리면 좋은 투자 기회가 와도 손 놓고 보고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여유를 두고 투자하는 편”이라며 “최근 들어 펀딩이 열리면 금세 마감돼 버려서 투자하고 싶어도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임팩트투자 중개 플랫폼의 고민도 있다. 개인 투자자의 요구만큼 펀딩 개설에 적합한 기업을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성사된 펀딩 수는 오마이컴퍼니 72건, 비플러스 90건이다.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는 “심사 대상에 올라온 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가 탈락하는데 대부분 재무적으로 상환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요청이 오는 대로 심사를 하는 동시에 스케일업을 준비하는 역량 있는 기업 발굴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임팩트투자 시장을 선도하는 기관투자자들도 개인의 시장 유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정태 MYSC 대표는 “개인 투자자가 임팩트투자 시장에 유입되면서 전체 파이가 커지고 있고 전망도 밝다”면서 “현재는 개인 투자 한도를 1000만~2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엽 에스오피오오엔지 대표는 “개인의 임팩트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신력을 인정받은 금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 기업, 중개 플랫폼의 ‘삼각동맹’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고 시장을 키우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처럼 사회적경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 이른바 ‘소셜뱅크’가 있어야 한다”며 “소셜뱅크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임팩트투자의 대중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팩트투자 입문자를 위한 Tip

1. 임팩트투자는 기부가 아니다. 투자할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보고, 미래 가치까지 꼼꼼히 따져보라. 처음부터 높은 수익률에 욕심내지 말고, 투자부터 원금 회수까지 투자의 한 사이클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2. 첫 투자액은 100만원 이하 소액이 적당하다.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투자액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게 좋다. 한 번에 투자 상한액(증권형 1000만원, P2P 대출형 2000만원)을 채워버리면, 이후에 개설된 매력적인 펀딩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된다.

3. 한 곳에 몰아서 투자하지 마라. 개인 투자 한도를 초과하면 좋은 펀딩 기회가 와도 투자할 수 없다. 최소 2~3곳에 나눠 투자하되 상환일을 고려해 3~6개월에 한 번씩 수익을 맛보도록 하라.

4. 세제 혜택도 투자 수익으로 생각하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최대 10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있으니 반드시 챙길 것.

5. ‘앙코르 펀딩’을 노려라. 펀딩으로 성장한 기업은 2차, 3차 펀딩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중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펀딩 개설 알람을 통해 사전에 준비하라.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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