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접느냐… 끌고 가느냐… 1세대 소셜벤처,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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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나아가야 할 길, 1세대 대표 10人에게 물었다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오랜 고민 끝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1월 1일, 소셜벤처 ‘위즈돔(wisdome)’이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이 운영하던 지식공유 플랫폼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 2012년 한상엽 현 소풍(sopoong) 대표가 설립한 위즈돔은 이용자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도서관’ 서비스로 화제를 모았다. 비슷한 시기 생겨난 소셜벤처 ‘집밥’과 ‘열정대학’도 지난 5월 잇따라 문을 닫았다. 집밥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일상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플랫폼으로, 6년간 약 1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가 학과와 전공을 개설해 공부하는 진로 체험 서비스를 선보인 ‘열정대학’도 마지막 37기 수강생을 끝으로 ‘폐교’했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들은 2010년 초반 등장한 ‘1세대 소셜벤처(2010~2012년 창업)’들이다. 2007년 사회적경제육성법이 만들어지고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등이 시작되면서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던 시기 창업에 도전한 기업들이다. 소셜벤처의 대표 주자인 마리몬드, 두손컴퍼니 등도 이 무렵 탄생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 10명 중 7명(72.7%)이 창업 5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 창업 5년이 넘은 1세대 소셜벤처들이 기로에 선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들이 안고 있던 문제와 고민들을 짚고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할 시점이 온 건 분명하다. 더나은미래는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위즈돔과 집밥을 포함, 대표적인 1세대 대표 10명을 인터뷰해 소셜벤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Getty Images Bank

 

◇서비스 종료하고 창업 멤버 바뀌고

“비용과 수익이 계속 같은 정도로 유지되는 ‘한 달 살기’가 계속되면서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원래의 소셜미션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비용을 ‘메우기 위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내부적으로 논의한 끝에 잘 마무리를 짓기로 했습니다.”

김종석 위즈돔 대표의 말이다. 위즈돔은 초기 미션이었던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활동 지속이 어려워지면서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폐업을 결정했다. 위즈돔의 사업모델은 이용자가 자신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 등을 ‘사람책’ 형태로 플랫폼에 올리면, 또 다른 이용자가 쇼핑몰에서 구매하듯 이를 결제하는 구조였다. 김종석 위즈돔 대표는 “(사업 모델이) 초기엔 의미 있는 지표를 만들어냈지만, 그다음으로 수익성을 높이거나 규모를 키우는 데 대한 고민과 실험에 소극적이었다”며 “메인 사업인 온라인 플랫폼의 결제수수료 수익은 현저히 낮고, 회사 운영을 위해 시작한 행사대행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3개월간 조직원 전체와 해결 방법을 모색한 끝에 함께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집밥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온다.

플랫폼 기반의 집밥도 새로운 사업모델 모색이 힘들었던 경우다. 집밥은 창업 4년 차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하고, 플랫폼 내 영문서비스와 제품 판매 등을 검토했지만 결국 서비스 종료를 선택했다. 박설미 집밥 대표는 “한때 포털 검색어 1위를 했을 정도로 사용자층이 늘고 문화, 여가 등으로 서비스가 확장되던 과도기도 있었지만 사업 확장이나 변화를 모색하는 데 있어 적절한 시기를 놓쳤던 것 같다”며 “창업 6년이 지나면서 대표를 포함한 핵심 구성원들이 서비스 이용자 그룹에서 멀어져 서비스를 발전시킬 동력을 잃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1세대 소셜벤처 중에는 최근 리더십의 변화를 겪은 곳도 있다. 취업 준비생에게 정장을 대여하는 사단법인 ‘열린옷장’은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던 한만일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기존의 사단법인 이사장직만을 맡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지원하는 소셜벤처 ‘마리몬드’는 창립 멤버들 절반이 퇴사해 리더십 변화를 겪었다. 마리몬드 마케팅실은 “올해 초창기 멤버 4명 중 2명이 개인적 사유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팅기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 부진으로 대표가 회사를 떠나거나 내부에서 리더십 교체 논의가 나오는 기업들이 종종 관찰된다”고 말했다.

 

 

◇‘소셜미션’과 ‘비즈니스’ 사이 끊임없이 고민

1세대들은 급변하는 소셜벤처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을 모색해왔을까. 더나은미래가 인터뷰한 1세대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초기 사업모델의 변화에 많은 힘을 쏟았다”고 답했다. 노숙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셜벤처 ‘두손컴퍼니’는 옷걸이를 플랫폼으로 하는 제조업으로 창업했다가 3년 차인 2015년 물류업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는 “제조업에선 일거리를 꾸준히 만들기가 어려워 소셜미션인 고용을 위해 물류업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나무심기 게임으로 창업한 ‘트리플래닛’은 크라우드펀딩에서 나무화분을 판매하는 ‘반려나무’로, 최근엔 ‘도시 숲’ 조성 등으로 사업을 늘려왔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처음엔 ‘중국 황사를 막아달라’에서 요즘엔 ‘우리나라 미세 먼지를 없애달라’로 고객들의 요구가 바뀌었다”며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맞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관리, 자금 조달 등 비즈니스적 측면도 1세대에겐 과제였다. 김종석 위즈돔 대표는 “소셜벤처에 들어온 이들은 기업의 소셜미션에 동의한 사람들이다 보니, 동의가 되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거나 실행은 해도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구성원들을 꽤 많이 봤다”며 “이들은 일정 기간 이후 퇴사를 결정하긴 하지만, 대표로서 이들에 대한 동의나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는 “소셜미션 중심의 비즈니스는 급속도로 성장하거나 일반 벤처처럼 대단한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가 많아도 자금 조달은 늘 어려웠다”며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아니다 보니 금전적 문제로 오래된 사람이 떠나거나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 문제도 괴로웠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어려움도 털어놨다. 김동준 비카인드 대표는 “존경받는 투자자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은 매주 5%씩 성장할 거리만 고민하면 된다’고 했는데,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지속적인 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청년들에겐 쉽지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한완희 빅워크 대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외부 지원사업이나 대출·투자에 집중했는데, 거꾸로 명확한 미션을 그리고 제품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다”며 “2년 주기로 일하는 멤버들이 퇴사를 했는데, 내부에서 ‘바쁘게 일은 하는데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나은미래

 

◇선배 그룹, 후배들에 폐업 지원하는 모임 만들어

최근에는 소셜벤처의 환경이 1세대들이 창업한 2010년 초반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소셜벤처에 물 들어오는 때”란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에 힘을 실으면서, 소셜벤처에 지원되는 공공과 민간의 자금 및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정부는 1200억원 규모의 소셜임팩트투자펀드를 조성하고 보증·융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 ‘소셜벤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이 올해 개최하는 소셜벤처 공모전만 18개에 달한다.

이에 한완희 빅워크 대표는 “양적 지원은 늘어났지만, 질적으로 좋은 팀을 발굴해내기에 부족해 보인다”며 “교육이나 컨설팅, 시제품 발매 등 지원 과정에서 탄탄하게 검증하고, 최종 자금은 일부 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과 청소년 등을 잇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프(JUMP)’의 이의헌 대표는 “소셜벤처에는 영리도 비영리도 있는데 현재 정부의 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투자금 형태로만 들어와 비영리 소셜벤처들은 처음부터 배제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소셜벤처와 관련한 정책 입안자나 학계 연구자 등 ‘전문가’가 많아지면서 이들과 현장의 괴리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는 “현장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경험도 많아지고 보는 눈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장을 평가하려고만 드는 전문가가 너무 많아 불만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들이 정말 현장에 귀를 기울이고 만나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는 “모든 기업의 목표가 건물을 사는 것일 수 없는 것처럼,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기업을 유지해도 사회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사회적기업으로 3년간 인건비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팀을 줄여라’ ‘지원사업 하지 말아라’ 등 지나친 간섭을 하며 회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이가 많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몇몇 기업들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두고, 한편에서는 무조건적인 연장보다 “좋은 마무리 과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설미 집밥 대표는 “내부 팀의 성장이 멈추고, 모든 가능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데서 에너지가 한 번 더 꺾였다면 재창업이나 다른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가능한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함께일하는세상, 오요리아시아 등을 주축으로 후배 기업들에 폐업 정리 노하우를 나누고 장기적인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임이 생겨난 것이다.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는 “정리(폐업)를 잘하는 기업도 있지만 어렵게 하는 곳도 꽤 많이 봤다”며 “장기적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표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선배 그룹을 주축으로 폐업 과정을 지원하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말하는 소셜벤처 생태계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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