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1세대 소셜벤처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소셜벤처 및 사회적경제 전반에 자금이 풀리고 있지만, 매출 100억원에 육박한 ‘마리몬드’를 제외하면 현장에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250여 개 소셜벤처가 모인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에서 소셜벤처를 육성하고 투자하는 도현명(35·사진) 임팩트스퀘어 대표에게 최근 생태계 동향을 물었다.
―현재 소셜벤처 생태계 동향은 어떤가. 폐업하는 1세대들이 점점 나오고 있는데.
“초기 기업 가운데 없어지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망해서’라기보다는 ‘더 잘 될 가능성이 없어서’ 그만두거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 같다. 사실 소셜벤처는 그나마 나은 경우고, 인증 사회적기업의 경우는 재무적으로 심각한 곳도 많다. 소셜벤처 생태계에는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꽤 있지만 두각을 드러낼 만큼 잘하는 곳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생태계 자체가 대부분 10억~20억원까진 성장하지만, 충분히 더 큰 규모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소셜벤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면?
“대표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가 어설픈 칭찬만 하고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주진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자금이 부족하거나 사업 타이밍이 좋지 않은 등 사실 성공하지 못할 이유는 많다. ‘모든 기업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부 지원이나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등이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반대로 사업에 대한 판단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1~2년 안에 그만둘 수 있도록 자금이 작용해야 하는데 그만둘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곳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적절한 타이밍에 망해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고 자금도 더 잘 분배될 수 있는데 ‘망하지 않게’ 도와주는 게 답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다양한 소셜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데.
“시작의 기회가 많은 것은 좋지만 사업성에 대한 판단과 필요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몇몇 육성 기관의 경우 창업팀의 단점을 보지 못하고 특정 지표를 달성하면 무조건 통과시키는 등 적절한 대처를 못 해주는 곳이 있다. 일부 기업 프로그램의 경우 정부 정책에 발맞춰 충분히 준비되지 않고 나온 것이 많다. 상을 타거나 이력서 이력을 위해 지원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이 정말 생태계 내에서 건전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팀인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
―소셜벤처 생태계를 위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한가.
“소셜벤처 지원이 성장 기업 지원, 폐업 지원 등으로 특성될 필요가 있다. 지원 프로그램들이 초기 기업 육성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어쭙잖은 칭찬을 받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문을 닫는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 소셜벤처가 문을 닫아도 결국 멤버 다수가 생태계에 남아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이 동네가 망하는 걸 두려워할 게 아니라 망할 곳은 잘 망하고, 살아 있는 곳은 더 좋은 롤 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게 하는 선택과 집중의 자정 작용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