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숲은 ‘6차 산업’… 山林의 미래를 말하다

정부·시민단체·기업 함께한 ‘숲의 미래’ 3人 좌담회

40년간 이어온 숲 복구 운동
10㎥였던 ‘산림 축적’ 146㎥로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아

“목재 활용·숲길 조성 등 국내 산림자원 적극 활용해야”

지난 11일, 더나은미래는 ‘육림주간(11월 첫째 주)’을 맞아 숲 관련 정부·시민단체·기업과 함께 ‘숲의 미래’ 좌담회를 열었다. 신원섭 산림청장, 이돈구 생명의숲 이사장,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가나다순)이 좌담회에 참석, 우리 숲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했다.

유한킴벌리

사회=우리나라 숲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많은 피해를 봤다. 이후 정부·시민사회·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숲 복구 운동에 참여해 성공적으로 숲을 복구한 사례로 꼽힌다.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공유해달라.

신원섭=산림학에서는 ‘산림 ㏊(헥타르)당 임목(林木) 축적’으로 산림이 무성한 정도를 표현한다. 70년대 10㎥에 불과했던 산림 축적이 약 40년이 지나 146㎥가 됐다. OECD 국가 평균(138 ㎥)보다 높다. 우리나라 숲 복구 운동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다.

이돈구=146㎥라고 하면 약 30평짜리 목조 주택 3~4채를 지을 수 있는 수치다. 당시 행정력이 대단했고 ‘나무 심기’가 전 국가적인 어젠다였다. 생명의숲은 IMF 시절인 1998년에 시작됐다. 실업 문제를 극복할 방안이기도 했고, 나무 심기에서 ‘숲 가꾸기’로 변화도 필요했다. 지금의 숲 가꾸기 성공 뒤엔 시민사회·정부·기업의 파트너십이 있었다. 산림 분야야말로 PPP(민관 협력·Private-Public Partnership) 선두 주자다.

최규복=유한킴벌리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한 게 1984년이다. 올해로 33년째인데, 기업 최초로 시작해 이후 다른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데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3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심고 가꾼 나무가 5000만그루가 넘는다. 지난 30년간 이어온 ‘나무 심기 캠페인’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30년을 고민 중이다.

사회=우리나라 숲은 어떤 상황인가. 현재 숲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이돈구=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0년 동안 잘 가꿔온 산림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단적으로 앞으로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한계치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0년 이상 된 나무가 70% 이상 인데다, 자연림은 알아서 조절되지만 대부분이 인공림이라 빽빽하다. 목재는 지속 가능한 자원이다. 벨 나무는 베어 목재로 활용하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토양도, 숲도 더 건강하다. 보전 가치가 있는 나무를 무작위로 베면 안 되지만, 가능한 곳엔 숲길도 내어 사람도 활용하게 해야 한다.

신원섭=산림청에서도 산림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3월 ‘산림 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올해 3월부터 시행됐다. 산림복지진흥원도 설립했다. 문제는 현재 산림 소유 구조다. 우리나라는 산림이 국토 면적의 65%를 차지하는데, 이 중 사유림이 67%로 국·공유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마저도 200만명이 넘는 영세 소유주에 의해 쪼개져 있어 1㏊도 안 되는 면적을 소유한 사람이 60% 이상이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선산(先山)이거나 투기한 경우다. 이렇다 보니, 산림 경영과 활용을 위한 거시적인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산촌 지원 사업이나 금전 혜택을 확대해 더 많은 국민이 산림자원을 더욱 경영·활용하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최규복=저는 산에서 ‘6차 산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 유한킴벌리에서는 올해부터 생명의숲과 함께 ‘시니어 산촌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늘어나는 시니어 인구에 비해 일자리가 너무 적은데, ‘시니어 산촌학교’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시니어에게 다양한 산림자원 활용법을 교육하는 40시간짜리 프로그램이다.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유한킴벌리
신원섭=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도 산림의 역할이 크다. 산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차원도 있지만, 어떤 제품을 다른 원료 대신 목재로 만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훨씬 적다. 철강과는 400배까지 차이가 난다. 국내 목재 소비가 늘어야 한다.

이돈구=우리나라는 원목의 83%를 수입한다. 2015년 연간 46억달러(약 5조원)다. 수입 대신 국내 목재를 써서 목재 자급률을 1%만 높여도 500억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해외에는 자국의 목재를 활용해 장난감이나 가구 등을 제작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더불어 산을 다루는 기관도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 나무는 산림청, 국립공원은 환경부, 관광 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다. 산림과 관련한 모든 책임과 역할을 산림청으로 몰아 거시적인 정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최규복=산림이 치유나 교육으로서 갖는 가치도 크다. 유한킴벌리는 1988년부터 숲에서 여고생을 대상으로 ‘그린캠프’를 진행해 왔다. 정서나 스트레스 면에서도 효과가 상당하다는 사실이 연구로도 증명됐다.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숲 공간이 더 확대돼야 한다.

사회=도시에는 숲을 찾기 어렵고, 매년 미세 먼지나 황사 문제가 심해지는 걸 체감한다. 우리나라 도시 숲은 어느 정도며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

신원섭=우리나라는 도시화율이 91%에 육박한다. 국민의 거의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셈이다. 강원도 산골짜기 숲에 가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생활 반경 내에 숲이 있는 게 가장 좋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갈 길이 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인당 생활권 내 숲 면적이 9㎥에 못 미친다.

최규복=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현실적으로 도시 내 대규모 숲을 조성하기 쉽지 않다 보니, 작은 숲을 만들고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교 시멘트 담을 허물고 숲을 조성하는 ‘학교숲’ 사업을 비롯해 서울에서는 남산에서 용산, 한강을 잇는 ‘도시숲벨트’를 조성 중이다. 생명의숲, 산림청, 지자체와 함께 김천과 대전, 충주에 축구장 500개 규모인 공존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이게 좋은 사례가 되어 다른 지자체에서 땅을 제공한다면 민관이 협력해 더 많은 도시숲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회=숲을 보존하고 키우는 데 있어 정부, 기업, 시민단체 각각의 역할이 다를 것 같다. 각자의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해달라.

최규복=’국민적 숲 캠페인’을 이끌어온 기업으로서 한반도를 넘어서 북한이나 중국, 몽골의 숲 복원에도 힘을 보탤 책임을 느낀다. 매년 북한에서는 서울시 면적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산림이 황폐화되어 사라지고 있다. 현재 북한 산림 복구용 묘목을 공급하기 위해 파주에 생명의숲, 산림청과 함께2ha(2만㎡) 규모의 양묘장을 만들고 있다. 미세 먼지 발원지인 몽골에 1000만그루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한 지도 13년이 됐다. 앞으로도 기업 차원에서 사회 주체들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숲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너지가 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돈구=우리나라에서 생명의숲이 18년 전에 생겼는데,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도 ‘생명의숲’이 만들어지고 있다. 숲은 정치 이념과 관계없이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민관 협력이 잘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숲 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신원섭=숲이 희망이다. 숲을 통해 국가도 발전하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자는 미션으로 일하고 있다. 숲을 더 숲다운 곳으로 만들고, 더 많은 자원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업과 시민단체와 함께해 나가겠다.

진행=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정리=주선영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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