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희생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최지은 기자
자원봉사자들이 지키는 이태원 분향소… 20대부터 60대까지 한마음으로

아침 최저기온 영하 17도의 한파가 닥친 2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이날도 운영 중이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조문객은 한 시간에 10명 남짓으로 줄었지만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유족들의 곁을 지켰다. 녹사평역 분향소는 지난해 12월 14일 조성됐다. 지난해 10월 29일 참사 직후 정부 주도로 시내 곳곳에 마련됐던 분향소와 별개로, 시민들이 유가족 뜻에 따른 진정한 추모를 위해 만든 공간이다. 유가족이 공개에 동의한 76개 액자에는 희생자의 영정과 이름이 담겨있다. 동의하지 않은 희생자의 액자에는 흰 국화꽃이 그려졌다. 분향소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 금·토요일에는 24시간 운영한다. 이 시간 내내 자원봉사자와 유족들이 조문객을 맞는다. 이곳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지킴이’라고 부른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 최소 6명이 한 팀을 이뤄 활동한다.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자원봉사자들은 추모 공간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분향소에 조문객이 한창 몰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질서 유지를 위한 안내를 하고, 금세 수북이 쌓이는 헌화용 꽃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추모객은 줄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자발적으로 분향소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다. 헌화 안내, 향 관리, 분향소 청소 등을 맡아서 하고, 때로 분향소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 행인이 있으면 막기도 한다. 무엇보다 조문객 발길이 줄어 쓸쓸할 법한 분향소에서 이들은 존재만으로 유족에게 위로가 된다. 지킴이 중에는 온라인 블로그나 카페에서 자원봉사자 모집 글을 보고 참여한 사람도, 지역 주민도 있다. 25일 오후 2시부터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음을 증명하는 인증패.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태안 기름유출’ 극복한 123만 자원봉사자의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007년12월 태안 해역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의 복구 과정을 담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재단법인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는 20일 충남도청에서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 유네스코 세계기록 인증서 수여식’이 진행됐다고 28일 밝혔다. 수여식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수여식은 지난달 24일부터 3일간 경북 안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제9차 총회에서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걸 계기로 개최됐다. 올해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은 총 3종으로 ▲삼국유사 ▲내방가사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이 이름을 올렸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에는 22만2129건의 복구 활동을 담은 문서·사진·간행물이 실렸다. 센터는 자원봉사자의 구술기록, 사진 등 132건의 기록을 기증했다. 지난 200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를 들이받으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원유 1만2547㎘가 태안 해역으로 유출됐다. 시민은 사고 직후 피해지역을 찾아가 기름을 닦고 오염된 모래를 걷어내는 등 자원봉사에 나섰다. 하루 최대 6만여 명, 총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만리포로 가는 2차선 길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싣고 달려온 전세버스로 정체되기도 했다. 권미영 센터장은 “태안 유류피해 극복에 관한 자원봉사 기록은 대규모 재난재해 상황 속 시민이 보여준 연대의 힘과 자원봉사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록물”이라며 “앞으로도 자원봉사 기록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태안 유류피해 당시 자원봉사자들의 복구 활동 기록은 센터가 운영하는 ‘자원봉사 아카이브‘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코로나19 자원봉사활동 기록' 표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코로나 대응 자원봉사활동 기록물 발간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선 자원봉사자들의 지난 3년간 활동을 담은 기록물이 나왔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7일 ‘코로나19 자원봉사활동 기록’을 발간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쳐나간 자원봉사자 516만여 명과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 관리자들의 노고를 격려한다는 취지다. 이번 기록물은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연대와 협력을 이끌어 낸 자원봉사자들의 성과를 담았다. 마스크 의병을 비롯해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방역 활동, 폭우·산불 등 중복재난 발생에 따른 재난대응 등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실천한 주요 활동이 수록됐다. 코로나19 속 자원봉사 현장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자원봉사활동 현황 분석 결과, 연도별 자원봉사자 수는 2019년(353만4249명) 대비 2020년과 2021년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0년 자원봉사자 수는 186만2213명, 2021년 자원봉사자 수는 159만4044명에 불과했다. 2020년 신천지 대구교회 31번 확진자 발생, 2021년 4차 대유행 시작 등 코로나19 관련 집단 이슈가 발생하면서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정기적·지속적 봉사자들의 꾸준한 활동으로 자원봉사 총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자원봉사활동과 관련된 키워드도 파악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안도·안심(Relief)’ ‘재편성(Reorganization)’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일상 회복을 위해 어떤 혁신적인 활동을 해왔는지 짚었다.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감염재난 속 슬기롭게 대응했던 자원봉사자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사건’이 아닌 ‘사람들’의 기록을 담고자 했다”면서 “자원봉사를 통해 안녕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해 주신 모든 자원봉사자와 관계자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록이 향후 자원봉사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데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록물은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와 유관기관, 주요 연구

지난 16일 서울 용산 지역의 민·관·학 연합 봉사단인 용산드래곤즈는 자원봉사자 80명과 함께 호야토토 인형, 헝겊책, 말랑이 키트 500개를 제작해 아동보호전문기관·쉼터 등에 전달했다. /아모레퍼시픽
연합 봉사단 용산드래곤즈,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전개

서울 용산 지역의 민·관·학 연합 봉사단인 용산드래곤즈가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16일 진행했다. 이번 캠페인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19일)을 맞아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을 비롯한 용산드래곤즈 회원사 CJ CGV,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산지사, 삼일회계법인, 삼일미래재단, 숙명여자대학교, 오리온재단, 서울용산경찰서, 코레일네트웍스, GKL(그랜드코리아레저), HDC신라면세점 관계자 4000여 명의 참여로 진행됐다. 용산드래곤즈는 용산역 광장에 집결한 자원봉사자 80명과 함께 학대 피해 아동들에게 전달할 호야토토 인형, 헝겊책, 말랑이 키트 500개를 제작하기도 했다. 키트는 메시지 카드와 함께 서울시 25개 자치구 아동보호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쉼터 10곳 등에 전달했다. 이 밖에도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학대대응 정책 개선을 위한 ‘#당신의 이름을 보태주세요’ 캠페인에 동참해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전문적 대응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에 참여했다. 이날 캠페인 활동에 참여한 김소연 아모레퍼시픽 지식재산팀 부장은 “작년 민법 915조 징계권 폐지를 촉구하는 ‘915 티셔츠 캠페인’에 이어 올해 마스크 캠페인에도 동참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아동권리 증진과 아동학대 인식 제고는 물론, 세상의 모든 아동이 소중하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복지만큼 중요한 자원 봉사자의 역량…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적십자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 자원봉사 전문가 교육 등 체계적 논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84세 할머니가 중학생 손주 두 명을 홀로 키우는 조손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집이 오래돼 제대로 된 가구가 하나도 없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사람이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상해 있는 음식이 대부분이었죠. 이 사례를 보고해 적십자에서 ‘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매달 40만원씩 1년간 생활비를 지원해줬습니다. 집 안 인테리어도 바꿔드렸죠. 주민자치센터에도 연락해 손주들이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는 날, 두 아이가 ‘그동안 우리를 챙겨주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가슴이 짠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김숙자 적십자봉사회 서울지사협의회부회장이 소개한 사례다. 이날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는 ‘2014 희망풍차 콘퍼런스’를 열어, 휴먼 서비스(Human Service)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역량 강화 방안을 토론했다. 올해 초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에서 드러났듯, 최근 우리 사회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인적인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수혜자를 발굴·지원하는 휴먼 서비스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적십자는 2012년부터 적십자만이 할 수 있는 통합 휴먼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이른바 ‘희망풍차’ 프로그램이다. 전국 구석구석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5만672명의 자원봉사자가 4대 취약 계층(아동·청소년, 다문화 가족, 노인, 북한 이주민)을 찾아 결연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계와 의료, 주거와 교육을 통합 지원하는 모델이다. 이미 2만5660세대가 혜택을 받았다. 이날 열린 콘퍼런스는 지난 2년간의 ‘희망풍차’ 활동 성과를 정리하고, 보다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② 24시간 전화 통역… 4600명 자원봉사자가 허문 소통 장벽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2)비비비(BBB)코리아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강타한 한국의 비영리단체(NPO)가 있다. AP통신, USA투데이, 영국 BBC 월드 뉴스, 브라질 신문 ‘글로보(Globo)’ 등 주요 외신도 주목했다. 주인공은 전화 통역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비비비(BBB)코리아’.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가진 내·외국인이 BBB코리아의 대표 번호(1588-5644)로 전화를 걸면, 해당 언어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자가 통역해주는 방식이다. 365일 24시간 별도 요금 없이(전화 통화료만 부담) 이용 가능하다. 월드컵은 6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국제적인 행사. 전 세계가 BBB코리아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기간(6월 12일~7월 25일)에는 ‘리오 아미고(Rio Amigo·여행의 동반자)’란 이름으로, 현지 12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국어·영어·스페인어 등 7개 언어의 통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에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2016년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자원봉사자를 확대해 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BBB 운동이 시작된 것도, 12년 전 월드컵이었다. 당시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한국의 고민도 외국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이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휴대폰으로 핫라인을 구축해 자원봉사자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재능 나눔 운동으로 번졌다. 약 3개월 동안 무려 13개 언어 통역이 가능한 2300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집됐고, 곧이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남아권 언어 4개를 추가해 총 17개 언어 통역이 가능해졌다. 이듬해엔 생활 속 시민 통역 자원봉사 운동을 이어가고자, 비영리 사단법인 ‘BBB코리아’까지 출범했다. BBB코리아의 비전은 언어 장벽 없이 모두가 소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한국 내 이주민이 많아지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기에 사회적 필요는 충분했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4600여

[Cover Story] 자원봉사 할 사람 이렇게 많은데… 자원봉사센터에는 사람이 없다

설립 18년째… 제 역할 못하는 자원봉사센터 실태 전국 봉사센터 246개 중 절반 이상이 지자체 직영 정치적 독립성 부족해 지자체 행사 동원되기도 “봉사자 줄었다”는 단체 “봉사할 곳 없다”는 이들 자원봉사자와 기관 간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1. 지난 19일 오후, 전남 순천시청 3층 복도 맨 끝에 위치한 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실에는 단 한 명의 직원이 간단한 전화 응대를 하고 있을 뿐, 남은 8개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봉사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일리지 통장정리기도 고장나 있었다. 1996년 전남 최초로 설립된 순천시자원봉사센터는 현재 센터장이 공석이다. 직원은 사무국장을 포함해 단두 명뿐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순천시로부터 운영비도 받지 못했다. 자원봉사센터 상근직 직원 7명의 월급이 밀리면서 직원들은 센터를 그만뒀다. 순천시와 갈등을 빚던 자원봉사센터장은 작년 12월 사퇴했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운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곳이 1년 만에 파행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길 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 4·11 보궐선거에서 조충훈 시장(무소속)이 당선된 이후, 전임 시장이 ‘독립법인’으로 전환한 자원봉사센터가 적법이 아니라며 갑자기 특별감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현 시장이 자원봉사센터를 장악하기 위해 트집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순천시는 “자원봉사센터가 여전히 지자체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산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견이 있었다”며 “독립법인 이사회 또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입장이다. #2.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지난달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만들면서 목소리를 기부할 ‘자원봉사자’를 뽑았다. 홈페이지와 카카오톡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입력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면,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